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 광기와 고독의 황제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2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최상안 옮김 / 한길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난 필리프 반델베르그를 좋아한다.
'역사소설'
과거의 어느 구석의 사실이 현재와 엇갈려가며 자아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펙터클(무슨 영화 광고같지만 진짜 그의 작품은 그렇다) 거기다가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진.짜. 그.럴.듯.하.게 그려내고
보는 즉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단연코, 그의 작품을 다 읽기 전에 딴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신작 '네로 그 광기와 고독의 황제'도 네로를 둘러싼 스페터클이라고 생각했다.
음... 그렇지만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이번 네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오랫동안 네로와 서기 1세기 경의 로마에 대한 무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네로의 삶을 재구성해 낸 것이다. 그리고 네로를 통해서 그 당시의 로마인들의 삶을 만화경을 보듯이 그려냈다. 다큐멘터리라서 지겹고 지루할 듯 보이지만, 왠만한 소설보다 재밌다.

(참.. 로마놈들 사는게 미국놈들 같더군.
도시에 인구는 많고, 실업자들은 넘쳐나고, 그 실업자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계속 전쟁을 벌여야 하고, 황제는 로마시민의 삶을 책임져야하고.. 또 실업자들이 소요사태를 벌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서커스와 스포츠를 개발해야 하고.. -_- 휴... 맨날 지들끼리 권리다툼하고.. 재판에서 말 잘하는 놈이 승리하고.. 미국이랑 뭐가 다른데?? 이렇게 나라는 개판인데도, 잘 돌아가는 것까지 똑같더군)


이 책을 다 읽고 이놈의 반델베르크의 출신성분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의 소설은 매번 '기독교'사상을 조롱하고 비웃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야!!! 너 무신론자지??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신론자 같지는 않다. 나같은 무신론자는 하나의 사상을 조롱하고 비웃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딴 짓을 하지..
늘 역사소설, 역사 다큐멘터리를 이야기 하지만..
종교를 비웃고 조롱하는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재밌는 소설같은, 현재같은 다큐멘터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텔 아프리카 애장판 1~4 세트 (묶음) - 완결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아직도 만화보냐?? 라고 물으신다면.. -_-
만화도 안보고 넌 뭐 보냐?? 라고 대답할란다.
물론 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책을 읽는다. 아니라면 말구..
그러나 나를 키운 8할은..
박경리님의 토지도, 고리끼의 어머니도 아닌.. -_-
나를 울렸던 수 많은 만화다.

그 중에 가장 으뜸으로 울리는 만화가 바로 호텔 아프리카다.
아.. 호텔 아프리카.

그곳은 사랑때문에 가슴이 벅찬
그런 사람들만이 오는 그런 곳이야.
흑인이거나 백인이거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저 따뜻한 가슴
그것만이 중요한 그런 곳이야.

그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작가는 3년 가까이 잔잔히 그려냈다. 커다란 사건 없이.. 사랑 때문에 한번쯤 벅찬 가슴을 가졌던 혹은 이제부터 갖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쫓아 간다.

장님이 한 남자가 34년 동안 열흘에 한번씩
어쩔 수 없이 떠났던 한 여자를 위해서
I LOVE YOU 단 8자 만을 남긴 편지를 남겨두는 곳..

세상의 아름다움을 미쳐 깨닫지 못해서
세상이 시시해져 버린 10대들가 낙하산을 메고 자살을 하는 곳..

의붓아이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는 초보 아버지가 잠시 머무는 곳..

그런 곳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사랑과 아름다움과 가족을 찾는다.

호텔..
그곳은 머무는 곳이다.
잠시..

호텔 아프리카.
그곳에선 늘 얻는 것을 찾아 떠날 수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 호텔 아프리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위화의 문장은 직설적이다.
'너무나 배가고파서 뭐든지 먹어 칠 울수 있을 정도다 '식이다.
물론 한자로 씌여진 것을 번역하긴 하지만, 여러 번역가들이 하나같이 직설적이고 소박하게 번역을 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원문장 자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화의 소설은 무겁지 않다.
가난을..
전쟁을..
죽음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눈물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섣부른 해학으로 치장하지도 않는다.
그의 문장처럼 소박하고 진솔하게
가난을.. 전쟁을 그리고 죽음을 버텨낸 삶을 묵묵히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무언가를 쓰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마음을 짓누르며 한참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살아간다는 건 복귀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정도, 중국의 민요와 전설을 채집하는 '나'는 어떤 인심 좋은 마을에서 복귀 노인에게 그의 일대기를 전해 듣는 것으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다.

소설 초반에.. 나와 복귀 노인이 친해지게 된 에피소드가 우리의 황희 정승 설화와 많이 닮아 있다.

복귀 노인은 소가 한마리밖에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많은 소가 있는 냥.. 소의 이름을 부른다.

가진아 이제 고만 쉬고 일을 해야지.
복하야.. 너는 참 부지런하구나.
유경아.. 벌써 이만큼의 일을 했구나..
이희도 고근이도 일을 시작했으니..
복귀야 너도 그만 쉬고 일을 해야지..

내가 물었다.
"왜 소가 한마리 밖에 없는데.. 마치 소가 많은 듯이 말을 하나요?"
복귀가 말한다.
"마치 자기 혼자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소가 외로울까봐.. 그렇게 말을 한다고.. "
나에게 다가와.. 소리 죽여 이야기 한다.

그리고 복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복귀는 지주의 아들로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그 때문에 부모를 잃게 된다. 모든 부귀영화를 잃는 것으로 철이 들게 된 복귀는 국민당군대에 끌려가 2년을 복역하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그러나 그때부터 복귀 가족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그의 아들 유경이를 어이없게 병원에서 과다헌혈을 잃고..
아내 가진은 연골병(아마도 루머티스 관절염정도 되겠지?)을 얻게되고..복귀가 군대에 복역할 때 열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딸 복하는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고 만다. 장애를 가진 딸 복하를 너무나 사랑했던 사위 이희는 작업중 목숨을 잃고 복하가 목숨을 받쳐 낳은 자식 고근도 얼떱결에 잃는다. -_-+

복귀는 그의 피붙이 모두를 자기 손을 묻었다.
그 슬픔을 아픔을 외로움을.. 복귀는 편.하.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 손으로 모두 묻었다는.. 그래서 할일을 다했기 때문에
자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손자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던 소를 산다.
기껏해야 2년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늙은 소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고 그 둘은 서로 의지하며 10여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소에 복귀는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읽는 중간에 깨달은 건..
소의 이름이 모두 죽어간 자신의 가족 이름이었던 것이다.

외로운 건 홀로 일하는 소가 아니라..
복귀 자신임을..
그리고 찰나의 기쁨과..
깊은 슬픔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하는 우리네임을..
작가 위화는
자신의 소박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이야기 하고 있다.

위화도 중국인의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중국인의 아품을 이야기 하는 작가지만.. 왠지 그의 이야기는 지역성을 뛰어 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대.륙.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닌 듯이 보인다. 그가 말하는 외로움.. 그가 말하는 슬픔.. 그리고 그건 강요하지 않은 그의 문체가.. 지역성을 탈피 다른 문화권의 여성마저도 울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없이 읽었다.
사람들과 만남이 잦아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4시간동안
흔들리는 차안에서 머리가 어질어질 거렸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재밌다.
공포소설로 소개되었지만..
공포 소설을 즐기는 사람중에..
쓰여진지 20년이 지난.. 조금은 철 지난 소설에 공포를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섭.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이라는 실존적인 물음을 툭 던져버렸다.

네빌이 인간임을, 정상적인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친절했으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家長 로버트 네빌의 존재는 핵전쟁과 바이러스로 모두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흡혈귀로 변한 존재들에 죽음의 안식을 선사하고
흡혈귀를 박멸하기 위해서 지식에 매달리기도 하고
떠돌이 개에 열광한다.

일상이 되버린 공포를 극복한 네빌은...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걸,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스스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그는 선택한다.
바로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말이다.

"그래 또 다른 시작인 거야. 죽음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공포. 영원의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캘리포니아 걸 -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9
T. 제퍼슨 파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은 다른 소설에 비해서 몰입이 빠르다. 살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처음부터 휘두르기 때문이다. 누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가, 그리고 작가가 쳐 놓은 함정을 잘 빠져나와, 탐정보다 먼저 범인을 잡아 낼 수 있는가? 살인이 일어나고 얄밉기 짝이 없는 자퍽 탐정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작가와 독자와의 두뇌 게임이 시작된다 반전을 맞추느냐, 마느냐... 추리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다.

 근데 캘리포니아 걸이 추리소설이라고?

 물만두님의 근사한 책평에 홀려서 이 책을 구입했다. 특히나 영림 카니날 시리즈는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다. 더욱이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았다. sf계의 휴고 상만큼이나 확실한 보증수표가 아닌가? 캘리포니아 걸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하늘처럼 치솟았다.

 두툭함 책.. 읽기 편한 편집..

탁월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번역...

그러나 고백하자.

이 책만큼 어렵게 읽은 추리소설은 없었다고...

 

자넬은 60년대의 젊은 그 자체다. 프리섹스, 환각제, 록 음악과 동성애.

그녀는 60년대 젊음의 상징이었고 그녀는 보수적 권위에 의해서 목이 잘려나간다.

 그녀의 범인을 너무나 잡고 싶어했던 세 남자.

그러나 그들은 목적을 위해 보수와 악수를 나누며 조금씩 삶아 남기 위해 변절해 간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결국 자신의 본모습을 찾고

닉은 어른들처럼 변절을 해버리고

앤디는 도피를 선택한다. 

 그게 60년대 젊은이들의 선택이고, 그들이 만든 미국이 현재의 미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가지고 도망치기에 너무 큰 것이 진실'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36년이 지난 어느 날 진실을 외면하고 도피를 택했던 앤디에 의해서 진범은 잡히고 만다. 결국 정의는 승리하는 것인가?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피해자?? 자넬폰의 죽음에 연관지어지지 않은 인물이 있을까? 60년대를 보낸... 그들 모두에게 말이다...

 읽기는 힘들지만, 읽고 나면

다 해질 무렵 붉게 물든 석양을 배경으로

누군가 공들여 놓은 듯한 모래성이 파도에 씻겨 가는 풍경이 그려지는... 무척이나 안타깝고 허무함이 느껴지는 책...

그러나 누군가 우리의 80년대를 캘리포니아걸 처럼 그려내줬으면 하는 기대가 생겨나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