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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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9편까지 읽으며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노력과 재능에 여러 번 감탄했다. 시리즈 물은 연재가 길어질수록 비슷한 플롯과 전개가 반복되어 지루함을 주기 쉬운데,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촘촘한 배경 묘사로 이를 상쇄한다. 매번 작품 집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9편을 시작으로 10, 11, 12편이 모두 1141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내전이 격화된 시기인 만큼 시리즈에서도 주요하게 다룬듯싶다. 참고로 해당 추리소설은 앞선 편과 달리 드라마가 없으며, 대신 BBC 오디오북으로만 제작되었다.



<저마다의 이야기>

현대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하위 장르 중 하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다룬 '사이코패스 소설'이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 토머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 등은 악인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악인은 없다.'가 어쩌면 이 시리즈의 숨은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141년 영국은 내전으로 병든 시기였다. 사건을 지켜 보다 보면 안타까움과 호기심이 생긴다. 그 덕에 주요 등장인물들을 자연스레 응원하게 된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들에게는 경건한 마음까지 생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무작정 손가락질 해선 안 된다는 걸 캐드펠 수사의 행동과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분기점>

추리 소설의 배경이 되는 1141년은 중세 영국 내전이 격화되는 시기였다. 스티븐 국왕과 모드 황후 권력다툼이 극에 달하고 귀족들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간을 보느라 치안 활동에 무관심했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시리즈는 처음으로 '1141년'을 4부작으로 그린다. 그 시작점이 『죽은 자의 몸값』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편을 골라 읽어도 크게 문제 없지만, 9~12편은 가급적 같이 읽는 게 여러모로 시리즈를 즐겁게 읽는 팁이 아닐까 생각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1977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시리즈가 완간된지도 30년이 흘렀다. 많은 책이 몇 년만 지나도 고루하게 느껴진다. 하물며 30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책은 독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다르다. 역대 최고의 역사 추리소설로 불리는 게 허풍이 아니라는 걸 『죽은 자의 몸값』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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