나의 문학 이야기
박경리, 신경림, 이제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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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와 신경림 등의 소설가, 시인 17명의 문학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금요일의 문학 이야기'라는 강연의 원고를 새로 다듬어서 모은 책이기 때문에 작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는 듯한 구어체가 친근하다. 작가들의 문학관과 글쓰기에 대해서, 그리고 나아가 인생관, 세계관까지 들려주고 자서전적인 이야기들도 흥미를 돋군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작가가 되었는지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마다 다른 제목의 다른 작품을 써왔듯이 그들의 인생과 문학관도 다른 셈이다.

- 박경리, 「생명을 존중하는 문학」 : 일본 문화를 가리켜 '에로(티시즘)와 그로(테스크)와 난센스'라고 하면서 이들의 철학과 사상이 부재한 유미주의 예술관을 군국주의와의 결합될 수 있다며 경계한다. 그리고 '감각을 넘어 감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조지훈이 '문학이라는 것은 미를 추구한다'라고 했는데 이를 비판하고 문학은 아름다움이 아닌 진실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또한 상업주의에 물들은 문학을 비판하기도 한다.

- 신경림, 「생명력 있는 시를 쓰려면」 : 중3 때부터 시작한 시 쓰기로부터 시인의 자전적인 내력을 소개하면서 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신경림은 '시는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25시>의 게오르규가 한 말을 빌어서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먼저 외쳐야'하는 시인의 사명에 대해서도 말한다. 즉, 시에는 본질적으로 절규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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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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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집은 짧고 굵은 울림을 주는 시, [너에게 묻는다]로 시작한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여기서 이미지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 태워서 남을 위해서 헌신하는 그런 이미지입니다. 연탄이란 존재는 자기 몸에 불을 붙여서 방구들도 데워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재가 되어서는 미끄러운 골목길에 으깨져서 길을 미끄럽지 않게 해주는 존재입니다.'(「헛것을 돌아볼 줄 아는 시」, 『나의 문학 이야기』, 299쪽)라고 한다. 첫 번째 시에 연이어 나오는 시 [연탄 한 장], [반쯤 깨진 연탄]을 읽고 나서면 이 시집에서 드러나는 정서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단 삼행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시가 두 시들보다도 훨씬 효과적으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가 지닌 함축성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 시집에는 '연탄'과 함께 '증기기관차'라는 시어도 자주 등장한다. 자기를 희생해서 남과 세상에 뜨거움을 주고 끝끝내 부서져 버리는 열정의 삶, 그것이 바로 연탄과 증기기관차의 이미지이다. 많은 시들이 안도현의 해직교사 시절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의 가난한 생활의 설움과 자조, 그리고 의지까지 삶의 꽉 찬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신경림이 안도현이 시를 너무 모범적으로만 쓴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밋밋하고 싱거운 듯한 느낌이다. 강렬한 긴장이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시를 기대하기란 힘들었다. 실제로 안도현은 자신이 학생시절에는 영악하게 손끝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 후로 대학 입학 이후 선배들의 충고에 따라 가슴으로 쓰여지는 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은 변증법적으로 그 둘을 종합하기에 이르렀다고 고백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안도현의 시에는 추운 겨울날의 뜨끈한 밥과 국물로 다가온다. 그의 시에는 따뜻한 숭늉이나 우유를 홀짝홀짝 마시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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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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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책, 책에 관한 책. <책그림책(BuchBilderBuch)>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책이다. 시각적인 영상이 율동하는 TV가 무미건조하게 생겨먹은 활자로 이루어진 책을 압도하는 시대에, 나는 이 책을 TV에서 소개받았다. 그전에 이미 신문의 서평으로 먼저 접한 기억이 있지만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그림을 보여주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나는 바로 그 책의 이름을 아무 종이에나 빠르게 갈겨서 적어두었다.

이 책의 그림은 크빈트 부흐홀츠라는 화가가 그렸다는데 그는 책의 표지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의 그림들도 역시 책에 대한 그림으로 가득하다. 아니, 전부 책이 등장하는 '책그림'이다. 이들 책그림은 어떤 것은 시적詩的이며, 어떤 것은 환상적이다. 또 어떤 것들은 잔잔한 달빛을 닮았으며 물결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크빈트 부흐홀츠가 그린 그림에 밀란 쿤데라를 포함해서 여러 나라의 여러 작가들이 글을 붙였는데, 그림이 주는 감동보다는 크지는 못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서정적인 그림을 서사적으로 변신시켜주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맛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의 상상과 내가 그림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가끔씩 빈 종이에 책을 그려놓고는 한 적이 많았다. 책을 그린 그림은 그 책의 내용을 드러내지 않는다. 책의 알맹이를 드러낼 수는 없다. 하지만, 책 읽기 자체의 즐거움을 그 그림이 담고 있다. 이 책의 그림 가운데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뒷모습의 여인의 의자가 하늘로 찬찬히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 그림이 있다. 독서삼매경을 그렇게 잘 표현한 그림이 또 어디 있을까? 책 안에 숨겨진 책, 그림 안에 숨겨진 책, 내용 보다 더 즐거운 독서 그 자체를 그린 그림들. <책그림책>은 그림으로, 글로, 책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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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무기 창비시선 72
김남주 지음 / 창비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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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선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란다. 사랑의... 무기? 사랑하는데 무슨 무기가 필요한가? 시인에게는 그 사랑이 무엇이길래 무기를 들어야만하는가. 시 「손」의 끝매듭을 찬찬히 살펴 생각해볼 때,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땀을 흘리는 사람이 /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어서는 안되는가'라는 물음에 답까지 한꺼번에 담겨있다. 이 세상은 땀 흘리는 사람에게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허락하고 있는 않은 게다. 그런 세상을, '연장'을 든 손 대신 '무기'를 쥐어들고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 '무기'는 다시 시인의 '내 시의 노래'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시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인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대부분이 시인이 옥중에 있을 때 '집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시커먼 화장지나 관용 편지지 따위에 깨알같이 써놓았던 것들'이라고 한다. 「건강 만세」1, 2에서는 옥중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들은 옥중에 있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모르는, 참 자유를 모르는 나약한 지금, 여기의 나를 때리고 지나간다. 내 나약한 생각들, 나약한 몸짓들... 하지만 죽기 전에 걸어야 할 길이 내게도 있을 것 같다. 싸워야 할 사랑이. 싸워야 할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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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의 이론과 실제
서인숙 지음 / 집문당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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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영화비평 입문서이다. 제1장 저널리즘 비평과 제2장 이론비평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스포츠 신문, 주간지 등에 저자가 기고했던 글들을 예시로 두어 흥미로웠다. 이론비평 쪽은 어려운 내용이 있었고, 흥미 면에서도 조금은 떨어지는 듯 했다.

영화에 관한 책을 두 권 째로 읽는 것인데 역시 영화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직접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영화를 더 깊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보다는 실제가 중요할 것이다. 책보다는 현실이, 있는 그대로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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