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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사람에게 - 안태운 시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50
안태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평점 :
안태운 역시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시인. 그거 하나 믿고 신간을 납죽 골랐다가 또 피봤다. 도대체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알라딘 독자 서평에 만점짜리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왜 만점을 줄 수밖에 없었는지, 치사하지만 컨닝 좀 하려고 해도 서평, 백자평, 이런 것들 역시 모두 또 다른 현대시 수준이다. 그리하여 시는 물론이거니와 서평, 백자평을 통해 얘기하신 독자들의 고견 역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왜 시를 읽은 감상이 추상명사와 은유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좀 아쉽다. 이건 내 성질이 드러워서 그렇다. 서평, 백자평 써주신 분들에게 까탈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부려서도 안 되고, 감히 흠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음을 혜량해주시기 바란다.
특정 작품 및 소설이 좋다, 라고 선언하기 위해 나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믿는, 쥐뿔도 없으면서 까다롭기만 한 족속이다. 이 시집을 읽으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차라리 소설을 쓰지 그러셨을까, 하는 거였다. 21세기에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뭐 이런 이미지즘 시도 아니고, 도무지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시를 내가 왜 읽고 있을까.
어쨌거나 《산책하는 사람에게》를 읽음으로 해서 사놓은 “요즘 시”를 수록한 시집은 이제 네 권 남았다. 한 권 한 권 읽는 일이 내게는 고난의 행군이다. 돈 꿔줬는데 안 갚고 토낀 놈 있으면 선물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 주변엔 그런 강아지들이 없다.
지금 남은 네 권의 시집만 다 읽으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이런 시들을 즐길 수 있는 탁월한 자들의 대열에, 나도 한 번 끼어볼까, 감히 다시는 마음먹지 않겠다. 그러니 말이 곱지 않은 걸 용서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