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어강국 KOREA를 키운 3.8 따라지 - 영어를 경영한 CEO 이야기
민영빈 지음 / (주)YBM(와이비엠)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취업을 앞두고 토익 이란 시험을 처음으로 볼 때의 일이다.
학력고사를 방불케 할만큼 엄청난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토익을 치르고 있었다.
사뭇 국가고시처럼 치러지는 토익 시험을, 나는 당연히 국가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시험을 일반 회사에서 주관한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다.
그뿐인가, 토익과 관련된 학원, 학습서, 각종 프로그램까지...
민영빈 회장이 일구어낸 토익 20년사-그 어마어마한 수익 규모까지-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나 뭇 재벌들이 대중들에 알려진데 비해 민 회장은 좀 감춰진 사람이었다.
몇 해전 MBC 성공시대에서 그의 사례가 방영되었을 때 꼼짝도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던 바,
올초 출간된 그의 자서전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는데, 1, 2부는 정말 재미있다.
전쟁통에 월남한 빈털털이 북한 청년이 영어 하나에 미쳐 살았던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영어를 즐기면서 그 하나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그의 사업 마인드 또한 놀랍다.
우리는 늘 목표를 향해 질주하지만, 정말 내가 원하고, 나와 맞아 떨어지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이나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신은 굶주린다.
이 책을 읽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책을 덮고 내 인생을 더듬는데 또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른 이들도 그런 계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덧붙여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와 현대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역사책이기도 하다.
책 전반에 걸쳐 각 섹션의 도입부에 '천지개벽'이란 타이틀로 22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로, 304페이지의 천지개벽 18은 저자가 일본 여행길에서 택시 기사와 나눈 역사 이야기다.
'택시 기사는 도고 헤이하치로 원수가 1904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함대를 일격에 무찌른 일본의 넬슨 제독과 같은 영웅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도고 제국이 이끄는 일본 함대가 포항 앞바다에서 러시아 함대를 수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대영제국이 일본을 도와준 덕분이지요. 100년전 극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던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하는 일이 영국의 세계 전략의 지상 목표였소. ......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의 남진을 막을 길이 없었던 영국은 영일동맹을 성사시키고 일본을 충동질해 러일전쟁을 일으킵니다. ......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영국은 블라디보스크로 이동하려는 러시아의 발틱 함대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포항 앞바다까지 오는데 자그만치 7개월, 블라디보스크로 가는 길목에 숨어 있던 도고 제독의 함대가 발틱을 격멸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습니다. 기사 아저씨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학교에서 다 배웠겠죠."
역사를 잘못 가르치는 나라는 일본뿐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의 잘못된 역사 교육 때문에 젊은 세대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