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치킨 주문을 위해 배달의 민족을 열었다. 그런데 단골 가게가 임시 휴무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가게를 찾다가, 눈쌀이 찌푸려지는 리뷰를 보았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가 아니라, 마치 초등학생이 떼쓰듯이 적은 글이었다. 이런 평가를 할 정도로 맛이 별론가 궁금한 마음에 주문을 넣었다. 결론적으로 맛은 평범했다. 리뷰에 적힌 만큼 욕을 먹을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리뷰란 공개적 일기이자 메모장이다. 내가 먹고, 입고, 보고, 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을 적는 행위를 타인에게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뷰를 욕설, 혹은 무지성 비난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은 통쾌하고 자신과 비슷한 감상을 가진 사람에게 호응을 얻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 결국 ‘누워서 침 뱉기’ 이다.

그런점에서 가와사키 쇼헤이의 『리뷰 쓰는 법』은 리뷰 쓰려는 사람에게 올바른 가이드를 제시한다. 본인이 느낀 것의 가치를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전해야 하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책은 크게 비평(리뷰)의 의미와 준비, 쓰는 법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리뷰를 쓰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보다, 마음가짐과 태도에 관해 참고할 부분이 많다.



<리뷰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의 가치가 누군가에 의해 먼저 판정되고, 그 가치가 고정불변한다면 비평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있을 리 없고, 저와 여러분에게 A의 가치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중략) 대체로 세상만사는 이러해서 두 사람이 있으면 두 갈래,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갈래의 가치관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구조는 누가 비난할 일도 아니고, 사회가 건전하고 평화로운 한 지속될 것입니다.’(11P)

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즉, 리뷰란 나를 표출하는 행위이자, 타인과 소통하기위한 방법이다. 배달음식 리뷰, 맛집 리뷰, 영화 리뷰, 책 리뷰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은 모든 경험이 리뷰 대상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객관성인데, 이는 사물의 가치가 ‘객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23P) 

예를 들어 가게 주인 혼자 자신의 음식이 맛있다고 떠들어 본들, 열에 아홉은 믿지 않을 것이다. 제삼자가  먹고 이러이러한 점이 좋고, 특색있다며 객관적 이유를 들어 전달해야만 ‘진정성’이 생긴다. 

이러한 ‘리뷰=가치를 전달하는 글’의 필요성이 생겨난 이유는, 소비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하기가 불가능해졌다. 



<리뷰의 가치는 마음가짐에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이런 리뷰를 보았다고 하자. 

[이거 사서 돈 버렸다. 개떡 같다. 별 하나, ☆!](43P)

어떤 생각이 드는가? 1차적으로는 ‘정말 별론가?’싶지만, 이유도 없고 맥락도 없기에 다른 리뷰를 더 찾아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리뷰를 쓰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가치는 0점이다. 

저자는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대상을 비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52P)

라는 말로 리뷰 작성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사랑’이란 ‘객관적’ 시선을 뜻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손이 가는데로 표현하지 않고, 분명 자신이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는데(사랑하던 상태), 왜 부정적이게 되었나를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음에 든 경우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다가 아닌, ‘이러이러한 점을 기대했고, 기대에 부응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표현할 경우 그 리뷰는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쉬운 점, 개선 방안 등까지 제안한다면 타인이 무시할 수 없는 단단한 리뷰를 쓸 수 있게 된다.

                                                                                                   


추천하는 책들은 오래 된 일본 서적이고 번역도 되어 있지 않다. 리뷰 예시, 기술적 방법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많이 부족한 책이다. 이는 내용의 문제보다 원서와  번역 된 제목의 괴리로 인해 생긴 선입관이 한 몫한다.(『はじめての批評 : 勇気を出して主張するための文章術』, 처음시작하는 비평 : 용기내어 주장하기 위한 문장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라면, 기술적인 부분보다 태도와 마음가짐에 중점을 두고 읽어보길 바란다. 쏟아지는 정보와 물건 속에서 가치를 전달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의견 나누면 좋을지 궁금한 모든 사람에게는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리뷰행위는 ‘봉사활동’이다. 소수의 리뷰어를 제외하고, 대부분 금전적 이득을 얻지 못함에도 우리가 끊없이 리뷰를 남긴다는 것은 타인을 돕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한 켠에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자신의 리뷰를 더 잘 전달하고 싶은 분, 타인과 발전적인 의견 교환을 나누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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