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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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의 저서 『미식예찬』에 실린 문구이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는 ‘나’를 나타내는 힌트가 되는데 시 또한 같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취향 속에 담긴 마음>

좀처럼 보기 드문 국산 비블리오 미스터리인 『시 탐정 사무소』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화 HJ그룹 딸 가출 사건, 2화 열정이 사라진 아이돌, 3화 셋째 형은 어디로 갔을까?, 4화 연애 상담, 5화 새로운 시작, 6화 독과 간, 에필로그로 끝맺는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 ‘시’가 얽히면서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 탄생했다. 각 단편은 가출 혹은 슬럼프, 연애 문제 등 주변에서 한 번쯤 접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여타의 추리소설이 사건을 조사하며 힌트를 얻는 것과 달리 『시 탐정 사무소』는 등장인물이 남긴 ‘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얼핏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탐정이 풀어 놓는 시 해석을 듣다 보면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영원불명의 탐정 ‘셜록 홈즈’와 시의 만남>

화자로 등장하는 조수가 군인 출신인 점, 탐정 이름이 ‘설록’이라는 걸 통해 『시 탐정 사무소』가 다분히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를 오마주했음을 알 수 있다. 말투와 행동도 닮은 구석이 많은데, 자칫 우스꽝스러울수도 있는 부분을 절제하며 어색하지 않게 구현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추리소설과 시를 절묘하게 엮은 플롯이다. 시를 위한 이야기 혹은 추리를 위한 시가 되었다면 소설의 매력이 반감되었을텐데,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시의 따뜻함과 추리소설의 차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 탐정 사무소』는 분류하자면 일상 미스터리이기에 충격의 반전, 화려한 트릭이 등장하진 않는다.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 작품이 가진 매력과 저자의 가치관 덕분이라 생각한다. 


시를 읽고 공부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시금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더 많은 독자에게 시를 즐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설록과 완승의 소명은 다한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저자의 말, 198쪽)


끝으로 책에 소개 된 11편의 시 중에서 마음에 든 한 편을 전한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묵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헣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뀡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이런 분에게 추천 :

1. 시 좋아하는 분

2. 색다른 추리/미스터리 소설 찾는 분.

3. 『불편한 편의점』 재밌게 읽은 분

4. 국어 교육에 관심 많은 선생님 + 부모님

5. 셜록홈즈 시리즈를 재밌게 읽은 분


이런 분에게 비추천 : 

1. 장편 추리소설 찾는 분.

2. 서사가 탄탄한 소설 좋아하는 분.

3. 셜록키언



<안녕 로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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