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연코 알라디너의 한 리뷰 때문이었다.
“너... 키스 처음이라더니 왤케 잘 해?” 라는 제목이 날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그래?
처음 썼다는데 그렇게 잘 썼어??

요즘 내 생활이 심드렁해서인지 꽤 재밌는, 신나는 소설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전형화 되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일단, 탐정 역할을 하는 형사나, 프로파일러나 웬만한 외상후 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가정사가 파탄 나 있는 상태다. 주인공이 되는 형사나 프로파일러는 이 연쇄 살인범이 없으면 큰일 난다. 연쇄살인범들이 대부분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환상을 충족하듯, 탐정역은 그들을 잡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아 ‘속삭이는 자’에서 이런 전형화 때문에 짜증까지 났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d,f 머리 속으로 그리며 그 범인의 생각을 쫓아가는 것이 직업인 이른바, 프로파일러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난 좀 더 심신이 건강한 멀쩡한 탐정이었으면 좋겠다. 상처 뿐인 영웅은 난 싫다고!!!

연쇄 살인에 관한 책들이 벌이는 또 다른 전형화는.. 범인들이 천재라는 거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탐정은 한없이 약하고 문제투성이의 인물로 그려지는데 반해서, 범인들이 벌이는 범죄는 거의 예술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악함을 모아서 살인을 벌인다. ‘속삭이는자’에서의 범죄과정이나(이건 범죄과정이 아주아주 팬타스틱하다. 끝이 허무해서 그렇지. 과정의 스릴러를 즐기는 분이라면 추천) ‘시인’에서의 살인은 예술이다. 이런 식겁할 천인공노할 범죄가 왜 벌어지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 예술(?)적인 살인과 그를 쫓는 상처투성이의 형사 이야기만 줄곧 나오다 보니 난 요즘 추리소설이 버겁다.

그래서 이 책도 심드렁하게 읽은 것도 사실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법의관처럼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살인이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요즘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탐정 토니 힐은 지금까지 본 프로파일러 중에 가장 멀쩡하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데다가, 어느 정도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도 차분하다. 거기에 토니 힐의 파트너 격인 캐롤 조던은 멀쩡한 것을 넘어서 훌륭하다. 마초적인 분위기의 강력계, 여성 형사라는 차별 속에서 악인을 잡기 위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동네 경찰관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인물이다.
자 상처 뿐인 영웅에서 멀쩡하고 건강한 영웅을 얻었으니, 이제 범인을 잡으러가자!!

이 책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각 장의 서두에 나오는 ‘범인’의 살인일지일 게다.
차분하고 섬세하게 준비과정부터 차근차근 서술해 나가는 살인 일지 속에는 범인이 가지고 있는 살인에 대한 열망과 환상이 끔찍할 만큼 생생하게 묘사됐다. 범인이 벌이는 고문과 살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버거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어가게 만든다. (역시 인간은 관음의 동물인가?) 이 책의 범인은 다른 소설의 악당(?)들처럼 천재적이지 않다. 다만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며, 누구보다 깔끔하게 범죄를 실현시킨다.
자 이런 탐정과 범인이 만났으니 구성이 꽤 단단하다. 뿐만 아니라 책을 풍성하게 해주는 인물이 곧곧에 포진돼 있어서 극의 긴장감도 높다. 보는 내내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긴장에 푹 빠져 읽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속 시원하다는 거다. 여운따위없이.. 아주 속시원하게 잘 끝났다. (제발 연쇄살인범이 또 빠져나가는 헐리우드 식 엔딩은 이제 싫어!!!)

오랜만에 읽은 별 다섯 개짜리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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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 만만치 책의 두께와 크기를 사진으로 인증했으니… 내 서평에서는 패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10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이다. 일단 페이지의 압박이 이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할 듯 하지만, 영화 ‘트로이’를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SF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KG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을 들고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무지무지하게 재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재작년 나온 ‘히페리온’의 후편 ‘히페리온의 몰락’이 곧 나온다는 소리에 댄 시먼스를 열심히 검색하다, 뭐야.. 벌써 댄 시먼스의 다른 책도 있잖아!!! 이런 제길, 이걸 이제야 알다니. 벌써 나온지 4년이나 됐는데…. 하며 후다닥 읽기 시작했다. (군데 번역자 최용준씨가 히페리온의 몰락을 넘겼다는 소문이 있던데.. 왜 책은 안나오냐고.. 연초에 3월에 나올 예정이라는 게시글을 어서 봤는데 말야..)

일리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눈먼 장님 호머의 시 ‘일리아드’의 변주다. 시간과 공간을 허물어 붕괴시켜 시간의 틈 속에서 먼 미래에서 먼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시키는 이야기다. 참.. 작가가 잘났다. 몬테크리스토백작이나, 삼총사, 햄릿의 변주는 수 없이 봤어도, 호머의 시를 변주하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단 일리아드는 방대하고(난.. 재미 없었다. 구냥 축약본으로 읽는 게 훨씬 더 낫다) 산더미 같은 역사적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니, 작가가 보통 내공의 소유자였다면 2천년 넘게 구전되어 내려온 일리아드와 고고학적 지식에 치여서 죽도 밥도 안됐을 꺼다. 그러나 걱정마라. 이 책의 작가는 잘났다. 그리고 신화와 SF를 섞어 내는데 세계 최고다. (진정으로 세계 최고다)

시간이 좀 걸리고… 책이 무거워 근육통에 걸리고 순간순간 개념이 좀 헛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왜 분권하지 않았을까? 재미없는 팬더게스트 시리즈도 분권해서 나오더만, 재밌는 책을 보려면 인내하라는 소린가? 가끔 출판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분권 센스에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SF와 신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
그리고 올해 조금은 새로운 도전으로 1000페이지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강추(일단 이 책은 두께로 다른 책을 올킬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당신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내게 ‘유년기의 끝’ 이라는 책이 SF의 문을 열어 줬듯이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SF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장에 폼나고 멋진 책을 꽂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책, 댄 시먼스의 ‘일리움’이다.

젠장.. 이 사건의 끝을 보려면 올림푸스를 읽어야 하는데… 알라딘 서평을 보니 이 책의 번역가와 달리(한 책을 번역가를 달리해서 쓰다니.. 베가북스 제정신이냐?) 올림푸스 번역가는 SF가 뭔지, 일리아드, 오디세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젠장.. 장르 문학이라고 이상한 번역가를 쓴 모양이다. SF를 천시하는 우리 문학 풍토는 언제쯤 바뀔까?

그리고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의 몰락은 언제쯤 나올까? 작년에는 올해는 꼭 나온다더니.. 벌써 한해의 반이 지나갔다. ‘열린책들’은 반성하고 얼렁얼렁 ‘히페리온의 몰락’을 출간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댄시먼스 만세만세만만세다.

P942
뭐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9년간 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살아왔죠. 어떤 사람이 어떤 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 죽을 것인지, 누가 살 것인지요.
<중략>
매 시간, 매일, 매일 아침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나는 몰라요. 앞 일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에요.
<중략>
하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발견해 가는 건 무지하게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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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트 퍼즐 픽션 Puzzle Fiction 4
피터 와츠 지음, 김창규 옮김 / 이지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은 어렵다.
주인공을 태우고 번스-코필드 혜성으로 날아간 테세우스호의 에너지원은 반물질이다. (젠장, E=mc2도 이해 못했는데 양자역학 왠 말이냐??) 신경생물학의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 신경생물학이 뭔지 하나도 모른다. 더군다나 나는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해내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공간치다. 그런데 SF를 사랑하다니.. 이건 나의 슬픔이지 뭐..) 그렇다 보니 테세우스의 내부 구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인공들이 탐험(?)하는 외계물체 로르샤흐도 내가 상상한 로르샤흐와 작가가 그려낸 로르샤흐의 모습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 이 책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이 책 다 읽고 1000페이지 가까운 댄 시먼스의 ‘일리움’을 읽고 있는데.. 이 책보다 세배쯤 진도가 빨리 나간다. )

책 위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난 이 문구에 낚여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책을 읽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낚시질 서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귀가 우주선의 선장을 맡고 있다. 승무원은 포스트휴먼 좀비들이다. 그렉이건이 신경생물학에 매료되어서는 그 승무원들을 통해 외계인과 접혹하는 상황을 그린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그게 ‘블라인드 사이드’다. “
흡혈귀와 포스트휴먼 좀비에 정신이 팔려서 ‘그렉 이건’을 보지 못한 나의 실수 일수 밖에. (이 소설은 내 주장컨데 그렉 이건보다 하드하면 하드했지 그 보다 못한 수준이 아니다.)

나는 어릴 적 간질을 앓아 두뇌의 절반을 잃었다.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감정을 버렸다. 그래서 죽어가는 여인 앞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줘야 하는지 그 알고리즘을 찾을 수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직업은 종합가다. 인간이 받아드리는 정보를 감정을 삭제하고 받아드리는 직업이다. 언제나 관찰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과 말투, 몸짓을 감시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라하겠는가?

그런데 어느날 21세기가 저물어 가고, 19세기에서 20세기만큼의 과학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화사회에 외게인이 출몰한다. 개똥벌레(?)처럼 생긴 외계물체가 하늘을 뒤덮고 한꺼번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세상을 먹먹하게 만든 거다. 지배층들은 이 외계물체가 무엇인지, 지구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알기 위해서 번스-코필스 혜성 근처로 탐험선을 보낸다.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자 한명.
그들의 인지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4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언어학자, 한 명.
혹시 적대적일 경우 필요한 군인 한 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한 종합자인 나, 시리
유전과학을 되살려낸 인간과 다른 사고를 하는, 인간의 포식자 벰파이어 주카.
이렇게 다섯명이 엄청난 인공지능을 지닌 테세우스호를 타고 외계 생명체와 만나는 모험이다. -0-
아.. 이러니 정말 낭만적인 책 같아 보이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 어렵다. 다 보긴 했으되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의 역사’처럼 이 책도 다 보긴 했으되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절대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우주라는 제한된(?)공간에서 인간사회에 동떨어져 외계물체와 조우하면서 인간의 인지체계의 한계와 모순을 꼬집는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더라고 꽤 많다. 그러니 좀 더 쉬운 책을 볼란다.  


여자들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책,
만약 당신이 남자고 하드하고 최신 트렌드의 과학 상식이 녹아 있는 책을 고른다면 추천.


P244
그래, 그 애기는 항상 나오지. 기계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 기계혐오주의자들은 컴퓨터 오작동을 사랑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사고로 일어날 뻔했던 전쟁을 상당수 예방했다고 주장하지. 하지만 위원장, 웃기는 게 뭔지 알아? 인간이 의도적으로 일으켰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야. “

p.382
어쩌면 실제로는 아이작에게도 내 방식이 안통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은 커닝햄과 마찬가지로 나의 조작을 금세 꿰뚫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괘념치 않았다. 내가 자신을 읽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작은 그런 상황에서도 나르 좋아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맞는 해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작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유일하게 먹먹해졌던 부분. T.T (내가 좋아한 아이작은 로르샤흐를 탐험하다 죽었다. 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렇게 쉽게 죽는 지. T.T  꽤 멋진 캐릭터였는데 말이다.) 나는 아이작처럼 친구의 허물까지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빈다.

p.393
두뇌는 생존을 위한 도구지 거짓말 탐지기가 아니다. 자신을 기만해서 적응력이 높아진다면 두뇌는 거짓말을 한다. 관계없는 것들을 무시한다. 진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P468
시리, 너희는 합리화를 한다. 변호도 하지. 너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을 부인한다. 앉은 자리에서 그럴 수 없으면 흔한 일로 만들려고 한다. 증거가 늘어나도 절대 인정하지 않지. 학살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면 못들은 걸로 친다. 대랑 살상의 증거를 보면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멸종 생물이 생기면 태양 흑점과 화산을 탓한다. 다들 그렇지만 네가 가장 심하다. 너와 네 중국어 방이 그렇다. 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수학으로 대체하고 그게 먼지 알지도 못하는 진실을 거부한다.

-벰파이어 주카가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한 말. 모두 다 사실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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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왕들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립학교의 평범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뉴욕시 중학생(정도의) 퀴즈 대회를 나간다.
중학교2,3 학년의 형들을 물리치며 승승장구.
드디어 결승전.
문제는 바로 아이들의 갈등과 상처에 관한 문제다.
틀릴 수 없는 자신들의 문제들.
아이들을 그 문제를 꼬박꼬박 맞춰가며 자신의 갈등을 풀고 상처를 치유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이 책이 정말 무미건조해보이지만… T.T
이 책은 읽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영리한 14살 소년 노아의 재치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나디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풍요로운 아이다.
슈퍼맨 루카스 형을 둔 에탄은 다른이에게 형의 별책부록처럼 존재하는 아이다. 그래서 에탄의 섬세함, 관찰력, 그리고 인내심과 배려 같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그 아름다운 능력을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T.T
마지막으로 줄리안 싱.
영국 기숙사학교에서 나고 자라 귀족적인 발음으로 에피파니에 전학 온 아랍계 소년.
친구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서 다과회를 선물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마술사의 ‘기량’을 갖춘 소년. 이 네명의 청소년이 뉴욕시의 퀴즈왕이 된다.

아, 빠드릴 수 없는 선생님 한 분!
어떻게 다른 선생님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 낼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는 하반신 불구의 올란스키 선생님.
그러나 이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어른이다.
물론 이 아이들의 영혼을 하나로 묶은 마가렛 할머니와 아이지 할아버지의 결혼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 중에 하나다.

참 잘 구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인물들이 청소년 문학이 가져야 할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는 책.
슬럼독밀리어네러의 어린이판.. 그러나 더 사랑스럽고 훈훈한 책
1318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을 책 “퀴즈왕들의 비밀”이다. 
 

 

<이 것이 첫번째 퀴즈의 답 캘리그라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붓글씨도 캘리그라프라고 한다> 

 

<결승전 두번째 문제의 답 사르가소 바다. 플로리다 윗쪽 해변. 그 유명한 벼뮤다 삼각지 위 편.>
 

P37
올린스키 선생님은 대회를 포기했다. 사람들은 선생님이 장애인이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로마 박사에게 그 말 자체가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태도 때문에 상처 받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아니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여태껏 받아온 교육과 그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 때문에 로머 박사는 장애인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 또 농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P.90
농장에서 사는 사람들과 농부들은 먼지를 달리 생각하는 것부터 그 차이가 드러난다. 그 사람들에게 지구는 소중하고 잘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먼지는 아니다. 그들은 먼지를 없애고 싶어할 뿐이다. 하지만 농부들은 먼지를 좋아한다. 먼지는 지구의 한 부분이며 먼지를 처리하는 것은 퇴비를 만드는 일의 일부이기도 하다.

P129
내 일생에서 단 하루를 고르라면…. <중략>
우리가 처음 다과회를 했던 날 있지. 바로 그 날이야. 그 때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난 다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P 161
고팔 아저씨는 마술사란 자기 마술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리고 싶어하는 마술사는 진정한 마술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기적을 깨뜨리지마. 너는 사라지고 마술만 보이게 해. 네가 드러나고 마술이 사라지게 하지 말고”

P212
친절이요, 선생님. 노아, 나디아, 에탄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친절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자신에게선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배웠어요.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알겠어요? 선생님께서도 나쁜 것만 보셨다면 좋은 걸 어찌 아시겠어요? 아마 줄리안은 친절에 대해서 다른 애들보다 더 많이 알았을 거예요. 우리 아들과 저는 운이 좋았어요. 유람선을 타고 여행하면서 참으로 많은 친절을 경험했어요. 우리 아들은 이 학교에 와서 비로서 나쁜 행동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지요. 심술과 익의를요. 아이들이 그 애에게 못된 짓을 많이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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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진열장 1 펜더개스트 시리즈 1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서평은 엄청난 스포일러임으로 이 책을 정말이지 꼭 읽어야겠다는 분들은 이 서평을 살며시 덮어두길 바란다. 
 

큰 키에 마른 몸매, 투명하리만큼 핏기 없는 흰 피부.
왠지 이 책의 주인공 팬더게스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기스러워진다.
약간의 고딕풍, 어두컴컴한 새벽녘의 고즈녁함.
오랜 된 건물에서 새어나는 쾌쾌함.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의 음산함.

내가 이 책 ‘살인자의 진열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 건설현장에서 130년 전의 시체들이 발견되고 롤스로이스를 타고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노라 박사를 찾아온 팬더게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이런 느낌을 기대했다. 등장한 인물의 기괴함이나 130년전의 사체를 놓고 법의학자가 아니라 고고학자를 찾아온 이유가 왠지 이런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나는 2권까지 길게 늘어지지 말고 여기서 깔끔하게 고백하자.  

내 기대가 과했다고, 개연성이 부족하고 독자에게 사건의 공감도 끌어 모을 수 없을 만큼 이 책은 산만하다고... -_-+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한다. 특히나 이런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독자들은 누가 범인일지, 작가들이 알려주기 전에 먼저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 그 놈일 줄 알았어. 그 놈이 이런이런 부분에서 수상했다니까..’
작가가 알려주기 전에 먼저 맞추고 스스로의 집중력이나 관찰력에 만족한다. 그게 추리소설을 읽는 아주 원초적인 매력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스토리가 있다. 아주 쉽고 단순하고 유치하게...
‘그래서 에녹 랭 박사는 영생의 비밀을 푼 거야? 그런데 현대의 누군가가 그 비밀을 노린 거야? 그래서 살인이 벌어지는 거고. 그래서 범인과 팬더게스트가 1:1 혈투 끝에 그 비밀을 손에 넣는 순간, 그 비밀을 불에 타거나 강물에 흘러가거나, 그런 식으로 파괴되는 거야? 이런 이야기는 아니겠지. 설마, 이거 미국에서 꽤 인기 있는 시리즈라며.. 이런 식으로 B급 헐리우드 스토리로 막 나가는 건 아니겠지. 알라딘의 서평도 꽤 좋았잖아. 아닐 거야;’

살인자의 진열장 1권이 끝날 쯤은 내 생각은 이렇게 이어졌지만 작가의 인지도를 믿었고 나의 뒤통수를 칠 기발한 반전을 기다리며 2권을 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내 기대는 또 다시 과했고 이 책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 130구의 시체를 발견하고 나서, JC쇼텀의 편지가 발견되었을 때 이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주인공이 그랬다. 다국적 제약회사 가문의 FBI요원. 돈 많고 백 많은 인간이라서 자신이 원하는 사건만을 들쑤시고 다닐 능력을 지녔다. 운전사를 둔 롤스로이스를 몰고 사건 형상을 누빈다.   

 

참 이런 매력적인 주인공이 하고 다니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처음에 노라를 왜 찾아갔을까? 법의학자도, 법인류학자도 아닌 노라 켈리 박사를 말이다. 그리고 130년 전 일어난 사건이 에녹 렝의 짓이라는 것을 그냥 처음부터 어떻게 알았지?, 뉴욕이라는 커다란 도시에서 갑자기 발생한 도리 홀랜더의 살인사건이 에녹 렝과 연결될 지 사체 부검을 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한다. 찬찬히 훑어 보면 팬더게스트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에녹 렝이 영생의 비밀을 푼 것도, 그 비밀을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마지막 꿈도... (물론 반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알고 있다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알게 됐는지 개연성 있고 조리 있게 독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뭐든지 다 아는 팬더게스트니까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이런 점이 이 책을 지루하게 만든다. 매력적인 거죽을 지닌 팬더게스트는 알고 보니 별거 아닌 폼만 잡는 허영덩어리라는 느낌?  

 

팬더게스트만큼 재수 없는 탐정 셜록 홈즈도 어떻게 그가 지식을 얻게 됐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왓슨’을 놀리면서  이야기는 다 해준다. 그제야 독자들은 셜록의 관찰력과 분석력이 얼마나 월등한 지 알게 되고 셜록 홈즈의 팬이 되는데 말이다. 사건의 모든 내막에 침묵하는 셜록이라니.. 그런 탐정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대부분 헐리우드B급 영화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위 인물도 그렇다. 맨날 헛다리 짚는 구스퍼 경감님이나, 사리사욕에 눈 번 브리즈번 부관장들은 이런 류의 영화나 소설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이런 연쇄 살인이 벌어질 때는 공교롭게 꼭 선거철이다. 시장님은 그래서 진범보다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성과만 필요할 뿐이다. 슬러셔 무비에서 가장 안타까운 정의로운 피해자나.. (난 오쿄네시를 가장 좋아했단 말이야. 그렇게 죽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워!!!) 야망이 큰 스미스백 기자나, 새로울 것도 없고 특이할 점도 없는 전형적인 인물,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주위 등장인물은  이 책의 매력을 떨어 뜨리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살인자의 진열장은 1권에서 온갖 폼을 다 잡고 멋들어진 연설을 해 놓았지만, 정작 그 연설의 끝맺음을 엉성하기 그지 없다. 조금만 더 치밀하고 조금만 더 꼼꼼했다면 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당신이 이 책을 잡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이 그대로 펼쳐지는 추리물...
범인이 누군지 생각도 하기 싫은 책.
독자에게 너무도 불친절해서 과연 작가가 생각이나 있었을까 라는 의심이 드는 책.
만약 이 책을 읽는 것보다 헐리우드 영화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살인자의 진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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