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트 퍼즐 픽션 Puzzle Fiction 4
피터 와츠 지음, 김창규 옮김 / 이지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은 어렵다.
주인공을 태우고 번스-코필드 혜성으로 날아간 테세우스호의 에너지원은 반물질이다. (젠장, E=mc2도 이해 못했는데 양자역학 왠 말이냐??) 신경생물학의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 신경생물학이 뭔지 하나도 모른다. 더군다나 나는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해내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공간치다. 그런데 SF를 사랑하다니.. 이건 나의 슬픔이지 뭐..) 그렇다 보니 테세우스의 내부 구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인공들이 탐험(?)하는 외계물체 로르샤흐도 내가 상상한 로르샤흐와 작가가 그려낸 로르샤흐의 모습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 이 책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이 책 다 읽고 1000페이지 가까운 댄 시먼스의 ‘일리움’을 읽고 있는데.. 이 책보다 세배쯤 진도가 빨리 나간다. )

책 위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난 이 문구에 낚여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책을 읽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낚시질 서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귀가 우주선의 선장을 맡고 있다. 승무원은 포스트휴먼 좀비들이다. 그렉이건이 신경생물학에 매료되어서는 그 승무원들을 통해 외계인과 접혹하는 상황을 그린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그게 ‘블라인드 사이드’다. “
흡혈귀와 포스트휴먼 좀비에 정신이 팔려서 ‘그렉 이건’을 보지 못한 나의 실수 일수 밖에. (이 소설은 내 주장컨데 그렉 이건보다 하드하면 하드했지 그 보다 못한 수준이 아니다.)

나는 어릴 적 간질을 앓아 두뇌의 절반을 잃었다.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감정을 버렸다. 그래서 죽어가는 여인 앞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줘야 하는지 그 알고리즘을 찾을 수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직업은 종합가다. 인간이 받아드리는 정보를 감정을 삭제하고 받아드리는 직업이다. 언제나 관찰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과 말투, 몸짓을 감시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라하겠는가?

그런데 어느날 21세기가 저물어 가고, 19세기에서 20세기만큼의 과학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화사회에 외게인이 출몰한다. 개똥벌레(?)처럼 생긴 외계물체가 하늘을 뒤덮고 한꺼번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세상을 먹먹하게 만든 거다. 지배층들은 이 외계물체가 무엇인지, 지구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알기 위해서 번스-코필스 혜성 근처로 탐험선을 보낸다.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자 한명.
그들의 인지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4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언어학자, 한 명.
혹시 적대적일 경우 필요한 군인 한 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한 종합자인 나, 시리
유전과학을 되살려낸 인간과 다른 사고를 하는, 인간의 포식자 벰파이어 주카.
이렇게 다섯명이 엄청난 인공지능을 지닌 테세우스호를 타고 외계 생명체와 만나는 모험이다. -0-
아.. 이러니 정말 낭만적인 책 같아 보이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 어렵다. 다 보긴 했으되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의 역사’처럼 이 책도 다 보긴 했으되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절대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우주라는 제한된(?)공간에서 인간사회에 동떨어져 외계물체와 조우하면서 인간의 인지체계의 한계와 모순을 꼬집는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더라고 꽤 많다. 그러니 좀 더 쉬운 책을 볼란다.  


여자들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책,
만약 당신이 남자고 하드하고 최신 트렌드의 과학 상식이 녹아 있는 책을 고른다면 추천.


P244
그래, 그 애기는 항상 나오지. 기계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 기계혐오주의자들은 컴퓨터 오작동을 사랑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사고로 일어날 뻔했던 전쟁을 상당수 예방했다고 주장하지. 하지만 위원장, 웃기는 게 뭔지 알아? 인간이 의도적으로 일으켰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야. “

p.382
어쩌면 실제로는 아이작에게도 내 방식이 안통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은 커닝햄과 마찬가지로 나의 조작을 금세 꿰뚫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괘념치 않았다. 내가 자신을 읽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작은 그런 상황에서도 나르 좋아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맞는 해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작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유일하게 먹먹해졌던 부분. T.T (내가 좋아한 아이작은 로르샤흐를 탐험하다 죽었다. 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렇게 쉽게 죽는 지. T.T  꽤 멋진 캐릭터였는데 말이다.) 나는 아이작처럼 친구의 허물까지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빈다.

p.393
두뇌는 생존을 위한 도구지 거짓말 탐지기가 아니다. 자신을 기만해서 적응력이 높아진다면 두뇌는 거짓말을 한다. 관계없는 것들을 무시한다. 진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P468
시리, 너희는 합리화를 한다. 변호도 하지. 너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을 부인한다. 앉은 자리에서 그럴 수 없으면 흔한 일로 만들려고 한다. 증거가 늘어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지. 학살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면 못들은 걸로 친다. 대랑 살상의 증거를 보면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멸종 생물이 생기면 태양 흑점과 화산을 탓한다. 다들 그렇지만 네가 가장 심하다. 너와 네 중국어 방이 그렇다. 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수학으로 대체하고 그게 먼지 알지도 못하는 진실을 거부한다.

-벰파이어 주카가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한 말. 모두 다 사실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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