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솔시선(솔의 시인) 3
허만하 지음 / 솔출판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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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잘 알지 못했던 시인. 이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가 1999년에 찍은 그의 두 번째 시집. 처녀시집 <해조海藻>가 1969년 간행이니 30년 동안 시집을 내지 않았다. 그러니 이름이 낯설 수밖에. 그동안 허만하는 시인이 아니라 병리학 전공 의학박사로 지내며 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허만하의 시집을 넘기고 처음 몇 편의 시를 읽으며 든 느낌은, 이 시인의 주제는 46억년에 이르는 지구의 나이에 비하여 인간이란 종이 얼마나 왜소하고 허망한 것인지 보여주려 하는 것 같았다. 처음 실린 시를 읽어보자.



 지층


 연대기란 원래 없는 것이다. 짓밟히고 만 고유한 목숨의 꿈이 있었을 따름이다. 수직으로 잘린 산자락이 속살처럼 드러낸 지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총 저수면적 7.83평방킬로미터의 시퍼런 깊이에 잠긴 마을과 들녘은 보이지 않았으나 묻힌 야산 위 키 큰 한 그루 미루나무 가지 끝이 가을 햇살처럼 눈부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흔적도 없이 정갈하게 사라져라. 시간의 기슭을 걷고 있는 나그네요. 애절한 목소리는 차오르는 수위에 묻혀가고 있었다. (13쪽. 전문)



 시인은 수직으로 잘린 산자락을 보고 있다. 거기엔 산자락의 지층이 마치 속살처럼 드러났다. 지층, 속살 같은 지층은 ‘짓밟히고 만 고유한 목숨의 꿈’이었을 뿐이란다. 이후 저수지에 묻힌 마을과 들과 미루나무에 관한 기억을 더듬고는 있지만 그것들이 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시간의 기슭에 잠시 거닐다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있다. 즉, 사람이 정착해 한 마을을 이루고 번성하다 점점 쇠락해져 끝내 저수지 물속에 잠기는 연대기 따위는 처음부터 수직으로 잘린 지층에 비하면 아예 없는 것과 같다. 시인이 생각하는 자연, 자연의 누적으로 지질학적 시간은 이렇게 인간에 대하여 비정하다. 두 번째 실린 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위의 적의


 길은 산자락을 따라 시내처럼 흐르고 있었다. 벼랑은 잘린 언덕줄기의 속살이었다. 통곡의 벽을 바라보듯 나는 벼랑 앞에 섰다. 흑표범의 눈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는 지층. 바위는 조용히 기억하고 있었다. 쓰러지는 양치식물의 숲. 아우성치는 맘모스의 마지막 울음 소리. 쌓인 시간의 무게 밑에서 목숨은 진한 원유로 일렁이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바위의 적의를 느꼈다. 바위는 기다리고 있다. 인류의 멸망을. 찢어진 바위틈에서 갈맷빛 물이 솟구쳐 바다가 되고 부스러진 스스로의 피부에서 다시 풀밭이 일어서서 눈부신 고함소리를 지르며 연둣빛 바람을 흔드는 부활의 순간을.  (14쪽. 전문)



 이 시 속에도 벼랑은 언덕줄기의 속살이다. 허만하가 우리가 아는 시인들과 결정적으로 차별이 되는 것은, 많은 시인들은 벼랑 ‘위’에 서서 삶의 위기와 절망과 고독과 추락을 노래하는 반면, 이이는 벼랑을 바라보면서 자기 ‘앞’에 선 것이 애초에 산자락이었던 언덕줄기의 속살, 부드럽지는 않지만 속을 이루고 있던 살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자연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게 만든 인류를 향한 바위(지층)의 적의를 느끼고 있다. 바위는 인류가 하루빨리 멸망하기를 원하고 있단다. 그리하여 먼 먼 미래의 어느 날, 지구의 땅에는 다시 물이 솟구쳐 바다가 되고, 다시 풀밭이 일어서 눈부신 고함을 지르며 연둣빛 바람이 흔들지만, 인간은 없다. 그때쯤이면 인간은 저 지층 아래 한 켠, 한 틈에서 기껏 새까맣고 점성이 진한 원유로나 존재하리라. 인류가 원유로 존재하는 곳은 다시 지층의 한 틈. 이 ‘틈’은 다시 세 번째 시가 된다.



 틈


 틈을 주무른다.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더듬는 알몸의 포옹이 만드는 캄캄한 틈. 멀어져가고 있는 지구의 쓸쓸한 등이 거느리고 있는 짙은 그늘. 진화론과 상호부조론 사이를 철벅거리며 건너는 순록 무리들의 예니세이 강. 설원에 쓰러지는 노을. 겨울나무 잔가지 끝 언저리. 푸근하고도 썰렁한 낙탓빛 하늘 언저리. 안개와 하늘의 틈.


 지층 속에서 원유처럼 일렁이고 있는 쓰러진 나자식물 시체들의 해맑은 고함소리. 바위의 단단한 틈. 뼈와 살의 틈. 영혼과 육신의 틈. 빵과 꿈의 아득한 틈. 낯선 도시에서 마시는 우울한 원둣빛 향내와 정액빛 밀크 사이의 틈. 외로운 액체를 젓는 스푼.


 존재는 틈이다. 손이 쑥쑥 들어가는 적막한 틈이다.  (15쪽. 전문)



 이쯤 읽으면 독자는 시인 허만하를 가이아Gaia의 셋째아들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세 번째 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의 모습이 그나마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저 거대한 시간이 만들어놓은 지구의 속살, 지층이 서로를 알몸으로 더듬는 작은 틈 사이에서. 이후 시는 광활한 대륙과 사막 등지를 넘나들며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나가기 시작한다. 확실히 새로운 시선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나는 시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로, 혹시 이런 경향은 이 시집을 내기 전에 무려 30년 동안 시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닌가, 라고 의문을 품었다.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이리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는 것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허만하의 시가 다 이렇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하찮은 것에 관한 애정 어린 시선도 들어 있다. 그래도 그런 시조차 요즘 시인들과는 격이 조금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소개하면서 독후감을 마친다. 이 시에 대한 내 감상은 당신들의 온전한 느낌을 위해 생략한다.



 二加里 뒷길



 닭장 곁에서 맨드라미꽃이 까만 씨앗을 품고 있는 정오. 비닐 대야 밑바닥에는 지친 면 러닝 셔츠 두 벌 구정물처럼 구겨져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그물처럼 널려 있는 바닷가
 초록빛 갯내가
 기진한 나팔꽃 덩굴처럼
 돌담에 붙어 있을 뿐


 꿈에서 본 적이 있는
 바로 그 빈 마을이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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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 살 때, 도서관 시 코너를 아무 의미없이 뱅뱅 돌다가 슥 뽑아들었던 게 허만하였어요. 교과서 바깥에서 제가 최초로 만난 시집이었는데, 그게 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게 시구나, 하며 열라 충격받았던 까마득히 여린 청춘의 제가 떠오릅니다.....

Falstaff 2019-07-26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에 입학하고나서야 알았던 시들한테 제대로 뒤통수 맞은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김수영, 신경림, 황명걸, 조태일, 신동엽 등등, 그리고 한 번 더 쇼크를 받는데요, 군대 마치고 복학생되며 읽은 시들에게 한 방 더 맞습니다. 황지우, 최승자, 이성복 들한테 말입니다. ㅎㅎㅎ 군역 시절을 경계로 해서 앞엔 창비, 뒤론 문지, 사이 좋습니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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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들어보는 작가. 책을 읽기에 앞서 앞날개에 달린 작가 프로필을 먼저 읽었다. 그랬더니, 확 깨더라.
 1955년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이탈리아에서 생물학 공부, 2년 동안 동물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개구리와 쥐를 흥분시켜 알과 정액을 얻어야 하는 연구실 일에 염증을 느껴 인간 뇌에 관한 공부 다시 시작. “생각에 대한 생각”에 빠져 슬럼프를 겪을 무렵, 갖고 있던 주식이 대박을 쳐 다 때려치우고 11년 동안 휴가 행각. 1년은 미국, 10년은 아시아. 태국에선 보석을 공부하고, 방갈로나 레스토랑도 운영하다 심심해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냄. 엽서를 받은 한 친구가 좀 더 긴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 글쓰기란 사람들을 행복의 절정으로 도달하게 하는 카마수트라처럼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첫 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집필, 간행.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희비극적으로 풍자해내며 이탈리아의 천재작가로 떠올랐단다. 천재작가? 하여튼 출판사 광고문 보면 세상에 천재가 한 5분마다 한 명씩은 나오는 거 같다.

 

작가 알레산드로 보파

 책을 살 때 나는, 비스코비츠란 인간을 등장시켜 엉뚱하고 난처한 행각 또는 습관을 관찰해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운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는 소설일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말해 별로 기대하지 않고 구입했다는 얘기. 그래도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니 혹시 숨어있는 원석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마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목차를 보면 프롤로그와 모두 스무 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제목이 “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 2장은 “섹스 생각날 때 없니, 비스코비치?” 등등. 흠. 재미있겠군. 하고 드디어 본문을 열면, 1장의 주인공 비스코비츠가 누구, 혹은 무엇인가 하면, ‘겨울잠쥐’다. 다람쥐처럼 생겼으나 야행성인 설치류, 즉 쥐다. 일본 특산종이며 1년에 6개월 동안 동면한단다. 이렇게 생겼다.

 

 

 2장에서의 비스코비츠는? 가끔 섹스 생각이 나는 비스코비츠는? 궁금하시지? 등에 자기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불완전 자웅동체인 달팽이다. 달팽이는 몸속에 양성을 다 가지고 있지만 여간해선 처녀생식을 하지 않으며, 다른 짝과 만나 상대를 임신시키기 위해 난리를 벌인단다. 이쯤 되면 작가 알레산드로 보파의 십여 년 전 직업, 동물유전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겨울잠쥐와 달팽이 말고도 등장하는 동물을 보면 돼지, 꿀벌, 사자, 기생충, 개, 박테리아까지 다양한 비스코비츠들이 있다. 작가는 갖가지 비스코비츠들에게 인격과 사람의 지능을 부여하여 인간이 하고 있는 별의 별 짓을 다 하게 만든다. 성형수술,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포식동물, 백만장자 돼지, 독재자 개미 등등.
 근데 재미있느냐고? 글쎄. 기대한 거에 비해서는 별로다. 오히려 작가의 생애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심지어 질투난다. 갑자기 돈벼락을 맞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아시아 구석에 들어가 하고 싶은 농땡이란 농땡이는 다 치면서 살던 광경을 조금 과장을 섞어 버무렸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소설이 될 거 같았다. 하긴, 십 몇 년 만에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이런 글을 쓰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그래도 이이가 소위 ‘천재’는 아니잖아? 혹시 모르지 요샌 천재 타이틀도 대형 마트에서 세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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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스토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11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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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29부로 구성되어 있는 장편. 29부를 모두 조그마하지만 완성된 이야기로 마감했으니 독립된 짧은 이야기로 볼 수 있겠지만, 29부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한 편의 작품이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리 써놓으면 직접 책을 읽지 않고는 어떤 것을 설명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잉고 슐체의 작품으로 세 번째 책인데 처음에는 주인공 한 명의 시선으로 쓴 서간체 소설 <새로운 인생>, 두 번째가 동서 통일의 와중에서 동쪽에 머물고자 하는 남자와 서쪽에서 빛나는 새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여자 사이의 갈등을 참 맛있게 쓴 <아담과 에블린>이었다. 이 책 <심플 스토리>를 열면서 제발 <아담과 에블린>과 같은 류의 작품이기를 바랐다. 바란 대로 세상일이 되면 그게 인생인가. 잉고 슐체는 이번엔 긴밀히 연결은 됐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이번 등장인물이 몇 번째 출현인지 감도 잡히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독자는 책 옆에다 공책과 펜을 준비하고 각 부의 등장인물과 주요 스토리를 적어가면서 읽는 것이 좋겠으나, 누가 그러라고 가르쳐주지 않은 초독의 경우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어찌 그런 것까지 준비를 하겠는가. 하물며 작가 자신이 각 부 제목 아래 자그마한 글씨로 등장인물과 주요 행위를 짧지만 적어둔 바에야.
 예를 들어 1부 “제우스” 편을 보면, 작은 고딕 글씨체로 이렇게 써놓았다.


 “레나테 모이러가 1990년 2월에 관광버스로 여행을 갔던 일을 이야기한다. 결혼 20주년을 맞아 모이러 부부가 난생처음 서쪽 진영으로, 난생처음 이탈리아로 갔던 것이다. 아시시에 도착하기 직전 버스 사고로 승객들이 모두 내려 기다려야 했을 때, 동승자였던 디터 슈베르트가 절망적인 행동을 감행하게 된다. 모두 함께 추억담을 나누고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

 

 주어와 술어만 보면, “레나테 모이러가 이야기한다.” 라고 했다. 그래서 1부는 모이러 여사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은? 당연히 레나테 모이라 여사와 에른스트 모이라 선생. 그리고 디터 슈베르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덩달아 치안이 불안해짐에 따라 동독인들의 허파와 간도 날이 갈수록 커져간다. 이때 한 여행사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기획하는데, 놀라워라, 아직 동독 여권을 소지하고 이탈리아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 이들은 버스를 타고 뮌헨에 잠깐 들러 전원이 가짜 여권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가명으로 국경을 넘어, 베네치아, 피렌체, 아시시를 관광하고 돌아올 계획을 짠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한다. 모이라 여사의 경우는 결혼 20주년 기념이니까 한 번 저지를 만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칙주의자인 남편 에른스트가 이 여행에 동의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1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디터 슈베르트 선생. 백발이 성성한 중늙은이인데 한쪽에 유리로 만든 의안을 끼고 다니며, 주피터, 혹 산악인이란 별호를 갖고 있다. 버스가 피렌체를 떠나 아시시로 향하던 중, 작은 도시에서 버스가 퍼져버려 저 발 아래로 보이는 아시시에 가지 못하고 눈이 폴폴 내리는 도시에서 멈추게 된다. 이때, 별로 크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은 성당의 5미터 정도 높이 담 돌출부를 딛고 양말만 신은 디터 슈베르트 씨가 바짝 붙어 아슬아슬한 광경을 만들어낸다. 이 사건은 저 뒤에 나올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해서,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모이러 씨, 즉 에른스트 모이러가 자신을 해고해버린 일에 앙심을 품고 엉뚱하게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깽판을 치는 장면으로 밝혀진다.
 책을 한참 넘기면 레나테 모이러 여사의 첫아들이자 에른스트 모이러의 양아들인 마르틴 모이러가 등장한다. 에른스트 모이러 씨는 89년, 90년 해빙의 시기에 기관의 강압에 의해 민주화 운동에 반대하는 글을 신문에 게재하게 이르는데, 나중에 이걸 빌미로 지역에서 완전히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나오는 반면, 친아버지는 10부에서 1969년 3월 아내와 이혼을 한 후 서독으로 거처와 직장을 옮기고, 심지어 이름도 모이라에서 라인하르트로 바꾸어 박사학위를 취득해 교수를 하다가, 에구머니, 당뇨성 뇌졸중 증상 한방으로 반신불수까지 갔다가 조금씩 회복중인 모습으로 아들을 24년 만에 만나게 된다. 그간 편지왕래가 간혹 있었으며 그때마다 라인하르트 박사께선 아들에게 100마르크 정도를 송금해주고는 했단다.
 이런 식으로 처음 몇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꾸 자기 복제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화성에 혼자 떨어진 것만큼 황당한 처지로 몰리기 딱 좋다. 그래 위에서 내가 공책과 연필을 옆에 놓고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설레발을 쳤던 거다. 레나테 모이라와 라인하르트 선생 사이의 아들 마르틴 모이러가 친부를 만나던 시기를 계산하면 대략 24년의 시간 격차가 난다. 등장인물도 모이라 가족만 나오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서로 친척, 친구, 이웃, 동창, 직장 등 온갖 형태로 어지러이 섞여 복잡한 구성이 되는데, 책 뒤에 쓰인 역자해설을 보면, 작가 잉고 슐체가 레이먼드 카버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숏컷>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흔히 모자이크 기법이라고도 하지 않나? 하여간 모자이크라고 한다면, <심플 라이프>만큼 심플하지 않은 모자이크도 없을 듯하다. 색다른 구성을 소설 양식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적극 권할 만하다.
 역시 잉고 슐체다. 처음엔 "잉고 슐체"라는 이름이 멋있어서 읽기 시작했으나, 읽어볼수록 괜찮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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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서점에서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사지 못한 책이었네요.

이렇게 재밌는 책이라면 샀어야 했는데...
항상 타이밍은 그렇게 흘러 가네요.

Falstaff 2019-07-24 09: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인생이지요 뭐.
 
말로센 말로센 1
다니엘 페나크 지음, 진인혜 옮김 / 책세상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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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맹랑한 잔혹극. 며칠 전, 나는 잔혹한 것이 싫다, 라고 선언한 바 있다. 단, 처음부터 허풍의 옷을 입힌다면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메튜 본이 연출한 영화 <킹스맨>에서 엘가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에 맞춰 사분의사박자로 머리통이 펑펑 터져 날아가는 거 같은 장면. 다니엘 페차크가 쓴 말로센 시리즈도 바로 이 단서조항의 전형이다. 한 번 그대로 옮겨볼까?
 “시트로앵 15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으려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등졌을 때, 그는 차가운 칼날의 공격에 의해 척수가 바로 다섯 번째 경부추골 윗부분까지 절단되는 것을 느꼈다. 형사는 순식간에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었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뒤이어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전혀 의식이 없었다. 그는 최후의 일격을 당하고 자기 자동차위 트렁크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자동차를, 그가 결코 빌려주겠다고 동의하지 않았을 낯선 사람이 다소 난폭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623쪽)
 위 인용만 읽어보면 왜 이게 허풍의 옷을 입혔다는 것인지 짐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게 말로센 시리즈의 매력이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충만한 농담으로 꽉 차 있어서, 저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더 독한 장면을 묘사를 해 독자로 하여금 잠깐 눈살을 찌푸리게는 하지만, 곧 다시 새로운 농담과 허풍과 어이없음과, 심지어 허탈할 정도의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까지 아무런 스스럼없이 해대는 바람에 저까짓 잔혹 따위가 어찌 심각하리오, 라고 그저 한 번 픽, 웃을 수 있다. 이런 시리즈는 순서에 크게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다. 어차피 킬링타임 용으로 읽히는 걸 막을 수 없으니까. 페나크가 <몸의 일기> 같은 의미 있는 작품을 썼다고 해서 코믹 잔혹극을 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작가는 무죄다. 이 <말로센 말로센>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읽은 순서는 2-1-4가 되고,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정열의 열매들>을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읽을 것 같으니 세 번째 <기병총 요정들>만 남겨놓았다. 물론 안 읽어도 상관이 없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어디서고 읽기를 끝내도 괜찮다는 말과 같다는 말. 근데 <정열의 열매들>은 몇 번 얘기한 적 있던 작가 김운비가 번역을 해서 고르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뿐이다. 세 번째 <기병총 요정들>을 읽을까, 말까 지금 궁리중인데, 시리즈에서 딱 하나 남은 거, 올해 안에 읽을 거 같긴 하다. 그러니 이 독후감을 읽으시는 분들께선, 부담 갖지 말고 한 권 정도 시간 죽일 용도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상이 언제나 진지하고 근엄한 건 아니니까.
 언제나 사랑이 넘치는 엄마의 무릎 아래엔, 장남이자 시리즈의 주인공인 뱅자맹 말로센을 비롯해 모두 일곱 명의 형제, 자매가 산다. 사랑이 넘치는 엄마. 넘치고 넘쳐 넘실넘실 흘러 넘어 일곱 명의 형제자매들이 전부 다른 아빠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뱅자맹은 대가족의 장남으로 기꺼이 여섯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까지 시키며, 시집보내고(비록 곧바로 과부가 되긴 하지만), 심지어 자라서 과부가 될 동생 클라라가 태어날 때는 자기 손으로 받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고금동서를 통틀어 이리 어진 장남을 찾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할 손가. 여기까지도 아니고 간질 증세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대형견 쥘리우스와 클라라의 아들 세퇴낭주에다 자기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주인공 쥘리까지 모두 함께 산다. 이 구성원들은 시리즈가 진행하며 보태지기도 하고 죽어서 빠져나가기도 한다. 물론 일곱 형제자매와 쥘리우스는 변하지 않지만.
 엣다 모르겠다. 직구.
 이번에 읽은 <말로센 말로센>은 원래 작가가 의도한 시리즈 네 편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었으며, 종결부분을 보면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으로 시리즈가 마쳤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인종이다. 왜냐하면, 페낙 같은 유명 작가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힘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이번 책의 특히 앞부분은 시리즈의 다른 책과 비교해 ‘재미없었다’가 아니라 ‘덜 재미있었다’. 본문만 737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비전문가인 내가 이렇게 얘기할 자격도 없고 주제 넘는 꼴이지만, 500쪽 안쪽으로 줄여놓았으면 더 긴박하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권으로 넘어가 1권하고 비교할 수 없는 속도감으로 휙휙 넘쳐나는 노골적인 거짓말과 과장과 허풍과 장난기가 등장해야 비로소 이제야 말로센을 읽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장난과 허풍을 삭제하고 책을 읽으면 이게 무슨 소설이며 산문인가, 비난할 수밖에 없다. 페낙은 소설가이면서도 소설보다 아동문학 작품이 훨씬 많은 작가다. 그래서 나는 이 시리즈를 페낙(혹은 페나크)이 어른들을 위해 철없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작정을 한 결과물이라고 단정한다. 혹시 진짜 이 시리즈를 읽어보실 분을 위하여 말씀드리오니, 문학적 엄숙주의는 잠시 뒷간에 눠버리고 오심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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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불꽃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3
톰 울프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본문만 1,050 쪽이 넘는 장편소설. 뉴욕, 그것도 그냥 뉴욕이 아니고 센트럴 파크 전경이 발 아래로 굽이치는 파크 애비뉴 10층의 복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채권 전문 엘리트 딜러 셔먼 매코이. 연 수입 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와스프. 키 크고 각진 넓은 턱을 갖고 있는 건장한 몸매, 예일 졸업에다가 전직 법률회사 사장을 부친으로 둔 뉴욕 시민 가운데 천분의 일에 드는 현대판 귀족. 현재 38세. 이이가 주인공이다.
 처음에 셔먼이 저지르는 짓을 보면 싱클레어 루이스가 쓴 히트작 <배빗>의 주인공 배빗 비슷한 종자가 벌이는 나약하고, 소심하고, 비겁하고, 우쭐거리는 속물의 1980년대 귀족 버전 아닌가 싶다가, 드디어 사건이 벌어지면 도처에서 쏟아지는 80년대 형型 배빗들은 물론이고, 톱클래스 와스프들의 숨 쉴 틈 없는 과시전쟁과, 불쌍한 주인공 셔먼의 몰락과정, 현대 저널리즘의 선정성, 사기꾼에 근접한 성직자, 차기 선거에 당선하기 위해 애먼 사람 하나 정도는 기꺼이 골로 보낼 수 있는 검찰 수뇌 등등, 온갖 잡놈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톰 울프가 미국인이라서 양심상, 거의 한 명 등장하는 정의의 파수꾼은 사법부 소속인 코비츠키 판사이지만 이이의 노력도 다중의 농성 앞에서 쫓기듯 도망하게 된다. 곳곳에서 이런 온갖 잡것들의 아우성으로 인해 독자는 씩, 엷은 웃음을 짓게 되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뉴욕,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속물성에 진저리를 칠지도 모른다.
 딸 캠벨 하나를 두고 1980년대 현재 시가 320만 달러짜리 최고급 아파트에서, 직업이 인테리어 전문가인 아내와 (아울러 하녀 두 명과) 함께 사느라 인테리어 전문가가 사들인 초호화 가구와 골동품에 둘려 살면서도 수컷의 공허를 인내하지 못하는 셔먼.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상대는 남부 사투리를 쓰는 20대 후반의 미녀이자 일흔한 살의 남편과 결혼해 지금은 남편이 얼른 죽어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껌벅 넘어가는 몸매의 마리아 러스킨. 이 여자의 치명적 결함이자 숙명은 남자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거. 근데 합법적 남편 러스킨 씨가 일흔한 살의 노령으로 도무지 자신의 갈급을 해소하는데 역불급이라, 간식거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그녀의 안테나에 걸린 백인, 앵글로 색슨 출신, 장로교인, 부르주아, 여기에다가 건장하고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셔먼이 등장했으니 어찌 이를 놓칠 수 있나. 마리아는 시내 모처에 월 332 달러를 지불하는 방을 하나 얻어 수시로 셔먼을 초대해 스스로의 목마름을 해소하고 있던 것. 물론 셔먼 한 명이라고는 믿지는 않으시겠지?
 그래, 소설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불륜이다. 소설이 어떻게 시작하느냐 하면, 진짜 오랜만에 일찍 귀가한 셔먼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는 핑계로, 차마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다 때마침 외출에서 귀가하던 아내 주디와 마주치고 만다. 하필이면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저녁과 밤 사이에 평소 즐겨가던 산책길이 아니라서 구태여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 네 발로 버티고 있는 개를 질질 끌며 드디어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선 셔먼. 기계적으로 다이얼을 돌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와 셔먼은 서둘러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마리아, 나야.” 상대가 대꾸하기를, “셔먼, 거기서 뭐해.” 아이고 저런, 마리아와 접선장소인 원룸이 아니라 엉겁결에 자기 집 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던 것. 이쯤이면 이 책 속에서 독자는 무수하게 잦은 희극적 장면을 읽게 되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 그래 집에 돌아와 아내 주디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고 또 빌어, 딸 캠벨 때문에, 사실은 연간 백만 달러의 수입을 가져오는 셔먼 같은 남자를 또 찾기 힘들 거 같아, 그냥 살아주기로 마음먹게 만들지만, 셔먼 입장에서도 이것을 기회로 마리아와 결별을 하기엔 마리아가 너무 어여쁘고 그 살이 그립던 거다.
 그리하여 어느 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리아를 마중 나가 4만 불짜리 메르세데스에 태우고 밀회 장소로 향하던 중, 아차 하는 실수로 뉴욕의 빈민가, 흑인과 푸에르토리코 출신들만 득시글거리는 우범지대로 들어서게 된다. 길을 찾지 못해 식은땀을 흘리며 배회하던 중 장애물 때문에 정차하게 되고, 셔먼은 내려서 차를 막고 있던 타이어를 치우고 있는데 흑인 청년 둘이 “뭐 도와줄 거 있나요?” 다가온다. 범죄가 만연한 우범지역에서 고가의 메르세데스를 타고 있는 백인 남녀. 나라도 섬뜩한 기분이 들 거 같다. 그래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곱상하게 생긴 흑인 청년 하나와, 몸 좋은 건달 체형의 또 다른 흑인 청년 한 명이 접근하는 것을 강도행위를 저지르기 위해서라고 단정한 셔먼은, 공포에 질려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건장한 청년을 향해 타이어를 던져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잠깐 혼돈의 시간이 지나갔는데, 마리아가 문을 열더니, “슈먼(남부지역에선 셔먼을 슈먼이라 발음한단다), 빨리 타,” 하고 소리치는지라 얼른 차를 타고 지상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조수석에 앉은 셔먼이 잠깐 사이 차에 뭔가가 부딪힌 듯한 소리, 약하게 퉁, 하는 느낌이 들어 영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 마리아에게 묻는다. 자기가 뭔가를 친 거 같은데, 혹시 키 큰 아이 아니었을까? 지금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마리아가 생각하기를, 셔먼이 완전 바보다. 공개적으로 자기들이 지금 불륜관계라고 떠들고 다니라고? 걱정하지 마, 운전은 내가 했고, 사고를 쳐도 내가 쳤어. 우린 막 정글에서 강도 둘을 떨치고 도망가는 길인데 왜 그걸 신고해야 해.
 책은 초장에 벌어진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 하나로 인해 발칵 뒤집어지는 뉴욕 전체를 다루고 있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등장인물만 간단하게 소개하자. 성공회 흑인 목사 베이컨이 사건에 개입한다. 목사라기보다 선동가이자 사기꾼 비슷한 캐릭터. 흑인 집단 거주지에서 번호판이 R로 시작하는 고급 메르세데스가 착실한 청년이자 대학진학을 계획하고 있던 램 군을 치어 코마 상태로 만든 사건을 대대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확장시켜버린다. 이게 가능했던 건 정치검사로 현재 브롱스 검찰의 수장을 맡고 있는 에이브 와이스가 다음 선거에서 흑인들의 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국인 알코올중독자이자 전형적인 옐로페이퍼인 ‘시티라이트’의 기자 피터 팰로가, 마치 검찰이 피해자가 흑인이기 때문에 사건을 묻어두려고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취재해 특종을 터뜨려버려, 에이브 와이스는 맹목적으로 우리의 와스프 부르주아인 셔먼 매코이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맥코이는 능력은 있지만 돈을 밝히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 킬리언에게 사건을 위임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려 상대방 검사이자 에이브 와이스의 부하인 크레이머 검사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이 난장판이 어떻게 끝날지는 절대 안 알려줌.
 굳이 말하자면 블랙 코미디. 처음엔 <배빗> 같다가, 중간에는 길게, 그냥 대중소설 같다가, 나중엔 시대를 잘 비틀어 쓴 풍자소설로 규정해야 하는 재미있는 책. 시간 하나는 참 잘 가더라. 작가 자신이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현장감이 생생하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가장 선한 정치제도가 아니다. 아직 철학자, 정치가들이 이보다 더 나은 정치제도를 찾아내지 못해 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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