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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ㅣ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평점 :
<누군가에겐 ‘고작’ 다섯 번째, 어떤 이에겐 ‘벌써’ 다섯 번째>
종종 챙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워런 버핏 영상이 올라왔다. 지인들이 버핏에 대해 이야기하고, 버핏 또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 그는 영상에서 자신의 삶과 투자철학 기반에는 ‘책’이 있다고 강조한다.
예전 같으면 영상을 보고 1일 1책을 했겠지만, 올해는 천천히 책을 음미(吟味)하며 서평을 쓴다. 그래서 독서량 자체는 줄었다. 책 한 권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3번 이상 읽으며 책의 주제를 찾고 질문에 답을 달며 서평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능숙해졌을 것 같지만, 첫 번째 서평(책 읽고 글쓰기,링크)이후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그런 막막함을 뚫어 준 책이있다.
[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은 문학서평가이자 독서칼럼니스트인 조현행이 ‘서평 쓰기’에 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누구라도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분량이고, 읽고 나면 서평 쓰기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책은 프롤로그, 1~6부, 부록(서평 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나뉘어 있고, 저자가 서평 쓰기를 강조하는 이유와 단계별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다양한 예시가 등대처럼 시야를 밝혀준다.
<그 책? 그 영화 어때?>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인들로부터 “이 책 나도 보려고 했는데 괜찮아?” “그 영화 벌써 봤어? 볼만해? 재밌어?”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내용이나 감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어. 괜찮아.” “응. 볼만해.”하고 대답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이다.
저자는 그래서 말한다. “읽은 책에 관해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13p)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10년 넘게 책을 ‘읽기’만 한 필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과잉 기억 증후군(링크)’ 처럼 한 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독서는 기억에서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읽기와 쓰기를 병행하면 조금 더 선명하게 보관할 수 있다.좋은 추억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법이다.
다만 서평 쓰기는 시간과 품이 든다. 그럼에도 써야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미성숙한 인간이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는 방법의 하나이고, 쓰기는 이러한 ‘나아감’을 가속 시키기 때문이다.
적어도 앞으로 누군가 “그 책? 그 영화 어때?”라고 했을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질문 質問 :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물음(표준국어대사전)>
어떤 글을 쓰든 비슷한데, 서평도 쓰다 보면 할 말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책에서는 그에 대한 해결법으로 ‘질문’이란 도구를 제시한다.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73p)
블로그나 온라인 서점의 책 리뷰, 서평을 보면 책에 대한 짧은 감상 혹은 내용 정리가 주를 이룬다. 필요에 따라 그런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공허’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독자가 왜 그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질문이 빠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전 작성한 서평에도 그런 글이 보여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질문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업시간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은 눈총을 받는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형성된 습관이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책에게 던지는 질문은 누구에게도 핀잔받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받는다. 그러니 마음껏 질문을 던져보자.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도 생각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
서평 쓰기를 시작한 지 1달 정도 되었다. 이 글을 포함해 다섯 편의 서평을 썼지만, 여전히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고 중간중간 멈추기를 반복한다. 귀찮고 두렵다. 그래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명백한 사실은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꾸 써보면 진짜 쓸 수 있게 된다. 행복해도 쓰고, 슬퍼도 쓰고, 귀찮아도 쓰고, 열정이 넘칠 때도 쓰고 또 써라! 그리하여, 쓰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자유의 세계로 넘어오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93p)
저자의 말을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서평의 세계로 넘어오길 바라며 일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