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 범우 비평판 세계 문학 61-1
크누트 함순 지음, 김남석 옮김 / 범우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들 가운데 간헐적 단식 등등 자발적 ‘굶음‘이 아닌 말 그대로 ‘굶주림‘이라는 말이 지닌 절망과 공포를 느껴본 이가 얼마나 될까
영상과 이미지릍 포화 상태로 만든 먹방과 먹거리 가득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굶주림은 너무나 비현실 아닐까 그럼에도 먹방을 보느라 못보는 세계 곳곳 아니 당장 여기 한국의 어느 동네 어떤 방에선 진짜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반미치광이로 보여 읽는 내내 조마조마 하게 하면서 동시에 울화통 터지게 하는 소설속 주인공 덕분에 이 소설은 재미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는데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읽는 내내 굶주림이라는 현상이 피부에 와닿게 상상 되었다 실직이나 기타의 상황으로 인해 주인공처럼 수중에 동전 한 푼 없게 되었을 때 그려지는 진풍경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에 비하면 소설속 상황은 다소 익살스런 면이 있다 어쨌든 주인공은 굶어 죽지는 않으니까 솔직히 굶어죽는 결말을 내심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너무 일차원적이려나

언젠가 쓰기를 죽음을 처리해줄 사람이 없는 경우 괜히 주변 사람에게 민폐 되지 말고 어디 깊은 산속에 들어가 굶어 죽든지 얼어 죽는게 깔끔한 거라고 했다
그런 완료형 굶주림이 아닌 현재진행형 굶주림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다소 황당스러울 수 있지만 함순의 출세작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때 어떤 꽂힘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기억에 없고 강남 교보인가 까지 가서 사왔다는 확인할 길 없는 기억만 남았다 당장 손에 쥐어야만 할것 같은 조바심 하지만 그후 오랫동안 방치
처절하게 굶주리는 작가의 모습이겠거니 하는 것 때문이지 않았을까 아니면 극한으로 몰린 사람의 굶주림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었을지도

˝이봐, 하느님, 이건 숫제 미친 지랄이 아닌가!˝
134

주인공은 지역 신문에 실릴지 말지 알 수 없는 글을 써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작가다 너무나 대책이 없는 무명 작가 하루 이틀 굶기는 여사인데 돈 한 푼 없으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누군가에게 몇 푼 주지 못해 울기도 하다가 또 웃기도 하고 굶주리다 못하면 길가의 대팻밥을 주워 씹으면서도 돈을 빌려 그 돈을 또 거의 그냥 줘버리는, 이걸 착하고 선량하다고 해야하는지 어떤 것인지 곧 죽어도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는 또 못하는 인간, 어쩌면 우리는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인간이라면 기본이 아니냐 할 모습에 마냥 미친놈이라 할 수도 없다

일본어 중역이라고 하던데 곳곳에 보이는 오자와 번역이 아쉽다 범우사 판이 아닌걸 골랐어야 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