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연코 알라디너의 한 리뷰 때문이었다.
“너... 키스 처음이라더니 왤케 잘 해?” 라는 제목이 날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그래?
처음 썼다는데 그렇게 잘 썼어??

요즘 내 생활이 심드렁해서인지 꽤 재밌는, 신나는 소설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전형화 되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일단, 탐정 역할을 하는 형사나, 프로파일러나 웬만한 외상후 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가정사가 파탄 나 있는 상태다. 주인공이 되는 형사나 프로파일러는 이 연쇄 살인범이 없으면 큰일 난다. 연쇄살인범들이 대부분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환상을 충족하듯, 탐정역은 그들을 잡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아 ‘속삭이는 자’에서 이런 전형화 때문에 짜증까지 났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d,f 머리 속으로 그리며 그 범인의 생각을 쫓아가는 것이 직업인 이른바, 프로파일러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난 좀 더 심신이 건강한 멀쩡한 탐정이었으면 좋겠다. 상처 뿐인 영웅은 난 싫다고!!!

연쇄 살인에 관한 책들이 벌이는 또 다른 전형화는.. 범인들이 천재라는 거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탐정은 한없이 약하고 문제투성이의 인물로 그려지는데 반해서, 범인들이 벌이는 범죄는 거의 예술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악함을 모아서 살인을 벌인다. ‘속삭이는자’에서의 범죄과정이나(이건 범죄과정이 아주아주 팬타스틱하다. 끝이 허무해서 그렇지. 과정의 스릴러를 즐기는 분이라면 추천) ‘시인’에서의 살인은 예술이다. 이런 식겁할 천인공노할 범죄가 왜 벌어지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 예술(?)적인 살인과 그를 쫓는 상처투성이의 형사 이야기만 줄곧 나오다 보니 난 요즘 추리소설이 버겁다.

그래서 이 책도 심드렁하게 읽은 것도 사실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법의관처럼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살인이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요즘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탐정 토니 힐은 지금까지 본 프로파일러 중에 가장 멀쩡하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데다가, 어느 정도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도 차분하다. 거기에 토니 힐의 파트너 격인 캐롤 조던은 멀쩡한 것을 넘어서 훌륭하다. 마초적인 분위기의 강력계, 여성 형사라는 차별 속에서 악인을 잡기 위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동네 경찰관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인물이다.
자 상처 뿐인 영웅에서 멀쩡하고 건강한 영웅을 얻었으니, 이제 범인을 잡으러가자!!

이 책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각 장의 서두에 나오는 ‘범인’의 살인일지일 게다.
차분하고 섬세하게 준비과정부터 차근차근 서술해 나가는 살인 일지 속에는 범인이 가지고 있는 살인에 대한 열망과 환상이 끔찍할 만큼 생생하게 묘사됐다. 범인이 벌이는 고문과 살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버거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어가게 만든다. (역시 인간은 관음의 동물인가?) 이 책의 범인은 다른 소설의 악당(?)들처럼 천재적이지 않다. 다만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며, 누구보다 깔끔하게 범죄를 실현시킨다.
자 이런 탐정과 범인이 만났으니 구성이 꽤 단단하다. 뿐만 아니라 책을 풍성하게 해주는 인물이 곧곧에 포진돼 있어서 극의 긴장감도 높다. 보는 내내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긴장에 푹 빠져 읽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속 시원하다는 거다. 여운따위없이.. 아주 속시원하게 잘 끝났다. (제발 연쇄살인범이 또 빠져나가는 헐리우드 식 엔딩은 이제 싫어!!!)

오랜만에 읽은 별 다섯 개짜리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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