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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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칙왕, 쉘 위 댄스? 그리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


세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은?

식어 빠진 맥주처럼.. 일상에 지친 3-40대 가장들이 나오는 거다.

남들 하라는대로 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다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말을 더듬는 것이 매력적인 송강호 아저씨는 레슬링으로..

미소가 매력적인 고지 아저씨는 댄스로...

그리고 우리의 스즈키 아저씨는 박순신과의 만남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간다.


이 책을 들게 된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박순신이 스즈키의 교관(? 혹은 코치)로 나온다는 이유였다. 더 좀비스들의 성인버전은 어떤 버전일까 궁금해졌기 때문에 이 유쾌하고 발칙한 책을 사게 됐다. 더 좀비스의 고등학생 버전이라는 것이 좀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볼루션 No.3의, Go의 유쾌하고 발칙한, 그러나 왠지 가슴이 뜨금거리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 하루카가 어느날 갑자기 폭행을 당하면서 스즈키의 인생은 뒤틀려 버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랑하는 딸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자신은 가장(家長)도 남성(男性)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복수를 시도하지만 우발적인 폭력은 실패 어처구니 없이 더 좀비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10대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은 일상에 지치고 김이 빠진 40대 가장을 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물론 반칙왕이나 쉘 위 댄스처럼 스즈키의 일상탈출도 성공한다. 하지만 그 영화들보다 더 원초적인 짜릿함과 통쾌함을 주면서 말이다.


일상에 지쳐 지하처 2호선에서 스크립쇼를 계획하거나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강추!!!

더 좀비스와 스즈키 아저씨의 일상 탈출 속에 충분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을 듯 싶다.


책중에서


“폼 잡지 말란 말이야. 아저씨. 당신은 결국 당신 자신이 중요한 거야. 자기 몸이 다치기 싫은 거야. 무서우니까, 칼 따위를 들고 자기 몸에는 상처하나 입지 이기고 싶을 것뿐이야. 비겁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아”


“나는 대기선수의 대열에서 벗어나 버린 것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벌써 일상에서 일탈해 버리지 않았는가, 다시는 그 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형태나 색깔에 집착하지마. 그냥 공을 보고 본질을 붙들어 보란 말야”


“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넘어지는 법이야. 그 앞에는 두가지 패턴밖에 없어. 무서워서 어떤 선을 그어두고 그 안에 머물든지 포기하지 않고 한계를 추구하든지”


“힘은 머리에서 태어나 자란다는 걸 알아야지. 머리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힘을 죽어버려”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겠지. 애석하게도 말이야. 고작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만 생각하고 태명하게 살다가 죽으며 행복할텐데..’


‘생각이나 힘이 너무 넘치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릴지도 몰라’


이놈의 박순신은 왜 이리 삶의 본질에 닿아있는 옳은 소리만 해 대는지 모르겠다.

열일곱살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폐부를 찔러대서 뜨끔거린다.

이게 이제 마흔살이 된 작가의 생각이든, 열일곱 살 소년의 생각이든..

인생을 되돌아 보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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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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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더 이상 안보기로 하고..

친한 친구가 강추를 했던 소설인지라..

거기다가 인더풀까지 주는 덤 행사에 매력을 느껴서 또 다시 샀다.


그래 이제 인정하자. 일본은 중독성이 있음을

우울하고 시간 없을 때 보는 소설이.. 바로 일본 소설이다.

딱 좋다.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아 나 책 읽었어!

하는 자부심을 줄 수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소설들은 왜 이리 무거운지.. T.T)

그리고 쉽다.

쉬워서.. 또 읽게 되는 마력이 있다.


공중그네도 어찌나 쉽고 빠르고 재밌던지..

이라부 종합병원 지하에 위치한, 신경과 의학박사 이라부.

그 반쯤 미치광이 같은 행동이 컨셉인지, 진실인지 알 길 없는 괴짜.

사람에게 주사 놓는 장면에 집착하는 변태.

늘 짧은 치마만을 입는 간호사가 당신의 정신병을 치료한다.

(누가 누구를 치료하겠다는 것인지...)


치료방법은 단 하나..

나를 인정하고 바꾸면 된다.

선단공포증의 아쿠자도..

권위적인 장인의 가발을 비웃고 싶었던 예의 바른 의사샘도..

자꾸만 그네에서 떨어져 공중 그네사도..

자신을 인정하면 세상이 좀더 쉬워진다.

그렇지만 자신을 인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모두 내려놓기란..

미치광이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라부가 필요하다.

모두 노를 외치는데 예스라고 말하는 사람 말이다.

이 정상과 비정상의 중간에 위치한 이라부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바꾸게 되는 기폭제가 된다.


그들은 참 좋겠다.

이라부 같은 의사를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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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판한다 - 마이크 해머 시리즈 1 밀리언셀러 클럽 30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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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은 어지럽다.

개성 있는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사건들이 꼬여 있어서,

차근차근 추리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이 사건이 모든 열쇠는 풀렸어! 범인은 바로 당신!!!’

과 같은 김전일식의 구성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꼬여있는 사건을 탐정과 함께 쫓아가며

인물과 사건을 감상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립말로 소설를 읽고 나면 리뷰를 한다기보다

인물 분석과 사건의 정렬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고 소설을 감동을 쭉~~~~ 간직할 수가 있다)


물론 이 소설 내가 심판한다 도 강렬한 사건 이후

인물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정신없는 살인들이 이어진다.

이게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면.. 무차별적인 살인과

반전에 반전이라고 설정한 사건이 전부다.

뒤늦게 숨겨진 진실이나 비밀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되면

배신감을 느낄 듯 하다.

 

그냥 범인은 무차별로 살해하고

그 범인을 쫓아서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마이크가 하는 일이다.


너무나 폭력적이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탐정 마이크 해머.

모든 갈등은 물리적 폭력을 활용한다.

다른 남성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다. 무조건 깔아 뭉개버리고 시작한다.

남성에 대한 존중이 없는데 여성에 대한 존경이 있을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은 마이크 해머를 성적 대상자로 보고,

그를 유혹한다.

(이런 마초적 캐릭터가 있나? 모든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듯,

여성들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 건가?)

정당하지 않은 폭력과 무의미한 성묘사에

사건 구성이나 인물 관계보다 공을 들인 것이 틀림없다.


암튼 보는 내내,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하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던 책이다.

아무래도 여성이 보기엔 남성의 마초적 판타지로 첨철된 책...

무협지 류의 마초적 허무맹랑함을 1970년대 미국에서 다시 보고 싶다면..

강추!!!!

진지한 하드보일드 추리극을 보고 싶다면..

절대 빼들지 말아야할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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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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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장소에서 인간의 감성을 뽑아내는 요시다 슈이치 답게 7월 24일의 거리도 장소가 중요하다. 어딘지.. 아마도 항구를 끼고 있는 작은 지방 소도시가 이 소설의 중요한 무대가 된다.

절대로 행복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행복에 다가서길 주저하는 여자.
그래서 잘난 동생의 행복을 자신의 것인양 여기고
남들의 행복한 삶에 흠을 잡아내는 혼다가 주인공이다.

우리의 불평많은 혼다는 중고등학교 시절 잘생기고 똑똑한 거기다가 매너 좋은 (이런 남자가 존재하기는 할까?) 사토시를 짝사랑했지. 하지만 그는 동네 최고 미녀 아키코와 커플이야. 한번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혼다. -_-+

그러나 시간은 영원히 10대에 머물지 않듯이.. 우리의 주인공도 나이를 먹고.. 아키코는 사토시와 헤어져 혼다의 직장상사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아키코는 결혼한 주제에 육상회 동창회(사토시와 혼다의 동아리였던)에 불쑥 찾아와 좋은 분위기였던 사토시와 혼다의 사이를 비집고  이제 이야기는 혼다와 사토시, 그리고 아키코의 삼각관계가 되어버린다.  과연 중고등학교때의 차밍 프린스 사토시와 커플이 될 것인가? 하지만 7월 24일의 거리는...그런 삼류적 스토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행복은 절대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없고..
행복에 다가서길 주저하며.. 남의 행복에 흠을 잡아내는 혼다의 자기반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녀의 변명을 들어볼까? 그녀는 이런 여자였다고 한다.

1. 인기가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3. 대체로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4. 가족관계는 좋다.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지녀서 열렬히 사랑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5. 첫경험을 열아홉살, 고등학교 졸업하고 겨우.. 허겁지겁...
6, 타이밍이 좋지 않다.
7. 아직도 순정만화를 읽는다
8. 밤에 따는 버스를 좋아한다. 그것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돌아보는 버스.
9. 아웃도어를 싫어한다.
10.어떤 일에 대해서든 실수하고 싶지 않다.

그의 탁월한 재능(평범한 장소에게 感想을 뽑아내는데 정말이지 good)을 시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려내는 인간형의 짜증나기 때문이다. 늘 자신과 다른 이와의 안전한 거리에서 얌전히 관계를 유지하는 인간형들 말이다. -_-+잃다보면 화가 나고 신경질이 치밀어 오른다.행복하기 위해서는 착할 필요 없고.. 욕을 먹을 각오쯤은 해야 한다는 것.. 사랑하기 위해서 가끔은 염치없고 주책 맞아야 한다는 거.. 서른 언저리에 이미 알아버렸는데 말이다.

물론 저렇게 하기 위해서.. 용기라는 이제는 나에게 사라진 덕목이 필요하지만.. 소극적인 인간들 KIN
그리고 그렇게 소극적이고 감성적인 인간들을 자꾸만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요시다 슈이치도 고만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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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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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소설을 과일에 비유하자면...

잘 익은 멜로 같은 맛이다.

베어물면 입속을 가득채우는 육즙의  단맛이 황홀한...

그런 맛이다.

가끔 그 단맛이 생각나고 또 그 단맛에 끌리지만.. 그 뿐이다.

사과의 그 아싹거리는 재미도.. 귤의 상큼한 맛도 없다.

단맛만 있어 쉬이 지치게 하는 그런 느낌이다.

역시 쉬웠다. 아주아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한권을 해치워버리기까지...

한 두세시간...

 

역.시. 일.본.소.설.이.다.

생각할 꺼리도.. 상상할 꺼리도 없이

스토리와 감상에 쉽게 젖어든다.

더 좀비스는 그저그런 삼류고등학교(아참! 일본은 고등학교를 시험봐서 들어가지)에 사연을 가지고 와 있는 소년들이 그 지겨운 10대를 보내기 위해 또.다.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포틴의 소년들보다 3-4살이 많아졌다 뿐 그들의 고민은 늘  한가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과 소통하느니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다.

 

그들의 우두머리 히로시는 백혈병으로 죽는다. 조루증을 앓는 포틴의 나오키과 닮아 있다. 포틴에서 나오키을 위해 친구들은 남성을 선물하고 포틴의 소년들은 금단의 일류여고 성화고등학교를 침입(꼭 고대생이 이대생 축제를 망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학교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선물한다.

 

런.. 보이스 런...

늘 다수 측이 이기게 돼 있다. 그 말대로 아까 우리에게 굴복한 놈들은 머지 않아 사회의 한가운데서 다른 형태로 우리들을 굴복시키고 승리를 거머쥐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몇 번이나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되리라. 하지만 그게 싫으면 이렇게 계속 달리면 된다. 간단하다. 놈들의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모두들 뛰어.. 뛰어.. 뛰어..

 

 

그래 뛰어가라.. 숨이 차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10대 시절이.. 20대 시절이.. 영원하다고 믿을때까지..

늘 궁금한 것.. 이렇게 말랑말랑한 감수성으로 시스템에서 빠져나온 일본 소설의 주인공의 30대 모습을 어떨까? 그때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도 한때.. 나도 저런적이 있었지.. 혀를 차며 젊은이를 걱정하는, 혹은 동경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

 

이교도의 춤은 내 보기엔 유치한 추리소설..

스토킹을 당하는 쿄코를 보호해야 하는 나는 또 포틴의 얻어맞는 유부녀와 사람에 빠진 준과 왜 이리 닮았는지.. 어른들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방법도 나이에 차이가 있을 뿐 아이답고 통쾌하면서도 만화적이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일본 소설은 읽기에 재밌다.

비슷비슷한 감수성의 에피소드 나열이

깊이없이 계속되서 지칠 뿐이다.


책읽기 싫어... 책 안 읽은지 오래됐어...

이런 사람들은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지난 날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래서 그 시절이 못견디게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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