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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아침, 월요일이니 당연히 주부들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일색이다.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역? 미스코리아들과 무슨 미용협회 회장, 대회 주최 신문사 직원 등이 찬성의 입장에 섰고, herstory 여 기자와 안티 미스코리아 진출자 등 찬성자들에 비해 조금 못생긴(^^) 여자들이 반대파였다.

'어디, 뭐라고 주장하나 한 번 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30여분을 보다가 화딱지가 나서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녀들은 논쟁 또는 토론의 아주 기초적인 방식조차 모르는 듯 했다.

상대가 찬성을 하는데 근거로 든 이유. 예로 "국제 대회에 진출할 대표를 뽑기 때문에 국제 대회의 기준을 좇아 수영복 심사를 하는 거고, 대표로 뽑힌 여성은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여자로 국제 무대에 선다"고 한다. 그러자 반론으로 이런 얘길 한다. "수영복 심사는 여성을 성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를 왜 몸으로만 판단하느냐? 나는 수영복 심사를 차치하고 미인대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 상대가 주장을 하면, 그의 반대되는 내용이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설득을 시켜야 하는데 그냥 싫단다. 요즘 남성들 중심의 토론을 한 번 보자. 책상 위에 브리프들 잔뜩 쌓아놓고 상대가 발언을 하고 있는 동안 신나게 자료를 넘긴다. 너무 자료를 많이 준비해 시간 제한을 재차 촉구해도 할 말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토론자의 특성에 따라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지만, 서로 주장하는 바를 잘 드러내주고 수긍을 넘어서 설득적이다.

오늘 아침 그녀들의 공통 의견은 여성의 위상 강화였다. 한쪽은 수영복 입고 위상 강화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쪽은 옷 입고 강화 하자는 것이었다. 여성 위상을 그렇게 운운하는 사람들이 어째 그리 준비가 안 돼 있을까? 

남자들은 미인대회 날이면 선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1번이 이쁘네, 5번이 이쁘네 난리면서, 이런 여자들의 토론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니, 무시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러나 남자들이 벗은 여자들에게만 관심을 보인다고 하기 전에 눈뒤집히게 지성적이고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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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충분히 타당성을 갖춘 논리적 증거가 결여된 주장은 단순한 개소리에 불과하죠..
미스코리아 대회의 존폐 여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더이상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 걸 들은 것 같은데 맞나요?)의 실시.....
제발 사회적 이슈로만 반짝 !끝나질 않길 바랄 뿐이죠. 어설픈 페미니즘의 운운은 즉자적인 거부감만을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해요.....

2004-04-05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4-17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물과 사상]은 대학때부터 몇 년 간 꾸준히 정기구독하던 책이다.

신문방송을 전공한 탓에,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진실(truth)을 절대 팩트(fact)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웩더독'이란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기득 계층은 자신의 잇권을 지키기 위해 이슈를 생산해 낸다. 이를 의제 설정이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의제 설정은 시민들에 의해 도출되어 사회 전반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의 북풍이, 기득세력이 셋팅한 의제의 좋은 예이다. 김현희가 일으킨 칼기 폭격 역시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조작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있다. 아니, 증거만 없을 뿐 조작이라는 여론이 크다.

그런저런 얘기들을 [인물과 사상]에서 많이 접했다. 그러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내가 너무나 비판적이고, 매사에 의심하는 사람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무드를 타고 원활한 인간 관계와 업무 수행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작은 몸부림으로, 이 책을 끊었다. 잠시 금단 현상이 뒤따랐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도 멀리 했다. 가급적이면 비판도 환호도 아닌 중립의 자세를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TV나 신문 등을 통해 정치판을 주시해 온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내가 도대체 이 사안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탄핵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준만과 유시민을 좋아한다. 솔직히 그들의 논조와 사고방식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옳으리라. 마음이 좀 다급해져서 급하게 4월호 [인물과 사상]을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강준만과 유시민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문득 과거 내 비판적 성향도 어찌보면 그들의 의제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제는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기를 것이지, 무조건 비판을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보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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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셨군요........
저 같은 경우는 저 자신의 미디어의 폭력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그것 또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있어 관건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저도 한 번 자문해 보지요. "나는 진보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