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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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지 이제 일주일 남짓, 그런데 내 책은 벌써 9쇄다.

예약 판매 1위라며 좋아라 했는데..

벌써 9쇄니 무난히 십~쇄는 넘길 수 있을 듯 싶다.


이 책은 읽기 쉽다. 주진우 기자가 말을 하듯이 짧고 간결한 문장이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 온 사건의 뒷 이야기를 주기자가 직접 밥값에 술값 들여,

발품 팔아서 얻은, 그러나 기존 언론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팩트를 알려준다.

그러니 읽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이 책 ‘주기자’에 대해서는 길게 쓸 말이 별로 없다.

본인이 말하듯 철없고 수줍은 열일곱 살의 열혈 청년 주기자가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못 살게 괴롭히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어, 칼보다 강한 펜으로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의 구리고 악한 속내를 밝힌 책이다.

 

철없고 수줍은 열일곱 살 이라고 밝히지만 주기자도 알고 있다.

자신이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 짱돌 날려봤자,

사회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인내심도 강하고 뒤끝도 길어서 언제나 우리 위에 군림해 왔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한 기자는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며 늘 스스로 옳은 길을 찾아 걸었다.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내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들이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민중가요 <청춘>의 한 자락이다.


청춘이 지나가면 뜨겁던 가슴은 서늘해지고 분노보다는 타협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아직도 열일곱 서슬 퍼런 청춘의 분노를 간직하고 행동하는 주기자의 정통시사활극을 보면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짱돌을 날리는 주기자에게 반한 사람들...

혹은 청춘의 분노를 잃어 나처럼 부끄러운 사람들...

그리고 세상 사는 것이 너무 팍팍한 사람들....

4.11 총선에 투표하자.

주기자처럼 강자에게 한없이 강하고 약자에게 끝없이 관대해지지 못하는...

가끔은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 주눅 들고 쫄게 되는 평범한 우리가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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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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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에서 소개된 책이다.

!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고 해롭다는 표현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 판단도 아니고 좋다 나쁘다의 감정 판단도 아니다.

해롭다는 과학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과학을 기초로 나온 결과고 김치가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다.

다들 애국하고 민생에 보탬에 되겠다며 자신들을 믿어 달라고 소리치는 각 나라의 엘리트들이 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해를 끼치는 걸까?

그걸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어떻게 얻어 냈다는 것일까?

 

이 책은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살인(이 책에서 폭력 치사라고 부른다)의 통계를 분석했다. 미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공화당일 때와 민주당일 때를 나눠서 분석해 봤더니, 공화당 대통령일 경우에는 언제나 폭력치사율(인구 10만 명당 자살과 살인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민주당 대통령일 경우 폭력치사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살은 한 개인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고 살인은 한 개인의 폭력적인 성향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책임보다는 개인적인 도덕성의 문제라고 여겼던 우리의 선입관에 KO펀치를 날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KO펀치의 무게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통령의 정당만큼이나 개인적인 성품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20세기 12명의 미국 공화당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단 하나를 제외하고 폭력치사율을 감소시킨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도 나를 얼떨떨하게 만든 사실이었다. (폭력치사율을 감소시킨 유일한 공화당 대통령은 아이젠하워다)

 

이 책의 저자 길리건 박사는 이 원인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설명한다. 미 공화당은 우리의 새누리당과 같은 1%를 위한 정당이다. 공화당은 그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경제마저도 능하지 못하다. 늘 살인적인 물가 성장률을 가져왔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 향상에도 기여한 바가 없다. 늘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부유층의 실질 소득 향상은 높아졌지만 극단적인 경제정책으로 경제 공황을 자초하기도 한다. (아들 부시의 어처구니없는 경제 정책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낳기도 했다)

경제적 공황은 실업사태를 야기한다. 해고는 우리와 같이 미국 사회에서도 살인이다. 직장을 잃은 가장은 가장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무능력하과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혹은 수치심으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해서 다른 이를 해치게 된다.

한 흑인 가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실직을 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사실대로 말한 용기가 없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지만, 경제 공황은 그의 재취업 기회를 주지 않았고 3개월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핀잔에 그는 집에서 보관한 총을 꺼내 들어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한 개인의 폭력적인 성행 때문일까? 모든 해직자들이 살인과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는 사람보다 그럴 확률을 더 높다. 국가 안전망이 든실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폭력치사율을 높이고 늘 경제 공황을 야기하는 무능력한, 1%를 위한 정당이라는 것은 역사적인 결과를 통해서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교묘한 물타기를 통해서 집권한다. 지역간의 갈등, 빈부간의 갈등을 통해서 중산층에게 공포를 조장한다. 저들이 집권하면 너희들의 재산을 빼앗아 흑인과 라틴계에게 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뽑아라, 우리가 너희들의 재산을 지켜줄께!!!! 우리에게 종북 빨갱이들이 있는 것처럼 공화당에는 늘!!! 흑인과 라틴계들은 언제나 그들에게 든든한 배경이 된다.

 

그렇지만 이 원인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책을 보지 않더라고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도 미국 사회를 닯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내가 해 봐서 아는 대통령을 둔 죄로, 노점상에서 대기업 CEO, 대통령으로 계급이 수직상승한 대통령을 둔 죄로, 뭐든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탓이 돼버렸다. 무한경쟁의 시대,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숨 쉬기조차 어려워지는 것은 사회가 잘 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생각 대신 개인이 무능력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내가 이 책은 사랑하게 된 이유는 폭력치사율이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높아지고 낮아진다는 것을 알려줘서도, 왜 미국 사회에서 1%를 위한 정당에 끝임 없이 투표를 해 주는 이유를 가르쳐 줘서도 아니다. 정말 제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막 해대며 우리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우리나라 대통령과 한 정당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리의식은 내가 생각하듯이 하나가 아니란다.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로 나뉜다고 이 책에서 전한다.

이 책 132 쪽에 보면 (나에게는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처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수치심의 윤리는 수치와 굴욕이, 다시 말해서 불명예와 치욕이 가장 큰 악덕이고 수치의 반대, 곧 자부심과 명예(존경)가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체계다. 죄의식의 윤리는 죄가 가장 큰 악덕이고 죄의 반대, 곧 순결이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체계다. (중략) 수치심의 윤리는 우월한 사람이 있으며 그런 사람은 자부심과 명예를 만끽하고 열등한 사람은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느끼는 위계화 된 사회 체계를 미화한다. (중략) 자부심의 반대는 겸손이고 겸손은 순결의 필수 조건이므로 죄의식의 윤리에서는 겸손을 가장 높은 미덕의 하나로 꼽는다. 반면에 수치심의 윤리에서는 겸양은 자기 모욕에 맞먹기에 가장 몹쓸 악덕으로 본다. 이런 가치관의 차이로 생겨나는 한 가지 결과는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누르고 겸손을 품는 길의 하나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하고, 반대로 수치심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수치심과 열등감을 누그러뜨리는 길의 하나로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 (중략)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진보의 성패는 많이 가진 사람의 풍요에 우리가 더 얹어 주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우리가 충분히 베풀어주는가 여부에 달렸다고 이야기 한 반면 레이건은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미국을 보고 싶어 하는 당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 이원화된 윤리의식을 통해서 나는 드디어 우리나라의 행정부 수장이 대통령과 제 1당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됐다. 그들은 경제적인 성공만을 바라보며, 부자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빈자를 그냥 사고에서 삭제한다. 왜냐면 빈자의 존재는 그들의 무능력을 입증하는 결과지만, 개인의 탓으로 넘겨버리면 자신의 윤리체계 안에서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부라는 실언 아닌 실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그의 윤리의식과 우리의 윤리의식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서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변할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 ‘우파들이다. 그것을 길리건 박사는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나는 새는 좌우로 날개로 난다는 리영히 선생님의 말씀을 믿었다. 다양성은 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사회는 새가 아니고 좌우의 날개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무한 경쟁을 통해서 승자와 패자로 나누고 모든 것을 승자가 독식하며 패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며 그들을 폭력적인 선택으로 이르게 하는 정치 세력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200페이지의 길지 않은 책이고 읽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사회과학 서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 일독하기를 바란다. 더 바라는 것은 군사정권 이후 20여년의 우리나라 정권이 향방에 따라서 자살율과 범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누군가 이 책처럼 연구를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예가 아닌 우리나라의 예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

 

작년에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 중 300여명이 폭력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나약한 젊은이였을까? 쌍차 사태로 벌써 22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졌다. 22명의 죽음은 과연 무능력한 젊은이의 무력한 선택이었을까??

이 책의 7장의 제목처럼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

411,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살리는 귀중한 의무를 할 시간이다.

꼭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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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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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보궐선거 맞이 리뷰다...
이 책은 술술 넘어간다. 빨리 읽힌다.
이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럼 재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마 보수인 울 아버지가 읽었다면 뭐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누가 책으로까지 내 주냐 며 화를 내실 것 같지만...
난 그냥 웃겼다.

웃긴거.. 중요하다.
우리는 정치는 중요한 무언가 비장미 넘치고 나를 희생하고 나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은 직업인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우리 생활에서 비장미 넘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경우가 별로 없듯이
정치인들도 그렇다. 그들도 생활인이니까..

그런 비장미 넘치는 정치를 생활의 영역으로.. 그리고 유머의 영역으로 내려 놓은 것..
그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는 자주 직장 상사의 뒷담화에서 생의 기쁨을 찾는다.
불평이 하다하다.. 어느 순간 맞게 되는 불평의 오르가즘에 삶의 안정을 찾는달까?
이 책은 무려 가카와 우리나라 대표 정치인들에 대해... 뒤에서 하는 뒷담화를
앞에서 대 놓고 한다.
이 아니 통쾌할쏘냐!!! ㅋㅋㅋㅋ

일단 나는 꼼수다를 듣는 청취자들은 이미 익숙해진 작가의 어투를 따라하며 읽는 맛이 쏠쏠할 듯 싶다.
졸라, 씨바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어느새 김어준의 감성에 동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혹은 나는 꼼수다를 듣기 전의 청취자라면... 미리 예습을 하듯이 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25화까지 나온 꼼수를 들을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은 꼼수를 김어준의 어투로 다이제스트 한 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나는 꼼수다를 40대 남자들의 마초적인 수다라고.. 듣는데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예전에 미국 민주당 당원이 내 놓은 '감성의 정치학'이란 책이 있다.
투표가, 선거가 합리적이라는 말을 다 거짓말이라는 소리다.
다덜 감성을 움직여 투표를 하게 한다는 거다.
김어준 총재는 이걸 정서라고 말했다.
뭐 같은 말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옳고 그름보다 좋다 싫다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먼저 좋다를 세우고.. 그 다음에 이성을 움직여 자신을 합리화 한다.
내가 왜 000를 좋아하냐면 말이지...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다 구라다. 그냥 난 000이 좋은 것 뿐이다. 감성적으로다가..

 

김어준 총재 말대로  닥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 봐라.
좋은 사람 없다고?
그럼 덜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봐라.
그리고 오늘 꼭 투표장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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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아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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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밝혔듯 이 이 이야기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아스'에 기초해 있다.
트로이 전쟁에서 패배한 아이네아스 (헥토르와 파리스의 사촌으로 트로이의 왕족)가 트로이를 떠나 7년동안 유배생활(?)을 하다 신탁의 땅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로마 건국의 초석을 닦았다는 이야기란다.

라틴어로 기록된 라비니아는 라티움의 왕녀로 신탁에 따라서 이방인인 아이네아스를 남편으로 섬기고
그를 도와 라비니움을 건국한다. 베리 길리우스의 서사시에는 트로이 전쟁 후 신탁을 따라 유배 생활을 하던 아이네아스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여인으로, 그의 그림자로 기록된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르권 아줌마는 죽어버린 언어 라틴어에서 라비니아를 부활시키며
베리길리우스가 미처 알지 못했던 라비니아의 진면모(?)를 발굴(?)한다. 

전투와 전쟁, 승리와 패배로만 기억되는 영웅들의 시대.
묵묵히 신탁을 따르며 상처받은 영웅을 치료하고
승린 영웅에게 축복을, 패배한 영웅에게 위로를 건네며
긴 세월을 인내로써 기록한 여성성 그 자체로 말이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르권 아줌마의 다른 소설처럼 읽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읽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다.

르권 아줌마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
그렇지 않아도.. 깊어가는 가을.. 정독할 만한 도서로 추천.


p344.
그러면 경건함이란 무엇이지?
아이네이스가 질문했다. 그 말이 생각에 잠긴 침묵을 불러왔다.
<중략>
의를 행하는 것이오.
세레스투스의 아내인 일리비아가 말했다. 그녀는 투스쿨룸 출신의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여인으로서 이제 내가 가장 아끼는 벗들 중 한 명이었다.
전투에서, 전쟁에서 의이란 무엇인가?
아이네이스가 물었다.
기술, 용기, 힘입니다. 전쟁에서 미덕은 경건함인 거죠. 싸워서 이기는 거요!
이스카니우스가 죽석에서 대답했다.
그래서 승리가 의를 만들어 낸다?
그렇습니다.
아스카니우스가 말했고 몇몇 사내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구나.
아이네아스가 특유의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신이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일이 바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만일 그것들이 같지 않다면 어떡하겠느냐? 그러면 승리를 거두는 것은
패배 당하는 것이다. 질서를 받는 것은 무질서, 파괴, 죽음을 초래하는 것이다.
미덕과 경검함이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없구나.
아스카니우스조차도 그 말에 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중략>
내가 알기로, 아키테스는 아이네아스가 트로이아에 대한 그리스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들은 정당하게 전쟁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트로이아만큼이나 그리스에게도 큰
파괴를 가져왔던 것이다. 아마도 아이네아스는 그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0월 26일은 보궐선거 날이고... 서울시장이 새롭게 선출되는 날이다.
감히 바라건대,  미덕을 가지고 경건함 맘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했으면 한다.
비록 싸워서 이기는 것이 미덕이 아닐지라도..
제발 경건함 없는. 미덕 없는 자가 승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건함과 미덕의 의미를 잠시 생각하며..
10월 26일.. 좀더 시민을 경건하게 생각하는 후보가 서울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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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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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부터 끝장까지 다 좋은 추리소설..
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 소설? 그냥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이다.

올해 만난 가장 아름다운 소년 조니.
13살, 또래보다 작지만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을 가진,
쌍둥이 동생이 실종되고 절망 속에 빠져버린 소년이다.

아버지는 그 절망을 이기지 못해서 소년을 떠났고
엄마는 절망 속에 빠져 술과 마약으로 연명한다.
모두들 불쌍한 아이, 안타까운 아이라고 쑤근대지만
소년은 절망 속에 빠지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애 쓴다.

동생을 찾으리라, 동생을 찾아 이 모든 절망의 어둠에 희망의 빛을 내리리라...

소년은 13살 어린 소년이 할 수 있는 아니 그것을 능가하는 행동으로 동생을 찾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그리고 그 조니의 곁을 지키는 친구 잭.
재능있는 야구 선수의 동생. 그래서 형의 부록처럼 느껴지는 평범하고 겉도는 아이다.
아버지가 형사지만, 학교는 잘 다니지도 않고 어른들 몰래 술을 마신다.
하지만 악착같이 조니를 따라다니며 조니의 속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조니의 동생 엘리사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헌트.
이제 그만 잊어야 하는데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된 엘리사 사건.
엘리사에 대한 집착으로 아내도 헌트를 떠났지만, 절망에서 기어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조니의 눈빛을 절대로 외면할 수 없었던 양심을 가진 사내다.

그리고 사건의 시작과 끝에 서 있는 러웨 프리맨틀.
사람들을 절대 의심할 줄 모르는, 지극한 선만을 지녔던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악을 보지 못했던 어리숙하지만.... 절대 다른 사람들을 가질 수 없는 순수한 영혼을 지녔던 사람.

자.. 이런 안타깝고도 사랑스런 인물들이 나온다.
물론 못된 사람들도 많이 나온다. 사람이 죽고 어린 소녀들이 납치되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책띠에는 위싱턴 포스트의 서평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폭력과 살인사건에 숨겨진 인간의 잔혹성, 위선, 상실감에 대한 수준 높은 통찰이 돋보이는 수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아름답고 또 읽을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
저 이런 잔혹성과 위선 상실감에 맞서 온 몸으로 저항한 조니의 위대한 용기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채로 친구의 곁을 지킨 잭의 촛불같은 우정과
진실을 파헤치고 어린 조니를 보호하고 싶었던 헌트의 우직한 정의감과
모든 일을 시작한 프리맨틀의 결백한 순수 때문이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다 좋은 추리소설...
한줌의 스포일러도 남기고 싶지 않아 이렇게 쓰지만...
모든 사람에게 추천!!!!!
별이 다섯개밖에 없는게 안타까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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