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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비리그로부터의 명강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서점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부터 였던 것 같다. 2011년에는 와튼 스쿨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 공전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고, 올해는 예일대의 인기 강의라는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한국에 출간 되었다. 명강의라 함은 오랜기간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것이고 이는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내적인 의미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강의 자체에 매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학점을 잘 줬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은 삶의 실용적인 측면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유용한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리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물리주의자가 바라보는 생의 긍정'이라는 어쩌면 특이할 것 없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은 물질로 이루어진 유한한 존재라는 관점을 강력하게 견지하면서 이러한 관점을 독자들이 수용하기를 바래마지 않는다. 꽤나 정교하게 짜여진 것처럼 보이는 논리의 틀 안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영혼이나 인격과 같은 요소들의 존재는 부정당한다. 그러나 육체는 어떠한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쇠하고 결국 썩어서 없어지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에게 육체야 말로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것으로 여긴다.

 

 '물리주의적 관점'은 인간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와 같다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다만 컴퓨터나 여타 기계에 비해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이 충분히 설명된다고 보기 때문에, 영혼이나 절대자의 개념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무신론적이고 유물론적인 인간관을 가지고도 생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쩌면 조금은 새로운 시선일 수도 있겠다삶의 가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들과 비교해보면 특히나 그렇다. (심지어 몇몇 철학자들은 자살이야말로 인간이 자유의지로 행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라고 말하지 않던가?) 저자는 인생 자체가 축복이라는 관점에 기울어 있는데 읽어나가다보면 물질 이상의 것은 없다는 유물론적인 관점위에 인생은 (신의) 축복이라는 기독교적인 시선을 교묘하게 덧칠해놓은 듯 한 인상을 받게된다.

 

 이는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얻게된 일반해라기 보다는미국이라는 상황에만 성립하는 특수해라는 인상을 준다. 이른바 '박탈이론'이라고 불리는, 살지 못하면 누리지 못하는게 많기 때문에 생이 가치있다고 하는 주장을 오늘날 여전히 대부분의 주민이 극빈한 상태에 놓여있는 소말리아나 북한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저자의 관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빈곤에 의해 고통받지 않아야하며 자기의 노력에따라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구비되어 있어야한다. 구상에 이 정도의 요건이 갖춰진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은 의심스럽다.

 

 두가지 정도만 더 지적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한가지는 개념의 정의에 관한 문제이다. 명확한 경계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신체 기관을 향하면 더욱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인간의 인격을 담는 장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뇌일 것이라는 가정이 그렇다. 뇌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는 중추인 것은 맞지만, 뇌는 다른 장기나 신체 부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육체가 쇠락해질때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뇌와 다른 신체조직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인격의 핵심이 뇌에서 온다는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뇌는 다른 장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중추 기관이라는 것이 입증되어야한다. 

 

 다른 한가지는 많은 것을 계량화시킴으로 설명 되는 것에서의 문제점이다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의가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실이다. 과학에서 정확한 실험 결과를 위해서는 명확한 실험값이 요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인생의 행복이나 슬픔이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 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설령 수치화될 수 있다고 해도 행복과 슬픔을 구분하는 기준점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삶 자체를 긍정 혹은 부정하기 위해 우리의 삶의 행복과 불행을 수치화시킨다는 가정은 그야말로 머리 속에서만 행해지는 사고실험일 뿐이지 않은지? 

 

 이런 비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아이비리그의 명강의라 불리기 위한 필요 요건들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유용하다. '정의는 무엇인가'의 구성방식과 유사하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역시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개념과 의미에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독자는 그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저자의 관점을 수용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해 나간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조금은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 책을 바라보더라도 저자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면서 즐거워 할 것이리라.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학년의 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실제로도 이 책의 시작은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 철학강의 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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