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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다쟁이 아줌마의 두껍고 무겁고 자자른 책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와 마찬가지로..이책의 부피도 장난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읽기에 부담스러운 무게와 작은 글씨로 읽는데 오랜 시간이 들었음을 밝힌다. 이 책을 다 읽어 냈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큼 이 책은 내용면에 상관없이 물리적인 이유로도 읽기 힘든 책이다)
이 책은 정신없고 어지럽다.
다른 이들의 말처럼 긴.장.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으며..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에 대한 호기심 따위는 기대할 수가 없다. 이 수다쟁이 아줌마가 만들어낸 인물들이 자기 역할과 캐릭터에 맞게 떠들어 대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호기심과 긴장감을 대신하고 있다.
근데 그렇게 이야기 하기엔 이 책은 미스테리를 잔뜩 안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왜 현재의 옥스퍼드에서 열병이 일어났으며 열병의 지원지인 바드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인지.. 키브린은 대체 어느 시대에 떨어진 것이며 전염병의 정체와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 들이다 (제일 궁금한 것은 학과장 베싱엄 교슈의 행방이다. 끝까지 안나온다. -_-+) 더욱이 황당한 것이 이 책의 캐릭터 대부분이 죽는다. 중세의 페스트와 현재의 인플루엔자 때문에 말이다. 전쟁 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죽이는 책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 책이 그리 못쓸 책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막막하고 안타깝고 가슴 아팠던 것은 키브린이라는 캐릭터다. 그녀는 중세에 대한 열망을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지적인 캐릭터다. 그녀가 어떤 실수에 의해서 1348년 페스트가 창궐하는 옥스퍼드로 시간여행을 떠났고 그녀가 만났던 인물들을 하나하나 떠나 보낸다.
그녀는 페스트의 원인과 결과 모두를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닥쳐오는 불행 앞에서 모든 사람을 보내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들에게 희망인된다.
"최후의 날에 저는 주님께서 우리를 완전히 저버리신 것은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크신 은혜가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성녀를 내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성녀님은 저를 구원해주셨지요, 두려움으로부터 불신으로 부터 저를 구하셨습니다"
로슈 신부의 유언과 같은 대사다. 우리를 혼란케하는 패닉상태에 빠지게 하는 일은 단순히 전염병 뿐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태에서든지 우리를 두려움으로부터 불신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임을 작가는 1348년 페스트가 창궐하는 옥스퍼드로 키브린을 보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와 보니 교슈님이 줄곧 저와 함께 계셨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흑사병도, 7백년이라는 세월도, 죽음도, 아으로 벌어질 그 어떤 일도 생명체도, 교수님의 관심과 애정으로부터 저를 떼어 놓지 못해요" ( 둠즈데이 북 사본 중 )
결국 사람은, 사람들의 애정은 꽃보다 아름답고 전염병 보다 강인하며.. 시간보다 위대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