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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자꾸만 더 자극적인 맛, 짜릿한 무엇을 찾아 나선다. 추리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 작품과 화려한 트릭을 탐닉한다. 그런데 ‘자극’에만 몰두하면 한계에 도달한다. 황당한 설정, 허무맹랑한 트릭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반면 <캐트펠 수사 시리즈>는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질리지 않고 그 덕에 꾸준히 찾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등장인물>
1. 캐트펠 수사(57세) : 젊은 시절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으며, 이후에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방랑 생활을 했다. 말년에 들어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안착했다. 약초, 허브 등을 좋아한다. 인자함과 유쾌함을 지니고 있으며 중요한 순간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한다.
2. 존 수사 : 혈기왕성한 20대의 1년차 수사다. 캐트펠 수사를 잘 따른다.
3. 콜롬바누스 수사(25세) : 예민한 성격의 1년차 수사다. 성녀의 유골을 발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4. 로버트 부수도원장(50세) : 180센티에 날카로운 인생을 지니고 있다. 성녀의 유골을 수도원으로 가져오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권력욕 많은 인물이다.
5. 제롬 수사 :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나팔수다.
6. 리샤르트 : 귀더린의 영주다. 50대의 나이에도 탄탄한 몸과 왕성한 기력을 자랑한다.
7. 쇼네드 : 리샤르트의 딸로 뛰어난 미모와 넘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8. 엥겔라드 : 객지에서 온 리샤르트 집안의 일꾼이다. 가축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줄거리, 스포 없음>
1137년, 전직 십자군 출신의 수사 캐드펠은 잉글랜드의 슈류즈베리 수도원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수도원의 명성과 자신의 지위를 위해 심복들을 데리고 웨일스의 한 마을로 성녀의 유골을 찾아 나서고 그 또한 통역 담당으로 합류하며 소란에 휩싸인다.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을 반가워하지 않는데, 특히 소지주이자 마을 대표 리샤르트의 반대가 극심했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다. 부수도원장은 리샤르트가 하늘의 뜻을 거역하여 벌을 받은 것이라며 성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정말 천벌을 받은 것일까?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역사 추리소설 캐트펠 수사 시리즈의 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현대 추리소설과 많은 차이가 있다. 어디서 볼 법한 등장인물, 조용한 배경, 평범한 사건 사고. 색다른 자극을 원하는 독자에겐 아주 많이 심심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시선을 바꿔야 한다.
세밀하게 묘사된 중세 영국과 웨일스 지방의 풍경을 떠올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상상하며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야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정세랑 작가와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작가가 왜 이 시리즈를 극찬했는지 느낄 수 있다.
<묘하게 정이 가는 주인공>
이 시리즈의 주인공 ‘캐트펠 수사’는 명탐정 셜록홈즈나 에르퀼 포와로처럼 개성 넘치는 인물이 아니다. 60세를 바라보는 땅딸막한 키에 식물 좋아하는 인자한 어르신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 1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고, 이후에도 방랑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다.
이러한 경험 덕분인지 다른 등장인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쾌함과 인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부드럽게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명탐정이 등장하여 단칼에 사건을 해결하는 맛과 달리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현대 추리소설(그중에서도 일본의 특수설정 미스터리)이 프랜차이즈 치킨이라면, 역사 추리소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다양한 채소와 함께 푹 끓여낸 치킨스튜다. 첫 입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진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고 한 그릇을 다 비웠을 때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다. 2권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바로 찾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