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입장들 5
한유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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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세계에기입될때 #한유주 #워크룸프레스 #입장들 #워크룸

한 여자가 눈이 내리기로 예정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로 시작된 소설이 생각지도 못한 지난 날을 소환해버린다 언젠가 살았던 동네 이름이 걸었던 거리가 등장 한다 그곳에 폭설 예보 시간이 지나며 눈이 내린다
언젠가 그 동네에 눈이 말 그대로 폭설이 내렸다 그날밤 어두운 골목을 쏘다니며 DSLR 카메라에 눈오는 밤 동네의 풍경을 담았다 어딘가에 그 이미지들이 백업되어 있다 아닐 수도 있다
폭염의 날들 속에서 읽는 소설은 폭설을 더욱 선명하게 대비 시킨다

우리는 세계에 기입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현재라는 조건 속에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소설은 그 의심 없다는 것에 잠시나마 의심과 안도 또는 불안을 가져보게 한다, 역시나 아님 말고

알라딘 중고 매입가 1600

죽음은 쾌적한 직물로 맞춘 옷 같아서 한 번 죽은 자들은 여간해서는 다시 살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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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허구는 거짓을 내포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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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우묵한 정원
배수아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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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동안 나는 무의식중에 내 귀에 울려온 그 메아리를 되풀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내 몸은 공명하는 돌의 동굴이야, 비로소 깨어난 돌의 울음이야, 너도 그런 동굴을 가졌는지? 너도 그런 목소리를 가졌는지? 이 목소리를, 들어봐,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숨이 멎을 만큼 놀라워라, 내 안에는 얼마나 아득한 공허가 있었던 걸까,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의 말이 묻혀 있었던 걸까, 나는 그의 무덤이었던 거야, 이 말을, 나를 통해서 말해지는 이것을, 너도 듣는지, 아주 멀고도 우묵한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이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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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 그 시간을 그는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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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독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의 종말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내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그건 항상 나 자신이 무언가의 종말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탓이다. 나는 종말을 주시한다. 종말에 매달린다. 그럼으로써 종말에 참여한다. 종말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비밀의 혁명가일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어떤 것이 종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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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받지도 앉았다 -> 않았다 214

알라딘 중고 매입가 8500

상관없는 잡썰

어떤 각자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속삭임의 형상화를 글쓰기라 한다면 언제 도착할지 기약 없는 편지를 내가 내게 끝없이 보내어 그나마 침몰하지 않는걸 수도
누군가는 다가갈 수 없는 심해로 순식간에 침몰 했고 또 누군가는 대양을 횡단 했다
이도저도 아니어서 해변만 배회하다만 이들이 해변의 모래알들 만큼일 것이다 앞으로도
뭐가 됐든 속삭임에 귀 닫기가 안되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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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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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자식을 둔 부모의 다소 감정적인 경험 수기가 아닐까 짐작 했었지만 ‘얼음처럼 냉정하게 이성을 지켜야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227)는 의사 저자의 말처럼 감성적 부모보다 이성적 의사 부모이기에 쓸 수 있었겠구나 했다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수 있는데
1. 양극성 장애로 짐작되는 질환을 앓았던 유명인들의 질환 관련 이야기
고흐, 뭉크, 헤밍웨이, 비비언 리, 앤젤리나 졸리,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처칠 등

2. 저자의 딸이 진단을 받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6~7년 간 일어났던 일들과 부모로써 했던 대처와 심정들

3. #양극성장애 를 비롯 비슷한 증상의 정신 질환들에 대한 의학적 사실들과 의료 현실들의 설명

이 세 가지를 각 장에 적절히 섞어 이야기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 사회와 한국 의료 현실의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

제목으로 짐작될 수 있는 부모로써 경험 과정의 분량이 적다보니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게 무언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
각 장마다 유명인들의 질환 사례를 구태여 배분하여 이야기한 작전?은 불필요한 흥미 끌기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정신질환 가족을 두고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읽는다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들이 아닐까 그런 생각

정신 질환이 유전 요소가 절대적이지 않다며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 사례를 들어 환경적 요소 또한 중요 인자임을 설명한다
저자의 두 딸이 정신질환이 있음을 알게 될 때 비록 부모 모두 의사인 가정환경이지만 환경적인 어떤 요소가 자녀들에게 영향을 끼쳤겠구나 짐작하게 한다

저자의 말대로 냉정하게 보면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에게 직접적으로 해줄수 있는게 없긴 하다 이 말은 온가족이 환자의 병에 매몰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감정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가족의 동반자살 같은 비극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양극성 장애 및 유사 정신질환들의 진단의 어려움과 이를 대처하는 가족의 지난한 나날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옅보며 코로나 시기때 병원 면회 금지로 인한 가족과의 이별이나 죽음을 겪은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부모든 자식이든 가족 중 누군가가 기약없는 환자가 되버리면 일상이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경험자 입장에서 언제 응급실 전화를 받을지 모를 저자의 일상 또한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의사 부모였기에 가능했던 많은 선택지들은 저자 역시 운이 좋은 경우임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의료 상식이나 연줄이 없는 경우 정신질환자 본인과 가족이 받을수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 써비스는 열악하다는것 또한 이야기 한다

아울러 저자는 ‘정신질환‘ 이라는 용어를 ‘뇌질환‘ 으로 바꿔야하고 ‘성격장애‘라는 용어 역시 ‘성격‘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즉시 ‘결격 인간‘으로 낙인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날카로운 지적이라 본다

저자는 자식의 질병을 통해 본인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고 깊어졌다며 긍정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생은 잔혹하다‘는 사실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아마 가장 적확한 설명은 정신질환의 범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으며, 정상과의 경계도 모호하다는 것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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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상 가족, 정상 신체 등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잔혹한 도박에서 지는 패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원래 인생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는 패보다는 지는 패를 잡을 일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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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태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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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승우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다수의 한국 소설을 번역 소개하고 있을 만큼 한국과 한국문학을 잘 아는 외국인이 썼다고 하여 솔깃 했다

책 곳곳에서 호명 당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보자면 소설 좀 읽었다는 한국 독자는 저리가라 할 정도다
아울러 그가 자주 다닌 종로 대학로 등등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외국인이 읽고 느낀 한국 문학은 어떤가 궁금하다면 일독해 볼만 하겠다


적은 선(善)을 정의하고, 위협을 받는 이를 적보다 더 나은 존재로 변모 시킨다. 적은 고발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이자 영감의 원천 이므로, 한국문학은 적에게 서사의 중심축이 될 정도로 지배적인 지위를 부여했다(사실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적은 이런 구체적인 역할 외에도 원동력을 구체화하면서 상징적인 역할도 하여 사고(思考)의 흐름을 만들고 한국문학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21p

진정한 독서가는 젊은 시절엔 다독을 하지만 이후엔 재독을 한다. 읽고 또 읽는다. 걸작들의 의미를 천착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버릴 때까지. 그러고 나면 평생 읽을 책 몇 권만 남겨두고, 쓸데없는 잡동사니는 더 이상 쌓아두지 않게 될 것이다.
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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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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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기계들 #이언매큐언

인공지능 로봇 사이보그 등등의 소재는 그냥 식상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만큼 흔하다 그럼에도 이언 매큐언의 유일한 SF 소설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뭔가 다르지 않겠냐의 기대감

로봇이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장르 소설 독서가 일천하다보니 그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막연히 생각하던 내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읽기가 되어 흡족하다 이런류의 독서 경험이 많은 이들이 보기엔 싱거울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은

여튼
소설에 등장하는 아담(또는 이브) 같은 로봇이 하나쯤 내 곁에 있어서 내가 컨트롤 가능한 말벗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로봇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나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되고 내 말을 거스를 수도 있거나 스스로 죽기도 하며 내가 너무 로봇에 감정 이입을 하여 집착하게 되면 그땐 또 어쩌나 싶기도 해서 결국 그 대상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그게 중요한건가 그런 생각도...

소설의 배경은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제도 전쟁을 하던 당시의 영국이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대처 총리나 튜링 수학자 등 실제 인물들의 등장 역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요즘 인공지능 쳇Gpt 라는 말을 모를 사람은 없다 더불어 자율주행을 필두로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거라고들 한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보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아담(남)과 이브(여)라는 로봇이 등장 한다 이 로봇의 수명은 20년으로 86000파운드(한화 약 1억 50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25개체?가 생산 되었다

주인공은 그 가운데 아담 한 기를 구매한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기를 로봇이라고 하면 금속 재질의 외형과 인간의 명령에 종속 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 속 아담과 이브들은 외형과 촉감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로봇이다
무엇보다 이 로봇을 구입하면 성격 셋팅을 구매자가 해야 한다 기본 셋팅이 끝나면 이후 스스로 정보를 찾아 학습한다

이 아담과 이브들은 상상 이상으로 인간의 정신능력과 흡사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랑은 정신적 육체적 사랑까지 포함 된다
스스로 자신의 시스템을 망가트려 자살 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하이쿠를 짓고 자신을 구입한 구매자가 시스템 리셋을 하려할 때 거부하기도 하며 셰익스피어를 읽고 흥분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이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라고 인식하며 로봇 자신은 살아 있는 생명이라 결론 내리기에 이른다
이것은 주인공이 구입한 아담의 특징일 수도 있다

로봇 이름을 아담과 이브로 지은것은 작가의 너무 편안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로봇 아담과 이브를 인간으로 대입해 창조론적 시각으로 본다면 로봇 아담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인간이 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다를게 없다 싶고 작가 역시 그 점을 어필하고 싶은게 아닐까 했다

소설상에서 인간은 인간 같은 로봇을 프로그래밍 하고자 하지만 실패로 보인다 다수의 아담과 이브들이 자살을 하는데 그 원인으로 짐작 되는것은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으로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는 절망감이 그들을 자살로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생각하는 죄와 벌 그리고 용서와 같은 개념은 인공지능의 딥러닝으로는 불가능 하며 로봇은 수학적 판단으로 죄와 벌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심심찮게 인공지능이 우선 도입 되어야 하는 분야가 판사로 상징되는 법조계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지만 소설상 아담이 생각하고 판단한 죄와 벌의 판단을 보자면 인공지능 판사가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의문과 우려가 생긴다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을 비롯 하나도 읽지 않은채 어찌보면 번외편 같은 작품으로 처음 읽었지만 왜 그가 대단한지 짐작이 갔다


나는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요
181P

욕마의 대상은 선택할 수 있지만 욕망 자체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185P

슈뢰딩거의 더블린 강연집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21P

내가 어떤 구조 속에서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정신적 실존이 다른 장치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3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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