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양이들 봄나무 문학선
어슐러 K. 르귄 지음, S.D. 쉰들러 그림, 김정아 옮김 / 봄나무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 고양이 이야기다.
날개 달린 고양이..
특별하고 희귀한 날개 달린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임으로.. 이건 고양이 이야기다. 그 안에 소통과 자연훼손 그리고 다른 이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을 꼬집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건 고양이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사랑에 빠진 건.. 날개 달린 고양이들이 아니다.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 모두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수잔과 행크 때문이다.

자..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이 E.T를 만났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엘리엇처럼 E.T가 회복할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고 먹을 것을 나눠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E.T를 숨겨 두겠는가?

글쎄.. 나는 그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의 개 ‘샵’이도 나에겐 얼마나 특별한 강아지이란 말인가?
‘샵’이가 보통 개들과 얼마나 다른지… 자랑 섞인 불평을 하지 못해서 병이 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남들이 보기엔.. 특별한, 아주 아주 특별한 친구를 사귀게 됐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 친구가 남들 보기엔 아주 특별해도 내가 보기엔 별로 특별하지 않다며.. 사람들에게 자랑 섞인 불평을 하고 싶어 병이 날 거다. 그래서 내가 제일 믿을 만한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테고.. 그럼 그 사람은가장 믿을 만한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테고, 어느 날 우리 집 앞엔 방송국 카메라와 타블로이드 신문 기자가 서 있을 것이다. 그게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수잔과 행크는 엘리엇처럼 비밀을 지킨다.
올빼미에 쫓기고 너구리들과 코요테들 때문에 지친 날개 달린 고양이들과 친구가 된다. 그들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존중하면서 그들에게 신뢰를 쌓는다. 그리고 두 남매는 끝까지 비밀을 지켜, 날개 달린 고양이들의 행복하게 그들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울타리를 만들어 준다.
참 기특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평범한 고양이 알렉산더.
자신은 특별하고 용감한 알렉산더이기 때문에 모험을 나서다 집을 잃고 날개 달린 고양이 제인에게 구출된다. 날개 달린 아주 특별하고 용감한 고양이 제인을 만나서야, 알렉산더도 특별한 고양이가 된다. 제인의 상처를 씻어주고 그녀에게 다시 말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특별해진다는 건, 고양이 등에 날개를 지녔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수잔과 행크처럼 비밀을 지키고.. 알렉산더처럼 상처 입은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것 또한 아주아주 특별해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수잔 패트런 글, 김옥수 옮김, 맷 팰런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늘 말하지만…
난 착한 소녀가 나오는 책을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다.
못되고 가끔은 영악하고(어른들이 보기에 영악할 뿐 자신들은 영리하다고 생각하겠지)도전적인 소녀들이 나오는 책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럭키’는…
글쎄…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주인공보다도.. 못됐다.
Olleh!!!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개도둑(?)조지나도… 럭키에 비하면 순하다.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도와서
집을 사고 싶어 완벽한 개를 찾아 훔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왠지 정상참착이 되는 대목이다.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는 못되고 영악하고 거기다가 약간은 자학적이다.
엄마가…. 자신의 법적 후견인이 프랑스로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가출을 감행한다. 그것도 사막에 폭풍이 치는 날에 말이다.
우와!~~~~
소설의 어린 주인공을 집을 떠난다.
부모의 학대를 피해서 떠나는 하드보일드도 있지만
대부분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전설처럼 떠도는 보물을 찾기 위해서 떠난다.
혹은 사랑의 도피 아닌 도피도 하고 가끔은 잘못한 것이 창피하거나 혼나는 게 두려워 떠난다.
하지만 이렇게 럭키처럼 치밀하고 극명한 이유로 집을 떠나는 아이는 없다.
정말… 멋지다. 럭키는 아마 크게 될 것 같다. -0-

이 동네는 찢어지게 가난하다.
하드팬의 인구는 43. 4만3천도 아니고 43만도 아니고 달랑 43.
사막 한가운데 대부분 트레일러에 살고 어떤 사람은 물탱크를 집으로 고쳐서 산다.
그리고 럭키네를 제외하고 술, 담배, 마약 등등 온갖 나쁜 것에 중독됐던 흔적을 지녔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넉넉하게 군다. 동네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보듬고 별로 가진 건은 없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이에게 기꺼이 나눠준다. 불편하고 힘든 삶을 살지만, 무언가에 중독됐던 예전의 삶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럭키만 사랑하게 된 게 아니다. 하드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왜 2007년 뉴베리가 이 책을 수상작으로 뽑았는지.. 전미도서관협회에서 2007년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했는지.. 이해가 된다.
정말 구슬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을 하드팬!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보면 정말정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자와 매맞는 아이 - 생활 팬터지, 3단계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9
시드 플라이슈만 지음, 피터 시스 그림 , 박향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왕자를 때리는 건 죄래요.
그래서 호레스 왕자는 숙제를 안 했거나 혹은 말썽을 피우면
대신 맞아주는 아이가 있어요. 지미라고..
지미는 거리의 아이였어요. 거지였죠. 아빠가 지미를 궁전에 팔았어요. 호레스 왕자 대신 맞으라고요. 거리의 아이 지미는 맞는데 이골이 난데다가, 궁전에서 사는 거니까, 밥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래서 지미는 호레스 왕자대신 맞아요.
호레스 왕자는 공부도 죽어라 하지 않아요. 왕자인 주제에 글도 쓸 줄 몰라요.
그래서 지미가 대신 맞아요.
궁전에서 굶지 않고 살 수 있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데…
왕자 대신 맞는 건 왠지 거리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수치스러워요.
그래서 지미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리 아파도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아요.
왕자는 그게 더 미운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더 큰 잘못을 질러요.
저 말썽쟁이 호레스 왕자 때문에 공부할 때마다 옆에서 대신 맞아서 지미는 왕자도 못하는 글도 쓸 줄 알아요. 그리고 셈도 할 수 있죠.
이렇게 살아가면 좋으려만..
이 생각 없고 주책 없는 싸가지 없는 왕자가 궁전을 떠나서 모험을 해보재요.
저 왕자는 개념도 없어요. 거리의 삶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떠나자고 하네요.

지미는 왕자를 따라 나섰어요.
강도를 만나서 유괴당하기도 하고, 간신히 유괴범을 따돌리고 도망 나오기도 해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세상구경에 정신 없이 즐거운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궁에서는 호레스 왕자가 최고였어요.
호레스 왕자는 말만 하면 됐거든요.
배고파, 그럼 동화처럼 사기그릇과 은쟁반에 맛난 음식이 나왔어요.
힘들어, 그러면 뭐든지 대신할 하인이 나왔죠.
그러나 거리에서는 안 그랬어요.
아무리 배고프다고 해도, 먹을 것이 없었죠. 소금에 말린 청어나 찐 감자 밖에요. bb
힘들어.. 그래도 대신할 하인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궁에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지미도 거리에서는 왕자에게 짜증을 냈거든요.
궁에는 최고였는데 거리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거기다가 대신 맞아 주는 사람도 없었죠. 채찍이 등판을 때리는 것이 이렇게 아픈 줄 몰랐어요. 한번도 맞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어요. 아무 것도 못하는 왕자지만, 난 왕자니까요. 왕자는… 긍지를 지켜야 해요.. 
 

다시 궁으로 돌아왔어요.
대신 해주는 사람은 이제 필요 없어요. 대신 해주는 사람이 없는 거리에서 호레스 왕자는 궁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맞는다는 건 아마 책임감인 것 같아요.
책임감이 없어지면, 배우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요즘 학교에서 난리죠. 학생들의 인권과 교사들의 교권의 핵심에 체벌금지 조항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난 체벌을 반대해요.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데… 그 보다 귀한 아이들을 왜 때려서 가르쳐야 하는지 궁금해요. 하지만 우리 호레스 왕자는 맞고 나서야… 배우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일대 다수의 교육에서…. 때리지 않고 책임감과 긍지를 심어 줄 수 있을까요?
체벌금지는 찬성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우선 돼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긍지를 심어 줄 수 있도록….
공교육 개선이 되지 않으면 아마도 이 체벌금지에 따른 파장은 오래 될 것같아요.

그리고 교단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왕자를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쉽게… 지금처럼 쉽게는 매를 들 수 없을 거예요.
자기보다 못한,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게 학생이 아니라, 당신의 귀중한 지식을 함께 나누고 싶은 어린 사람이… 학생이랍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학생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귀중한 지식을 나눠주는 고귀한 어른이랍니다.
좀!!!!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학생들이 받고 싶은 존중을 보여주세요.  
그래야 학생들을 존중해주신답니다
.

이 블로그는 체벌금지를 찬성하지만
선생님의 교권 신장을 위한 노력해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 막 빅스비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열다섯 살의 제시카 데이에게 일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밤 12시 정각이 되자 한 시간 동안 모든 것이 정지한다. 이 비밀스러운 시간 동안 검은 달이 뜨고, 마을은 어둠의 무리들이 지배한다. 선택된 소수만이 25시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가지고 빅스비의 사는 10대 다섯 명만 이 시간에 깨어 움직일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미드나이터’라고 부른다.

자.. 이 소개 말에 난 폭 빠졌다.
이 책이 손에 들어오기까지.. 나는 이 책을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어 했던가..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_-(아냐아냐.. 뒤집힌 세계는 오랜만에 만난 테리 프래쳇의 책이라고 을매나 기대했는데.. 기대보다 훨씬훨씬 좋았단 말야. T.T )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모두들 잠든 밤에.. 나 혼자 깨어 있는 상상… 시간은 정지하고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그 상상을…잘 조직해서 우리에게 던져줬다.

자.. 이제 이 책을 읽을 당신에게 질문해보자.
모두들 잠든 밤에 시간은 정지하고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다면..
그리고 내 주위 네 명의 친구만이 이 비밀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고대, 아니 선사시대의 괴수들이 인간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냐 말이다.

무엇을 하던지 간에…
내가 기대한 건.. 다섯명의 끈끈한 연대감,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해서 괴수들이 먹이감이 되고 말, 우리 평범한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 그리고 희생정신 등등등, 온갖 영웅 소설에서 익히 봐왔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험 속에서 소년 소녀가 얻는 깨달음 같은 거다.
열 다섯 소년소녀들이 절망에 빠진 연애담 보다는 나는 이런 것들 기대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내가 기대했던 것들이 빠져있냐… 면 그건 아니다.
그들은 빅스비 마을 사람들과 인류에 대해서 충분히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렇게 했다. 또, 서로에 대한 연대감은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서로를 배려하는 연대감 정도는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설익었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저 기대감을 만발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를 설익혀버렸다. -_-+ 보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도 안재밌어. 난 애들을 학대한다고 생각해!!!

내 친구는 아마도 이 책을 최소한 나보다 재밌다고 생각했나부다.
난 애들을 학대한다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이 하나도 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모든 것이 정지된 비밀의 시간을 꿈꾸는 것마저도.. 조금은 짜증나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짜릿하고 독창적이고 생생한 묘사와 잘 짜인 이야기 구조로 인해 클라이 맥스가 빛을 발하기는 하지만… (카커스의 리뷰다) 절대로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장점이라곤… 3권의 책을 일주일만에 다 읽을 수 있을만큼(나.. 3권 모두 더 나아지겠지.. 더 재밌어 질꺼야.. 란 기대감으로만 읽었지만) 속도감이 엄청나다는 것 외에는… 찾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집힌 세계
테리 프래쳇 지음, 송경아 옮김, 조니 두들 그림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12.27 AM 1:38
이 책을 다 읽고 난…
두 눈에 고인 눈물을 참으며 이 책을 꼭 안아버렸다.
그 책이 다프네와 마우인 듯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특했던 두 소년소녀를 안 듯이 이 책을 꼭……..안아버렸다.

태리 플래쳇의 이전 책들 (디스크 월드, 멋진 징조들)을 상상하고 이 책을 골랐다면..
비틀고 조잘대며 조금은 산만하지만 그 안에 깃든 블랙 유머를 원했다면…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이 책의 번역가 송경아씨가 그랬듯 이 책은 <거장이 보여주는 ‘소설의 힘’이라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극명하게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디펜턴트’지에서 <태리 프래쳇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손 꼽을 만큼 뛰어난 소설이다.

한 소년이 성인식을 위해서.. 남자들의 섬에 들어갔고..
그 사이 부족에게 파도가 덮쳤다. 소년을 보호했던 모든 테투리리는 거대한 파도 앞에 모두 사라졌다. 가족들의 장례와 소년의 생존은 소년의 손에 달려 있다.

한 소녀는… 아버지를 찾아 가는 길에 파도가 덮쳤다. 난파한 배와 함께 그녀를 증명할 모든 문명은 사라졌다. 이제 그녀의 생존과 가치의 증명은 소년의 손에 달려 있다.

누군가 이 책이 ‘파이 이야기’와 닮았다고 하는데…
나는 왠지 ‘르권’의 소설이 생각났다.

원주민 소녀와… 우주인 소년의 이야기로 치환하면.. 왠지 그녀의 유배행성과 가장 닮아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르권처럼 사색적이지 않다. 좀더 직설적이고 단호하며 더 사랑스럽다.

이 책의 초반부터 난 소년 <마우>와 사랑에 빠졌다.
p.143
이 곳에 그들이 있다. 소리치고 냄새를 피우고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마지막 사람들. 나는 그들이 필요해. 그들이 없으면 나는 그냥 회색 바닷가의 그림일 뿐이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길을 잃은 소년일 뿐이야.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나를 알아. 나는 그들에게 중요하고 그것이 나야.


아.. 막 성인식을 끝낸 소년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그 짐을 기꺼이 진다. 절망 끝에 내몰린 소년에게 유일한 구원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국 귀족 여성인 다프네와 남태평양의 원주민 소년은 서로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피난 온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잠잘 곳, 그리고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껴안아줄 공간을 마련해주고… 섬을 조금씩 재건해 나간다. 위험과 공포를 극복하고, 의문의 답을 찾아가며, 파괴된 세계의 신념이 아닌 새로운 세상의 다른 믿음을 찾아나가며.. 올곧은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정말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꼭… 봐야할.. 올 겨울이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소설이다.


p. 267
너는 할아버지들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모든 남자에게는 엄마가 있고 모든 엄마들에게도 엄마가 있어. 우리는 할아버지들을 낳았고 젖을 배불리 먹였고, 엉덩이를 닦아주고 입맞춤으로 눈물을 날려 보냈어. 또 먹는 법을 가르쳤고, 어떤 음식이 안전한지 알려주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했어. <중략> 할아버지들은 다른 여자들의 아들들을 죽이는 방법들을 그 아이들에게 가르쳤어. 그 일을 제일 잘 한 사람들은 모래 속으로 말려져 동굴로 실려갔어
.

-순간 태리 프래쳇이 여성인줄 알았다. 여성성에 대해서 이런 경배가 남성 작가들 틈에서 나오기는 좀 힘들다.

p.446
아무도 웃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를 매우 사랑하는 다프네도 엷은 웃음밖에 지울 수 없었다. 그다음 다프네의 아버지는 아무도 해서는 안되는 짓, 심지어 왕이라도 하면 안되는 짓을 했다. 왕은 농담을 설명하려고 했다.

-순간 육성으로 품었다. 역시.. 테리는 테리. 사색의 깊이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소설 한 페이지 한페이지 거대한 포스로 뿜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짓궃긴 하다.

p. 47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이 여기서 대대로 가르쳤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지. 유령은 있나요? 남자는 어떤 건가요?
<중략>
노인은 미소를 짓고, 믿었다.

-날 울린… 마지막 한 페이지다.


책을 다 읽고 역자의 역자 후기를 보니..
태리 프래쳇 아저씨가 알츠 하이머로 투병중에 있다고 한다.
끔직한 고통이.. 그를 더 훌륭한 작가로 만든 것 같아서.. 좀 가슴이 싸~~~ 하다.
그 전에도 충분히 훌륭한 작가였는데 말이다.
노 작가의 병이 빨리 호전 되길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작가들.. 특히나 80이 넘은 르권 아줌마도 부디부디 건강하시길…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