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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ㅣ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책 쓰기는 참 어렵지만 어찌보면 참 쉬운 일이기도 하다. 책이 담아내는 정보나 관점의 질이 어떻느냐 보다는 누가 썼는냐가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책을 무명의 작가가 썼더라면 얼마나 팔렸을까.
나는 여행기라는 장르 자체에 회의적이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과연 독자와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고조된 감정은 오히려 나에겐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지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오감을 통해 느낀 여행지에서의 감동을 텍스트로 재현해내는 것이 애초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기라는 장르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했더니 가까운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여행도 책으로 읽는 여행기보다 낫더라.'
이 책의 특징이라면 방문지에 따라 그곳에 해당하는 역사와 사건들을 서술한다는 것이다. 여행기의 특성상 과거의 사건에 대한 교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 책도 어김없이 그러한 규칙을 따랐다. 위키피디아를 읽는 것과 다른 점은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해 저자가 생각했던 교훈적인 측면을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회의적인 부분이 많지만 카잔차키스와 동행하는 듯한 기획은 이 책만이 가지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카잔차키스는 대립되는 두가지의 가치를 융합하여 각각의 가치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소설가였다. 카잔차키스를 여정에 동참시킨 이유는 인간적이지만 초월적인, 개방적이지만 폐쇄적인,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과 같은 다양한 이항 대립적인 요소들을 통해 그리스라는 나라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저자가 10권으로 기획한 책 중에 그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저자의 명성에 힘입어 앞으로도 꽤나 많은 부수가 팔려나갈 것 같다. 하지만 카잔차키스를 통해 그리스의 본질을 조명한다는 컨셉을 뺀다면 이미지는 사진집만 못하고, 역사적 설명은 백과사전만 못한 애매한 여행기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