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책, 책에 관한 책. <책그림책(BuchBilderBuch)>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책이다. 시각적인 영상이 율동하는 TV가 무미건조하게 생겨먹은 활자로 이루어진 책을 압도하는 시대에, 나는 이 책을 TV에서 소개받았다. 그전에 이미 신문의 서평으로 먼저 접한 기억이 있지만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그림을 보여주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나는 바로 그 책의 이름을 아무 종이에나 빠르게 갈겨서 적어두었다.

이 책의 그림은 크빈트 부흐홀츠라는 화가가 그렸다는데 그는 책의 표지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의 그림들도 역시 책에 대한 그림으로 가득하다. 아니, 전부 책이 등장하는 '책그림'이다. 이들 책그림은 어떤 것은 시적詩的이며, 어떤 것은 환상적이다. 또 어떤 것들은 잔잔한 달빛을 닮았으며 물결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크빈트 부흐홀츠가 그린 그림에 밀란 쿤데라를 포함해서 여러 나라의 여러 작가들이 글을 붙였는데, 그림이 주는 감동보다는 크지는 못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서정적인 그림을 서사적으로 변신시켜주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맛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의 상상과 내가 그림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가끔씩 빈 종이에 책을 그려놓고는 한 적이 많았다. 책을 그린 그림은 그 책의 내용을 드러내지 않는다. 책의 알맹이를 드러낼 수는 없다. 하지만, 책 읽기 자체의 즐거움을 그 그림이 담고 있다. 이 책의 그림 가운데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뒷모습의 여인의 의자가 하늘로 찬찬히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 그림이 있다. 독서삼매경을 그렇게 잘 표현한 그림이 또 어디 있을까? 책 안에 숨겨진 책, 그림 안에 숨겨진 책, 내용 보다 더 즐거운 독서 그 자체를 그린 그림들. <책그림책>은 그림으로, 글로, 책을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