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 만만치 책의 두께와 크기를 사진으로 인증했으니… 내 서평에서는 패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10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이다. 일단 페이지의 압박이 이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할 듯 하지만, 영화 ‘트로이’를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SF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KG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을 들고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무지무지하게 재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재작년 나온 ‘히페리온’의 후편 ‘히페리온의 몰락’이 곧 나온다는 소리에 댄 시먼스를 열심히 검색하다, 뭐야.. 벌써 댄 시먼스의 다른 책도 있잖아!!! 이런 제길, 이걸 이제야 알다니. 벌써 나온지 4년이나 됐는데…. 하며 후다닥 읽기 시작했다. (군데 번역자 최용준씨가 히페리온의 몰락을 넘겼다는 소문이 있던데.. 왜 책은 안나오냐고.. 연초에 3월에 나올 예정이라는 게시글을 어서 봤는데 말야..)

일리움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눈먼 장님 호머의 시 ‘일리아드’의 변주다. 시간과 공간을 허물어 붕괴시켜 시간의 틈 속에서 먼 미래에서 먼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시키는 이야기다. 참.. 작가가 잘났다. 몬테크리스토백작이나, 삼총사, 햄릿의 변주는 수 없이 봤어도, 호머의 시를 변주하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단 일리아드는 방대하고(난.. 재미 없었다. 구냥 축약본으로 읽는 게 훨씬 더 낫다) 산더미 같은 역사적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니, 작가가 보통 내공의 소유자였다면 2천년 넘게 구전되어 내려온 일리아드와 고고학적 지식에 치여서 죽도 밥도 안됐을 꺼다. 그러나 걱정마라. 이 책의 작가는 잘났다. 그리고 신화와 SF를 섞어 내는데 세계 최고다. (진정으로 세계 최고다)

시간이 좀 걸리고… 책이 무거워 근육통에 걸리고 순간순간 개념이 좀 헛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왜 분권하지 않았을까? 재미없는 팬더게스트 시리즈도 분권해서 나오더만, 재밌는 책을 보려면 인내하라는 소린가? 가끔 출판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분권 센스에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SF와 신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
그리고 올해 조금은 새로운 도전으로 1000페이지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강추(일단 이 책은 두께로 다른 책을 올킬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당신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내게 ‘유년기의 끝’ 이라는 책이 SF의 문을 열어 줬듯이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SF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장에 폼나고 멋진 책을 꽂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책, 댄 시먼스의 ‘일리움’이다.

젠장.. 이 사건의 끝을 보려면 올림푸스를 읽어야 하는데… 알라딘 서평을 보니 이 책의 번역가와 달리(한 책을 번역가를 달리해서 쓰다니.. 베가북스 제정신이냐?) 올림푸스 번역가는 SF가 뭔지, 일리아드, 오디세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젠장.. 장르 문학이라고 이상한 번역가를 쓴 모양이다. SF를 천시하는 우리 문학 풍토는 언제쯤 바뀔까?

그리고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의 몰락은 언제쯤 나올까? 작년에는 올해는 꼭 나온다더니.. 벌써 한해의 반이 지나갔다. ‘열린책들’은 반성하고 얼렁얼렁 ‘히페리온의 몰락’을 출간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댄시먼스 만세만세만만세다.

P942
뭐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9년간 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살아왔죠. 어떤 사람이 어떤 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누가 언제 죽을 것인지, 누가 살 것인지요.
<중략>
매 시간, 매일, 매일 아침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나는 몰라요. 앞 일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에요.
<중략>
하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발견해 가는 건 무지하게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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