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트 퍼즐 픽션 Puzzle Fiction 4
피터 와츠 지음, 김창규 옮김 / 이지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은 어렵다.
주인공을 태우고 번스-코필드 혜성으로 날아간 테세우스호의 에너지원은 반물질이다. (젠장, E=mc2도 이해 못했는데 양자역학 왠 말이냐??) 신경생물학의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 신경생물학이 뭔지 하나도 모른다. 더군다나 나는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해내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공간치다. 그런데 SF를 사랑하다니.. 이건 나의 슬픔이지 뭐..) 그렇다 보니 테세우스의 내부 구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인공들이 탐험(?)하는 외계물체 로르샤흐도 내가 상상한 로르샤흐와 작가가 그려낸 로르샤흐의 모습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 이 책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이 책 다 읽고 1000페이지 가까운 댄 시먼스의 ‘일리움’을 읽고 있는데.. 이 책보다 세배쯤 진도가 빨리 나간다. )

책 위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난 이 문구에 낚여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책을 읽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낚시질 서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귀가 우주선의 선장을 맡고 있다. 승무원은 포스트휴먼 좀비들이다. 그렉이건이 신경생물학에 매료되어서는 그 승무원들을 통해 외계인과 접혹하는 상황을 그린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그게 ‘블라인드 사이드’다. “
흡혈귀와 포스트휴먼 좀비에 정신이 팔려서 ‘그렉 이건’을 보지 못한 나의 실수 일수 밖에. (이 소설은 내 주장컨데 그렉 이건보다 하드하면 하드했지 그 보다 못한 수준이 아니다.)

나는 어릴 적 간질을 앓아 두뇌의 절반을 잃었다.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감정을 버렸다. 그래서 죽어가는 여인 앞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줘야 하는지 그 알고리즘을 찾을 수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직업은 종합가다. 인간이 받아드리는 정보를 감정을 삭제하고 받아드리는 직업이다. 언제나 관찰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과 말투, 몸짓을 감시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라하겠는가?

그런데 어느날 21세기가 저물어 가고, 19세기에서 20세기만큼의 과학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화사회에 외게인이 출몰한다. 개똥벌레(?)처럼 생긴 외계물체가 하늘을 뒤덮고 한꺼번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세상을 먹먹하게 만든 거다. 지배층들은 이 외계물체가 무엇인지, 지구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알기 위해서 번스-코필스 혜성 근처로 탐험선을 보낸다.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자 한명.
그들의 인지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4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언어학자, 한 명.
혹시 적대적일 경우 필요한 군인 한 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한 종합자인 나, 시리
유전과학을 되살려낸 인간과 다른 사고를 하는, 인간의 포식자 벰파이어 주카.
이렇게 다섯명이 엄청난 인공지능을 지닌 테세우스호를 타고 외계 생명체와 만나는 모험이다. -0-
아.. 이러니 정말 낭만적인 책 같아 보이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 어렵다. 다 보긴 했으되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의 역사’처럼 이 책도 다 보긴 했으되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절대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우주라는 제한된(?)공간에서 인간사회에 동떨어져 외계물체와 조우하면서 인간의 인지체계의 한계와 모순을 꼬집는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더라고 꽤 많다. 그러니 좀 더 쉬운 책을 볼란다.  


여자들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책,
만약 당신이 남자고 하드하고 최신 트렌드의 과학 상식이 녹아 있는 책을 고른다면 추천.


P244
그래, 그 애기는 항상 나오지. 기계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 기계혐오주의자들은 컴퓨터 오작동을 사랑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사고로 일어날 뻔했던 전쟁을 상당수 예방했다고 주장하지. 하지만 위원장, 웃기는 게 뭔지 알아? 인간이 의도적으로 일으켰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야. “

p.382
어쩌면 실제로는 아이작에게도 내 방식이 안통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은 커닝햄과 마찬가지로 나의 조작을 금세 꿰뚫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괘념치 않았다. 내가 자신을 읽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작은 그런 상황에서도 나르 좋아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맞는 해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작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유일하게 먹먹해졌던 부분. T.T (내가 좋아한 아이작은 로르샤흐를 탐험하다 죽었다. 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렇게 쉽게 죽는 지. T.T  꽤 멋진 캐릭터였는데 말이다.) 나는 아이작처럼 친구의 허물까지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빈다.

p.393
두뇌는 생존을 위한 도구지 거짓말 탐지기가 아니다. 자신을 기만해서 적응력이 높아진다면 두뇌는 거짓말을 한다. 관계없는 것들을 무시한다. 진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P468
시리, 너희는 합리화를 한다. 변호도 하지. 너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을 부인한다. 앉은 자리에서 그럴 수 없으면 흔한 일로 만들려고 한다. 증거가 늘어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지. 학살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면 못들은 걸로 친다. 대랑 살상의 증거를 보면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멸종 생물이 생기면 태양 흑점과 화산을 탓한다. 다들 그렇지만 네가 가장 심하다. 너와 네 중국어 방이 그렇다. 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수학으로 대체하고 그게 먼지 알지도 못하는 진실을 거부한다.

-벰파이어 주카가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한 말. 모두 다 사실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퀴즈 왕들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립학교의 평범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뉴욕시 중학생(정도의) 퀴즈 대회를 나간다.
중학교2,3 학년의 형들을 물리치며 승승장구.
드디어 결승전.
문제는 바로 아이들의 갈등과 상처에 관한 문제다.
틀릴 수 없는 자신들의 문제들.
아이들을 그 문제를 꼬박꼬박 맞춰가며 자신의 갈등을 풀고 상처를 치유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이 책이 정말 무미건조해보이지만… T.T
이 책은 읽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영리한 14살 소년 노아의 재치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나디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풍요로운 아이다.
슈퍼맨 루카스 형을 둔 에탄은 다른이에게 형의 별책부록처럼 존재하는 아이다. 그래서 에탄의 섬세함, 관찰력, 그리고 인내심과 배려 같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그 아름다운 능력을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T.T
마지막으로 줄리안 싱.
영국 기숙사학교에서 나고 자라 귀족적인 발음으로 에피파니에 전학 온 아랍계 소년.
친구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서 다과회를 선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마술사의 ‘기량’을 갖춘 소년. 이 네명의 청소년이 뉴욕시의 퀴즈왕이 된다.

아, 빠드릴 수 없는 선생님 한 분!
어떻게 다른 선생님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 낼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는 하반신 불구의 올란스키 선생님.
그러나 이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어른이다.
물론 이 아이들의 영혼을 하나로 묶은 마가렛 할머니와 아이지 할아버지의 결혼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 중에 하나다.

참 잘 구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인물들이 청소년 문학이 가져야 할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는 책.
슬럼독밀리어네러의 어린이판.. 그러나 더 사랑스럽고 훈훈한 책
1318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을 책 “퀴즈왕들의 비밀”이다. 
 

 

<이 것이 첫번째 퀴즈의 답 캘리그라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붓글씨도 캘리그라프라고 한다> 

 

<결승전 두번째 문제의 답 사르가소 바다. 플로리다 윗쪽 해변. 그 유명한 벼뮤다 삼각지 위 편.>
 

P37
올린스키 선생님은 대회를 포기했다. 사람들은 선생님이 장애인이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로마 박사에게 그 말 자체가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태도 때문에 상처 받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아니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태껏 받아온 교육과 그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 때문에 로머 박사는 장애인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 또 농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P.90
농장에서 사는 사람들과 농부들은 먼지를 달리 생각하는 것부터 그 차이가 드러난다. 그 사람들에게 지구는 소중하고 잘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먼지는 아니다. 그들은 먼지를 없애고 싶어할 뿐이다. 하지만 농부들은 먼지를 좋아한다. 먼지는 지구의 한 부분이며 먼지를 처리하는 것은 퇴비를 만드는 일의 일부이기도 하다.

P129
내 일생에서 단 하루를 고르라면…. <중략>
우리가 처음 다과회를 했던 날 있지. 바로 그 날이야. 그 때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난 다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P 161
고팔 아저씨는 마술사란 자기 마술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리고 싶어하는 마술사는 진정한 마술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기적을 깨뜨리지마. 너는 사라지고 마술만 보이게 해. 네가 드러나고 마술이 사라지게 하지 말고”

P212
친절이요, 선생님. 노아, 나디아, 에탄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친절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자신에게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배웠어요.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알겠어요? 선생님께서도 나쁜 것만 보셨다면 좋은 걸 어찌 아시겠어요? 아마 줄리안은 친절에 대해서 다른 애들보다 더 많이 알았을 거예요. 우리 아들과 저는 운이 좋았어요. 유람선을 타고 여행하면서 참으로 많은 친절을 경험했어요. 우리 아들은 이 학교에 와서 비로서 나쁜 행동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지요. 심술과 익의를요. 아이들이 그 애에게 못된 짓을 많이 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진열장 1 펜더개스트 시리즈 1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서평은 엄청난 스포일러임으로 이 책을 정말이지 꼭 읽어야겠다는 분들은 이 서평을 살며시 덮어두길 바란다. 
 

큰 키에 마른 몸매, 투명하리만큼 핏기 없는 흰 피부.
왠지 이 책의 주인공 팬더게스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기스러워진다.
약간의 고딕풍, 어두컴컴한 새벽녘의 고즈녁함.
오랜 된 건물에서 새어나는 쾌쾌함.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의 음산함.

내가 이 책 ‘살인자의 진열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 건설현장에서 130년 전의 시체들이 발견되고 롤스로이스를 타고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노라 박사를 찾아온 팬더게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이런 느낌을 기대했다. 등장한 인물의 기괴함이나 130년전의 사체를 놓고 법의학자가 아니라 고고학자를 찾아온 이유가 왠지 이런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나는 2권까지 길게 늘어지지 말고 여기서 깔끔하게 고백하자.  

내 기대가 과했다고, 개연성이 부족하고 독자에게 사건의 공감도 끌어 모을 수 없을 만큼 이 책은 산만하다고... -_-+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한다. 특히나 이런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독자들은 누가 범인일지, 작가들이 알려주기 전에 먼저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 그 놈일 줄 알았어. 그 놈이 이런이런 부분에서 수상했다니까..’
작가가 알려주기 전에 먼저 맞추고 스스로의 집중력이나 관찰력에 만족한다. 그게 추리소설을 읽는 아주 원초적인 매력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스토리가 있다. 아주 쉽고 단순하고 유치하게...
‘그래서 에녹 랭 박사는 영생의 비밀을 푼 거야? 그런데 현대의 누군가가 그 비밀을 노린 거야? 그래서 살인이 벌어지는 거고. 그래서 범인과 팬더게스트가 1:1 혈투 끝에 그 비밀을 손에 넣는 순간, 그 비밀을 불에 타거나 강물에 흘러가거나, 그런 식으로 파괴되는 거야? 이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설마, 이거 미국에서 꽤 인기 있는 시리즈라며.. 이런 식으로 B급 헐리우드 스토리로 막 나가는 건 아니겠지. 알라딘의 서평도 꽤 좋았잖아. 아닐 거야;’

살인자의 진열장 1권이 끝날 쯤은 내 생각은 이렇게 이어졌지만 작가의 인지도를 믿었고 나의 뒤통수를 칠 기발한 반전을 기다리며 2권을 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내 기대는 또 다시 과했고 이 책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 130구의 시체를 발견하고 나서, JC쇼텀의 편지가 발견되었을 때 이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주인공이 그랬다. 다국적 제약회사 가문의 FBI요원. 돈 많고 백 많은 인간이라서 자신이 원하는 사건만을 들쑤시고 다닐 능력을 지녔다. 운전사를 둔 롤스로이스를 몰고 사건 형상을 누빈다.   

 

참 이런 매력적인 주인공이 하고 다니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처음에 노라를 왜 찾아갔을까? 법의학자도, 법인류학자도 아닌 노라 켈리 박사를 말이다. 그리고 130년 전 일어난 사건이 에녹 렝의 짓이라는 것을 그냥 처음부터 어떻게 알았지?, 뉴욕이라는 커다란 도시에서 갑자기 발생한 도리 홀랜더의 살인사건이 에녹 렝과 연결될 지 사체 부검을 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한다. 찬찬히 훑어 보면 팬더게스트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에녹 렝이 영생의 비밀을 푼 것도, 그 비밀을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마지막 꿈도... (물론 반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알고 있다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알게 됐는지 개연성 있고 조리 있게 독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뭐든지 다 아는 팬더게스트니까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이런 점이 이 책을 지루하게 만든다. 매력적인 거죽을 지닌 팬더게스트는 알고 보니 별거 아닌 폼만 잡는 허영덩어리라는 느낌?  

 

팬더게스트만큼 재수 없는 탐정 셜록 홈즈도 어떻게 그가 지식을 얻게 됐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왓슨’을 놀리면서  이야기는 다 해준다. 그제야 독자들은 셜록의 관찰력과 분석력이 얼마나 월등한 지 알게 되고 셜록 홈즈의 팬이 되는데 말이다. 사건의 모든 내막에 침묵하는 셜록이라니.. 그런 탐정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대부분 헐리우드B급 영화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위 인물도 그렇다. 맨날 헛다리 짚는 구스퍼 경감님이나, 사리사욕에 눈 번 브리즈번 부관장들은 이런 류의 영화나 소설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이런 연쇄 살인이 벌어질 때는 공교롭게 꼭 선거철이다. 시장님은 그래서 진범보다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성과만 필요할 뿐이다. 슬러셔 무비에서 가장 안타까운 정의로운 피해자나.. (난 오쿄네시를 가장 좋아했단 말이야. 그렇게 죽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워!!!) 야망이 큰 스미스백 기자나, 새로울 것도 없고 특이할 점도 없는 전형적인 인물,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주위 등장인물은  이 책의 매력을 떨어 뜨리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살인자의 진열장은 1권에서 온갖 폼을 다 잡고 멋들어진 연설을 해 놓았지만, 정작 그 연설의 끝맺음을 엉성하기 그지 없다. 조금만 더 치밀하고 조금만 더 꼼꼼했다면 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당신이 이 책을 잡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이 그대로 펼쳐지는 추리물...
범인이 누군지 생각도 하기 싫은 책.
독자에게 너무도 불친절해서 과연 작가가 생각이나 있었을까 라는 의심이 드는 책.
만약 이 책을 읽는 것보다 헐리우드 영화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살인자의 진열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부팅해 누슈를 검색했다. 누슈가 어떤 모습의 글자인지, 책 읽는 내내 궁금했다.



왼쪽이 내가 구글에서 찾은 누슈 문자다. 이 책만큼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자 한자대신에 한자의 모양을 빌어 만들어낸 표음문자라고 한다. 남성의 한자보다 간결하고 부드럽다.. 1950년대 이 문자가 발견되고 냉전이 치열했던 시대였던 만큼 첩보전의 암호로 오인 받고, 나리의 부족인 야오족의 방언임을 알게 된다. 1984년에 이르러서야 여성들의 글자라는 누슈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만 2004년 마지막 누슈 능통자가 사망하고 나서, 그 해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설화’의 삶처럼 굴곡이 깊은 문자인 듯 싶다. 그러나 이런 배경 지식이 있건 말건, 이 책을 읽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나리와 설화의 아름답고 서글픈 우정이야기를 담아낸 ‘문자’라 관심을 갖게 된 것뿐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즐겁다’ 다. 아주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다. 4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즐거운, 그런 독서여행을 주었다.

난 ‘대지’의 작가 펄 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대륙을 파는 장사꾼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펄 벅이 중국에서 오래 살았고 또 중국을 사랑한다 손 치더라도,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는 전혀 다르다. 다만 펄 벅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미지의 땅을 서양인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중국작가도 중국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결혼을 하며 어떤 삶을 사는 지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중국 작가들은 그런 의례가 아닌 중국인의 삶에 매달리는데 반해서 오로지 서양작가들만이 중국의 의례에 매달린다. 나는 그게 거슬린다. 중국인들의 삶이 왠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눈요기 거리가 되는 느낌이다.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그래서 ‘대지’를 읽었다면 펄벅의 중국에 대한 이해를 감사하기보다 왠지 모욕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중국에 대한 몰이해로 분노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 작가가 노벨상 수상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타민족, 타 국가의 이야기를 쓰는데 작가는 그리 용감할 필요가 없으며 쓴다면 그 민족과 국가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작가는 미국인(중국계라고 하지만)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주 재밌다. 이 책은 다만 중국이 배경이었을 뿐, 우리네 할머니가 살았을 삶을, 혹은 우리 ‘여성’들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리’와 ‘설화’의 서글픈 인생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P. 52
당시에는 알지 못했었다. 내 작은 발은 미래의 시댁 사람들에게 출산의 고통뿐만 아니라 어떤 불행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나의 자제심과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터였다. 또 내가 친정 식구들, 특히 친정어머니에게 순종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장래 시어머니가 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될 터였다. 또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내가 수를 놓은 신발은 장래 시댁 사람들에게 자수 솜씨뿐만 아니라 다른 집안 일에 대한 내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터였다
.

나리가 전족을 하면서 알게 된 여성 삶의 현실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이 처하게 될 처지. 7살 어린 나이에 발가락 뼈를 부셔 7cm의 작은 발을 갖게 되면서 얻어야 할 가치. 자유를 포기하면서 순종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소녀. 그렇지만 그 소녀는 순종에 머리를 조아리는 대가로 영혼의 친구를 얻는다.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사랑. 부모나 남편도 줄 수 없는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염려하며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얻는 관계, 바로 라오퉁이다.

P65
“착한 섬풍과 여자의 도리를 배우는 소녀가 있다고 들었어. 너와 나는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지. 우리가 서로 단짝이 될 수 있을까?”

P69
우리 만남이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어. 네가 쓴 말들은 내마음을 채우고, 우리는 한 쌍의 웡앙새가 되겠지. 우리는 강 위에 걸린 다리와 같아.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 둘 사이를 부러워할 거야. 그래, 내 마음은 진실로 너와 함께 하겠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리’지만, 나리를 통해서 영혼의 단짝(라오퉁)인 설화의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다. 설화는 아주 부잣집 아가씨로 태어난다. 부자 3대 간다는 말이 없듯 그 아버지는 무능력했고 마침내 아편에 빠져들었다. 그런 설화의 삶을 붙들어 맨 건 ‘나리’와의 우정을 통해서다. 우리로 말하면 몰락한 양반집 자손 나리는 천한 농부의 딸 ‘나리’와 라오퉁을 맺게 되고 그녀에게 여자들의 글자인 누슈를 가르쳐 주고 나리에게서 살아 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 베를 짜고 수를 놓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는, 너무나 사소하고 현실적인 어떤 것을 배운다. 자신보다 더 부자고 나은 집에서 자라 세련된 취향과 지식을 가지고 있던 설화는 나리에게 보물 그 자체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집에 오는 날만을 기다린다.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는 어린 시절, 나리는 기다림의 설렘을 배우고 누슈 문자를 통해서 친구와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다.

P104
우리가 우슈의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녀가 남들 보기에 행복하고 화려한 생활 뒤에 숨겨진 아픔을 누군가와 공유할 방법을 찾았다는 거야. 그리고 그런 그녀의 선물이 수많은 세대를 거쳐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왔던 것이란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리는 다른 여자와 다르고 또 다른 만큼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빛나던 유년시절은 쉽게 끝나버리고 설화와 나리의 운명은 달라진다. 아름다운 발을 가진 나리는 부유한 루집안으로 시집을 가 그녀의 운명을 예언한 점쟁이의 말처럼 축복된 삶을 살게 되고 설화는 백정의 아내가 되어 구박과 핍박 그리고 학대를 받게 된다.

P343
나는 그들과 함께 수를 놓고, 힘들 때는 서로 위로해주지. 그들은 나를 동정하지 않다. 내가 잘 지내지 못할 때는 나를 찾아오기도 해… 나는 외롭고 혼자니까. 나는 너처럼 정해진 시간에만 와서 위로해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 위로해줄 여자들이 필요해. 내가 옛날에 어땠으며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나를 봐주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나는 홀로 날고 있는 새가 된 기분이야. 난 짝을 찾을 수가 없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을 보상받은 나리는 설화에게도 사랑 받기 위해, 더 노력하라며 설화를 벼랑 끝으로 몬다. 그러나 설화는 삶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나리의 충고를 묵묵히 따르며 헌신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P361
설화는 라오통으로 마님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어요. 하지만 마님은 너무 남자처럼 생각했죠. 오직 남자의 규칙에 서서 설화의 가치를 평가하고, 남자가 사랑하듯 설화를 사랑했어요”


뒤뚱거리는 몸짓이 남성을 자극한다고 해서, 혹은 멀리 걷지 못해 비참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중국인들은 ‘전족’을 한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발을 붕대로 칭칭 동여매 발가락 뼈를 부러 뜨려 남자의 한 손에 쏙 들어가게 끔 작은 발을 만들어내는 야만적인 풍습. 이 책을 주인공은 형벌처럼 내려진 삶에 머리를 조아리며 순응한다. 그렇지만 참는 것이 넘쳐 흐를 때 여성들만의 문자인 ‘누슈’를 빌어 남자들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삶의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을 적어 라오퉁에게 보내 감정을 나눈다. 그것만이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다.

진실한 친구 세명을 가졌다면 성공한 인생을 산다고 했는데, 설화가 나리에게 베푼 굳세고 질긴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면 세 명은 너무 많다고 할 지 모른다. 단 한 사람이 끝없고 흔들림 없는 우정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그리고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나리가 얼마나 서글퍼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느껴봤으면 좋겠다.

역시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남자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아서도 안 되는 누슈 문자처럼 남자들은 별로 감동적이지 않을 책. 그러나 여자라면 그것이 열 일곱 소녀부터 여든 살의 노인까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도원의 죽음
C. J. 샌섬 지음, 나중길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수도원의 죽음은 ‘어둠의 불’의 전작인데, 나는 후작을 먼저 읽었다. .T.T
이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어둠의 불을 좀 다르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들지만, 이미 지나버린 것 어쩔 수는 없지 뭐..
크롬웰이 제인 시모어와 헨리 8세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제인 시모어에게서 에드워드 왕자를 얻었으니 크롬웰의 기세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기세 등등 했을 터이고, 뼈 속까지 신교도였던 크롬웰은 이 기세를 몰아 종교개혁에 나선다. 수도원을 해체시키고 수도원에 부속된 땅과 토지를 국가로 귀속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흥선 대원군이 실행한 서원 철폐와 비슷한 모양이다) 귀족과 성직자라는 구세력과 상인, 변호사들로 이뤄진 젠틀리라는 신진세력이 세력다툼을 하며 구세력의 힘의 원천인 토지를 국가로 귀속시키는 작업을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을 실시하지 않았나 싶다. 수도원에서 빼앗은 토지와 건물들은 대부분 토마스 크롬웰 세력에게 넘어갔고, 헨리 8세는 든든한 세수원이 생겼으니 말이다.  

크롬웰은 스칸시 수도원을 해체시키고 싶어한다. 베네틱트 수도원 소속인 스칸시 수도원은 100명의 수도사들이 수도할 수 있는 꽤 큰 수도원이다. 그런데 크롬웰이 보낸 싱글턴 특사가 목이 잘려 죽은 채 발견된다. 크롬웰의 입장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기세 등등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다. ‘누가 감히, 크롬웰이 심혈을 기울이는 종교개혁에 딴지를 건다 말인가!’ 수도원 해체를 반대하며 일어나는 시위, 폭동, 반역까지 일어나고 있던 때에 크롬웰은 자신의 심복인 변호사 샤틀레이크를 스칸시 수도원으로 보낸다. 싱클턴 특사 살인사건 수사를 맡긴 것이지만……
글쎄… 내 눈엔 싱글턴 특사의 살해사건은 시위와 폭동, 반역까지 벌어지며 여론 전에서 열세였던 크롬웰에게 명분을 세워 줄 수 있었던 살인사건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왕의 종교개혁 명령에 불복하고 특사를 살해한 반역 죄를 씌워 스칸시 수도원을 해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우리의 꼽추 변호사 샤들레이크는 서둘러 스칸시 수도원에 향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수도사들은 기득권만을 내세우며 위법하지 않은 선에서 수도원을 지키는데 필사적인 권위적인 수도사들을 만난다. 교구민들의 어려운 삶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웬만한 귀족들보다 사치스럽고 호화롭게 사는 부패한 수도사들을 말이다. 이런 수도사들을 보면 한 순간 개혁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고도 싶지만, 개혁주의자들도 수도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진세력인 코핀저 치안판사도 지역민들의 삶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 크롬웰이 신뢰하는 샤들레이크에게 밉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누가 싱클턴 특사를 살해했는지도 크게 관심 없다. 다만 수도원이 해체되면 주인 없는 땅이 될 수도원 부속 토지에만 관심을 보인다. (오늘날의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이라는 것은 단지 직업일 뿐, 그 직업을 통해서 얻는 부와 명예만 중요할 뿐이다. 국민들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리그를 치고 사는 것 말이다. -0- 정치인들은 종교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자자.. 이런 와중에 진실을 알고 싶은, 자신의 임무를 끝마치고 싶은 샤들레이크. 그러나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온통 비밀뿐이다. 거기다 샤들레이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사이먼 수련 수사도 살해당하고, 수도원 안 연못에서는 오펀 스톤가드의 시체마저 발견된다. 대체 이 수도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을까요? 제가 바라던 것이라곤 교회를 개혁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폭동에 반역, 거기다 이제는 살인까지. 어떤 때는 이 모든 시련에도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수께끼 같은 일에는 적어도 하나의 돌파구가 있기 마련입니다”

싱글턴 특사를 따라온 굿햅스 변호사와 샤들레이크와의 대화 내용이다. (P92) 샤들레이크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 모든 시련의 돌파구를 진지하게 쫓아간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갈수록 자신이 품고 있던 신념에 의문을 품게 된다. 교황에게서 독립한 영국 국교회가 이전의 교회보다 더 나은 종교인가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종교개혁이라는 혼란 속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된 사람도 있고, 목숨까지 빼앗긴 소녀도 있다. 그렇지만 이 혼란이 누군가에게 제 잇속을 차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종교개혁은 신념만 있을 뿐, 신념을 통해 구해내려는 현실을 존재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결론. 자신들의 젊음을 희생해, 목숨을 바쳐 이루려고 하는 새로운 세상은 없다는 서글픈 현실

이 책을 읽고 며칠 동안 개혁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자 누구를 위한 개혁이었지?
헨리 8세는 자신의 국교회의 수장이라는 수장령을 선포하고 수도원을 해체시키고 그 자산을 국가에 귀속한다. (그런 주제에 그 돈으로 주구장창 전쟁만 해댔다. T.T) 샤들레이크가 겪는 위험처럼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만 바꿨을 뿐 서민들을 구속하고 착취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끊임없는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임으로 개혁이 지긋지긋 했을지도 모른다. 샤들레이크의 신념이 흔들리고 이런 종교개혁을 까칠한 시선으로 바라고 있는 서민들을 보면 이 책의 저자 샌섬도 개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개혁이 나쁜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나는 개혁을 겪어내는 샤들레이크에서 그 희망을 찾고 싶다. 구세력과는 다른 진실, 다른 논리로 무장한 샤들레이크의 힘 말이다. 예전에 통용되던 지식을 반문하고 새롭게 찾아가는 지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겸손한 아주 합리적인 인간형 말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무자비한 권력을 지닌 정점의 한 인간(크롬웰처럼)이 아니라, 샤들레이크나 마크, 앨리스와 같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며 다른 사람들을 믿어내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주는 책, 16세기 영국의 풍속화 같은 일상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 무엇보다도 그 일상속에서 개혁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스터리의 껍질을 뒤집어 썼지만, 미스터리보다는 16세기 영국 종교개혁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샌섬의 후작, ‘어둠이 불’도 이런 느낌이다) 두껍고 무겁고 조금은 지루할 수 있지만, 지루함 만큼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미스터리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