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를 꿈꾸던 사람들은 적어도 이상향이란 노동자 계층이 자신의 삶에서, 또 사회에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핵심에는 마르크스 사상이 있고, 이를 이어받은 러시아 혁명가들로부터 시작된 공산주의 혁명은 직접적으로 반세기 동안 세계사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이상적인 목표을 가진 체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일단 개인의 이기심을 극대화하자는 자본주의와는 달리, 목적부터가 노동자(크게 보면 인간)해방 아니겠는가. 노동자(인간)의 의지를 통해 억압받는 체제를 뒤엎고 누구나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 자체는 오늘날에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숭고한 이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목표에도 불구하고 왜 사멸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공산주의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구조에서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 권력을 잡은 소련의 볼세비키당은 소수의 인원으로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권력의 피라미드와 같은 이 방법론은 하나의 꼭지점에서 시작되는 일방향적인 억압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공산주의 국가 자체를 보면 그 곳엔 언제나 독재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절대자가 존재했고, 이것은 소련과 그 명령에 따르는 위성국가와 같은 국가적 수직관계로 확장된다. 

  이러한 구조의 전제에는 엘리트 주의라고도 부를 수 있는 독단이 숨겨져 있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엘리트가 주도적으로 국가를 움직여야만 궁극적인 평등사회, 즉 공산주의 사회가 이 땅에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에도 남들보다 조금 더 공부하고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이러한 유혹에 빠진다.) 노동자의 억압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시스템이 오히려 엘리트와 민중을 구분함으로, 엘리트의 정책을 일방향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또 다른 억압체계가 생겨난 것이다. 가장 평등한 국가를 만들고자한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 구조를 양산해냈다.

 불평등 구조에 저항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강하게 억압되자 사람들은 이중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생존할 수 있는 말을 택했으며, 또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밀고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체제에 빠짐없이 존재하는 노동 수용소는 말살된 인간의 자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산당이 선전하는 것 외에 다른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계는 고인 물처럼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경제 계획이 시도되었으나, 목표량은 인간의 자율성과 이기심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채워지지 않았고, 그결과 관리자들은 달성량을 조작해야했다. 그것이 상부에 보고되었고,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었으나 그것은 단지 지표상의 숫자에 불과했다. 물론 과학 및 군사 기술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일반 민중들이 사용하는 소비재는 조악했으며 그나마도 물량부족에 허덕였다. 

 공산주의 국가의 마지막 시기였던 1980년대 말, 개혁을 추구했지만 억압이라는 고삐를 풀어버린 공산주의는 각자의 길을 가려는 개인을 통제하지 못했다. 개인의 발언권과 자율성이 주어지자 사회는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빠져버렸다. 억압체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공산주의는 결국 내부로 부터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인간의 자율성과 공산주의의 독단은 양립하지 못하는 물과 기름과 같았던 것이다.

 이상적인 목표만 존재했던 공산주의 체제는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오만가지의 생각 중에 지금까지도 남은 몇가지 질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0. 어떻게 하면 노동에서 의미를 찾고 노동자가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1.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2. 추상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3. 어떠한 선의의 목적을 위해 - 이를테면 경제발전 혹은 인간해방 - 일시적인 독재체제가 가능한가.
4.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과 효율적인 목표추구 - 이를테면 경제개발 - 는 양립 가능한 것인가.
5. 민중에게 더 큰 자율성을 부과했던 고르바초프가 경제적 위기로 신임을 잃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6.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수단은 무엇인가. 급진적인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7. 경제를 성장시킬수 있다면 어떠한 억압적인 사회체계도 용납될 수 있는가. (중국의 예)
8. 독재적 억압체계는 무너진다는 역사를 통해 북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그 체제를 무너트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