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12 - 완결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ㅇㄹ  '순정'만화를 보는 사람치고
김혜린이라는 석자를 모르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비천무'.
이불 속에서 숨죽여 읽었던 추억 속의 만화의 '어머니'가 아니던가..

얼마전 가까운 나의 친구 하나가 내가 불의 검을 다시 본다고 하자
놀래서 물었다.
'재밌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난 김혜린의 만화가 만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엔 무거울 만큼 재밌다.


그녀의 캐릭터는 공이 많이 들어갔다.
그 어느 인물 하나하나, 외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천하의 폭군인 온구트나 수하이바토르.. 카라까지..
난 그녀가 그리는 정당하고 깨끗한 인물이 아니라..
더럽고 치사하고 정의를 외면한 인물들이 아름답다.
그녀의 악한들에겐 설정이 없다.
그저 악하기만 인물들이 아니라, 사연을 지니고, 의미를 지녀서
악함이 서럽게 느껴지도록 그려진다.
인물 하나하나가 외로워서.. 그래서 좋다.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음기를 지녔으나,
차마 버릴 수 없는 연정과 연민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는 카라.
평생 따뜻한 사랑을 구했으나..
어머니와 아라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수하이바토르..
그리고 중원의 꿈을 품고 권모술수로 왕이 되었으나
그 왕관의 무게에 꿈을 버리고 마는 온구트까지..
물론 '만화'답게 악한 자들은 모두 쇄하고..
정의롭고 깨끗한 인물들이 뜻을 이루게 되지만..

글쎄....
마음에 남는 것...
떠나는 길도 서둘러 가버렸던 카라와
빗줄기처럼 무수한 화살을 맞고서야
따듯함을 찾은 수하이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감상적인 사람이 되는 걸까?

12년을 기다린 아름다운 송가의 끝은

따듯함보다는 왠지 서러움이 묻어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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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과 땅사이에 뭐가 있냐는 넌센스 퀴즈가 있었다.
물론 답은 '과'다.
하지만.. 하늘과 땅 사이에 '과'라는 거리가 있어서..
하늘은 하늘답게
땅은 땅 답게 존.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과 땅사이에는 '과'만큼의 거리가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거리를 재는 인간관계를 묘사하는데 명인이다.
나와 사회의 거리.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그리고 나와 진실된 나 사이의 거리를 '동경'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잘 묘사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이번 퍼레이드는 '신혼부부'용 맨션에 꾸겨 살게 된 네 남녀의 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절대 진심을 말해서도 안되는,
그러다 절대 거짓을 용서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거리. 이 따듯하고도 외로운 줄타기를 열심히 해 나가는 네 남녀 그리고 마지막에 시토루까지 다섯명의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퍼레이드처럼 화자가 바뀌며, 나와 다른 이들사이의 거리를 묘사하는 것은 그리 신선한 일은 아니다. 또 짧지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가 1%도 바뀌지 않고 도도리 표를 찍는다는 것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가 설정한 반전마저도 시들시들...

'일요일들' 이나 '동경만경'은 거리의 변화가 생겼는데..
퍼레이드의 그들의 거리는 끝까지 변화가 없다.
그게 아무리 '현실'이라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소설속의 현실은 아마도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싱겁다고 느낀 책 .. 퍼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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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지문 - 전2권 세트 - 법의학 스릴러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재번역되어 첫번째 읽은 패트리샤 콘웰
(물만두님의 리뷰를 보니 예전에도 이 책이 번역됐다니 괜히 손해본 느낌이다 -_-ㅋ)

스카페타 시리즈는 정말 재밌다.
읽기 시작한 순간 끝나기 전에 멈출 수 없게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아.. 추리소설의 묘미는 이 긴장감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이라는 씨줄과
인물이라는 날줄을 엮어
멋진 천을 짜듯이 촘촘히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10년전 유명 앵커를 처참하게 살해한 범죄자의 사형집행 전날..
그의 방법을 모방한 범죄가 발생하고
또 다른 살해현장에서는 이미 죽은 사형수의 지문이 발견된다.
그리고 사형수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증거는 사라져가고
그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목숨을 잃어 간다.
카피만으로도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 충분하다.

또 주된 사건과 관련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오고
사건이 전개 되어 나가며 그 인물
그 인물들이 점점 사건의 중심으로 좁혀오는...
서스펜스.

물론 읽다 보면.. 죽은자와 관련되어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순서로
차근차근 범인의 목적은 좁혀 갈 수 있지만..
절대 범인은 찾을 수 없다.
사형수의 지문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다.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냐..
하는 것이고
감정이 묻지 않은 스카페타 박사의 추리 속에...
작가 패트리샤 콘웰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너무나 반가운 패트리샤 콘웰의
사형수의 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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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눈의 물고기
사토 다카코 지음, 김신혜 옮김 / 뜨인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들은 것도.. 물론 알라딘에 나온 서평이 하나같이 좋아서다.
물론 일본 작가의 책답게 하루에 다 읽어 버렸다.

읽기 쉬운 문체..
공감하기 쉬운 감수성..
그렇지만 다 읽고 나면 허무해지는...
전형적인 일본 성장소설이다.

뽀족하고 강한 아이.. 혼자 있는 모습이 외롭지 않은 무카이란 계집아이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절대로 자신의 공간을 포기 하지 않는 가지마란 사내아이가 겪어내는 열 여섯살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집에서 정을 붙이지 못하고(그녀에게 도오루 짱이 없다고 해도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그리고 그것에 상처받지 않는 열여섯살 소녀가 책이 아닌 현실에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녀의 삼촌 일러스트레이터 토오루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는, 그리고 그림에 대해서 엄청난 정열을 품고 있는 무카이는..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단 한번 밖에 본 적이 없는 아버지 텟세이의 볼품없는 그림에 끌려 무작정 낙서만 해대며 아버지와 닮아 있는 구석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가지마의 그림을 보고 반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으되 볼 줄 아는 여자아이와..
그림을 그리되 볼 수 없는 남자아이는..
서로의 상처를 보담듬어 주며.. 열여섯살의..
그 불같은 순수를 넘어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사토 다카오의 문장도.. 지루해지고.. 여기까지..
대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열여섯에 대한 묘사도.. 여기까지...

"진지해 지기 두려웠다. 진지하게 하면 결과가 나온다. 자신의 한계를 보게된다. 진짜로 승패를 겨루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다. 져서 초라해지는 것도 없다. 모든 걸 애매모호하게 해두면 그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히죽히죽 웃고 있을 수 있다. "
" 무라타 미노리에서 고바타 도오루라는 뺄셈은 불가능하다. 뭐랄까, 이미 나의 일부분인걸. 도오루짱만 빼버리면 내가 산산조각 나 버린다. 어릴 적부터 도오루짱을 양분 삼아 자라 왔는걸"

글쎄
이런 열여섯이 있을까?

세상을 다 가지는 나이에..
자신은 절.대 패자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십대에..
왜 서른 살 즘에야 느끼게 되는 저런 허무함을 알게 되는 걸까?

그런 열여섯이 '순수' 할 수 있을까?

맑은 글을 쓰는 사토 다가코란 작가에 묻고 싶다.
당신은 그런 10대를 거쳤나요???
아니면 당신은 이런 10대를 꿈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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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알라딘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서.. 한번 리뷰를 쓱 읽었다.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린 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좀 씁쓸했다.

이 책은 참 오래 기다렸던 책이다.
E=mc2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책이라니..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이라는 우주 삼라만상의 해답을 알려준 사람이 아닌가??
더군다나 책을 덮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머리만 띵한 과학서적이 아니라, 대충 이.해.될 수 있게 만들어준데다가 읽는 내내 엄청난 재미를 안겨 준 작가의 책이니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데이비드 보더니스란 사람은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아마 번역하신 분의 노고도 치하하고 싶다) 읽는 내내 각주(이 책은 각주조차 없다. 그만큼 어려운 단어 사용을 자제한듯 싶다) 를 찾아보고 싶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모르는 단어 때문에 네이버 검색창을 두들기지 않아도 이 책을 읽기 어렵지 않다.

거기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파괴하는 인물 소개도 그렇다. 전보의 발명자였던 모르스나, 99%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에디슨에 대한 일화 등이 그렀다. 읽는 내내 작가가 전기를 우리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200여년의 전기 역사에서 큰 자취를 남겼던 인물들을 찾아서 복원하는(물론 작가적 상상력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 노력에 찬사를 보낼 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재밌다.
'전기'라는 영화를.. 이른바 '구라빨' 이 센 사람에게 줄거리를 들은 느낌이다.
그건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이것 뿐이었을까?
이 책은 재밌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유익하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전화기는 인간의 소리를 전기 신호를 바꾸어 전달하는 매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유비쿼터스가 가능하게 된.. 무선 시대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지만, 컴퓨터 안에 장치된 작은 무선 랜이 어떻게 그 커다란 정보를 받아 내는지도 궁금했다. 이 책은 이런 생활 속 우리가 익히 쓰고 있는 장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개념을 알려준다.

가끔..아니.. 아마 이 책의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 쯤이면 또..
난 전기가 발전소에서 생.산.되어 전선을 타고 우리 집까지 오는.. '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나에게 전기는..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우리가 텅 비어 있다고 여기는 공간에도 존재하며 또한.. 내 안도 존재하는.. 그런 운동성을 지닌 힘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 천차만별..
스펙트럼을 가져다 주는 책..
일렉트릭 유니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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