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위화의 문장은 직설적이다.
'너무나 배가고파서 뭐든지 먹어 칠 울수 있을 정도다 '식이다.
물론 한자로 씌여진 것을 번역하긴 하지만, 여러 번역가들이 하나같이 직설적이고 소박하게 번역을 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원문장 자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화의 소설은 무겁지 않다.
가난을..
전쟁을..
죽음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눈물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섣부른 해학으로 치장하지도 않는다.
그의 문장처럼 소박하고 진솔하게
가난을.. 전쟁을 그리고 죽음을 버텨낸 삶을 묵묵히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무언가를 쓰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마음을 짓누르며 한참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살아간다는 건 복귀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정도, 중국의 민요와 전설을 채집하는 '나'는 어떤 인심 좋은 마을에서 복귀 노인에게 그의 일대기를 전해 듣는 것으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다.

소설 초반에.. 나와 복귀 노인이 친해지게 된 에피소드가 우리의 황희 정승 설화와 많이 닮아 있다.

복귀 노인은 소가 한마리밖에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많은 소가 있는 냥.. 소의 이름을 부른다.

가진아 이제 고만 쉬고 일을 해야지.
복하야.. 너는 참 부지런하구나.
유경아.. 벌써 이만큼의 일을 했구나..
이희도 고근이도 일을 시작했으니..
복귀야 너도 그만 쉬고 일을 해야지..

내가 물었다.
"왜 소가 한마리 밖에 없는데.. 마치 소가 많은 듯이 말을 하나요?"
복귀가 말한다.
"마치 자기 혼자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소가 외로울까봐.. 그렇게 말을 한다고.. "
나에게 다가와.. 소리 죽여 이야기 한다.

그리고 복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복귀는 지주의 아들로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그 때문에 부모를 잃게 된다. 모든 부귀영화를 잃는 것으로 철이 들게 된 복귀는 국민당군대에 끌려가 2년을 복역하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그러나 그때부터 복귀 가족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그의 아들 유경이를 어이없게 병원에서 과다헌혈을 잃고..
아내 가진은 연골병(아마도 루머티스 관절염정도 되겠지?)을 얻게되고..복귀가 군대에 복역할 때 열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딸 복하는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고 만다. 장애를 가진 딸 복하를 너무나 사랑했던 사위 이희는 작업중 목숨을 잃고 복하가 목숨을 받쳐 낳은 자식 고근도 얼떱결에 잃는다. -_-+

복귀는 그의 피붙이 모두를 자기 손을 묻었다.
그 슬픔을 아픔을 외로움을.. 복귀는 편.하.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 손으로 모두 묻었다는.. 그래서 할일을 다했기 때문에
자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손자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던 소를 산다.
기껏해야 2년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늙은 소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고 그 둘은 서로 의지하며 10여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소에 복귀는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읽는 중간에 깨달은 건..
소의 이름이 모두 죽어간 자신의 가족 이름이었던 것이다.

외로운 건 홀로 일하는 소가 아니라..
복귀 자신임을..
그리고 찰나의 기쁨과..
깊은 슬픔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하는 우리네임을..
작가 위화는
자신의 소박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이야기 하고 있다.

위화도 중국인의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중국인의 아품을 이야기 하는 작가지만.. 왠지 그의 이야기는 지역성을 뛰어 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대.륙.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닌 듯이 보인다. 그가 말하는 외로움.. 그가 말하는 슬픔.. 그리고 그건 강요하지 않은 그의 문체가.. 지역성을 탈피 다른 문화권의 여성마저도 울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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