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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대학생 때 법정물의 대가 존 그리샴을 처음 만났다.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는데, 차갑게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금방 저자의 팬이 되었다.
이후에도 종종 법정물, 법정 스릴러 장르의 소설 · 영화 · 드라마를 챙겨봤는데 막상 주변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졌다. 난이도가 있고 취향을 타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입문자를 위한 괜찮은 법정 스릴러 소설을 발견했다.
『법정유희』는 1990년 도호쿠 대학 법학부 출신의 현직 변호사인 이가라시 리쓰토의 2020년 데뷔작이다. 전도유망한 엔터테인먼트 신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일본의 메피스토상 제62회 만장일치 수상작이기도 한데, 202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
<신념이 느껴지는 데뷔작>
이가라시 쓰토무 저자는 대학 진학 당시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법학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법률이 재밌고, 그 속에서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다만 법률 용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어떡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설을 통해 법률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가치관은 『법정유희』가 1 · 2부로 나누어진 구조에서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대학 시절 ‘무고 게임’에 초점을 맞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2부에서는 1부에 일어난 핵심 사건을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묘사한다.
내가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하는 건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뜻하는 ‘원죄(冤罪)’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전개 방식이 세련되어 책장이 잘 넘어가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있는 천칭이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법정물이다.
<복선을 찾아라>
추리소설 읽는 방법 중 사건 진상을 직접 추리하는 일과 저자가 숨겨둔 복선 찾기는 내가 좋아하는 독서법이다. 『법정유희』에도 다양한 복선이 배치되어 있다. 1부는 단편 본격추리소설 느낌의 두 사건이 등장하고, 2부는 법정물의 색채가 강한데 그냥 읽어도 좋지만 적절하게 숨겨진 복선을 의식하며 읽으면 해결 파트가 더욱 짜릿하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1부 첫 번째 무고 게임에서는 ‘회식 안내문과 접착력’을, 2부에서는 ‘용담꽃과 동해보복’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법정물 · 법정 스릴러 마스터 피스는 『파계재판』(다카기 아키미쓰, 검은숲, 2014, 절판)과 『타임 투 킬』(존 그리샴, 시공사, 2005)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입문자에게 권하긴 조금 난이도가 있다.
그런 점에서 『법정유희』는 편하게 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몇몇 설정에는 의문이 생기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리 마니아의 기준이고, 재미 · 주제의식 · 법정 스릴러의 매력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점에서 강력 추천한다.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