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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 미안.
일주일 치 방세를 빚지고 가는구나.
내 파를 잘 돌봐줘. 뿌리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다케오 씨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아니 철 좀 들라고 해.
여자를 귀찮게 하는 어린애 같은 남자는 질색이야.

우리 엄마는 그랬지. 남자는 다독이면서 구슬려야 한다고…
그래서 난 엄마의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려고 새 아빠를 유혹했어.
정말 엄마는 잘도 이해하더군. 대신 나를 버렸지만…
새 아빠는, 내 사랑하는 소이치의 생물학적 아버지란 점을 빼고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지.
아! 내가 마음껏 바닷가 별장을 쓰게 해주는 것도 제외하고…

소이치와 나는 별과 달이 빚어내었어.
우리가 만들어낸 사랑의 멜로디는 주파수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지.
그 멜로디가 자기들을 향해 연주된 것으로 착각하고 나를 안아주던 사람들…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 침묵을 그들은 사랑으로 착각했나 봐.
난 그들의 품에서 소이치를 향한 사랑의 연주를 리허설 했을 뿐인데...
그저 안아주는 것으로만 끝을 낼 수 없었던 그들은 날 참으로 귀찮게 했지.
그래서 짜증으로 얼룩진 나의 신경들은
나의 사랑 소이치를 향한 아름다운 멜로디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 거야.
쓸모가 없어진 거지. 그래서 나의 달로 돌아가려 해.
차가운 달의 기운으로 더욱 냉정해져서 누구의 품에도 안길 필요가 없어졌을 때
그때 다시 연주하려 해.
리카, 너만은 내 연주를 들어도 좋아.
니가 좋아하는, 비 내리는 히뿌연 오후, 창가에서 만나.

안녕. 하나코로부터 > 낙하하는 저녁_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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