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존 말루프 엮음, 박여진 옮김, 하워드 그린버그 해제, 로라 립먼 서 / 윌북아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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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사진‘에 관심 있다면 한번은 봤을 사진을 찍은 사람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9년 사망할 때까지 15만 장이 넘는 이미지를 남길 만큼 사진을 찍었지만 생전에 그 사진은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예술가로써 누렸을거라 짐작할 수 있는 생활과는 거리가 먼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남의 집을 전전했다
2007년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필름이 2년후 대중들에게 소개되면서 그가 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살아 생전 한 점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다는 고호나 사후에 아웃사이더 아트 작가로 알려진 헨리 다거와 같은 비운의 예술가들과 그 빌어먹을 예술이 뭔가 하는 생각이...



마이어는 왜 공개하지도 않을 사진들을 그토록 오래 많이 찍었을까 하긴 팔리지 않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는 화가들 어디 한둘일까를 생각해보면 예술을 돈으로 보는 내가 그른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마이어는 노년의 어느날 넘어지게 되고 요양원에서 사망하게 된다 마이어에게는 사진의 인화나 공개 여부는 중요한게 아니었을것 같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까지 프레임 구석구석 구도를 살피고 대상의 한 순간을 잡기까지의 몰입감이나 긴장감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쉼없이 흐르는 순간을 얼음처럼 얼려 한겹 떠내는 영원의 한 찰나에 대한 작업이 사진이고 타인과 교류 없이 할 수 있는 작업 그리고 비교적 간단한 사진 찍기라는 작업을 생각해보면 마이어에게 어울려 보인다

마이어의 손에 25년 이상 쥐어져 있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는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내는데 만일 마이어가 현재 생존해 있다면 인스타의 정사각형 형식에 흡족해하며 엄청난 사진들을 올리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자니 요양원 침상에서 혼자 눈 감았을 그가 더욱 쓸쓸해보인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에다 사진사 라는 말 하나도 더해본다

사진사 라는 말을 단박에 알아챈다면 당신은 나같은 ‘노땅‘인 확률이 높다 요즘 애들?이 과연 ‘사진사‘라는 말을 알까
소풍을 가거나 가을 운동회 때면 어김 없이 목에 커다랗고 검은 카메라를 매고 나타나 가족 사진이나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 인화된 사진은 (아마)집으로 부쳐주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에 카메라가 있는 집은 그야말로 ‘부자‘였던 것이다 우리집에 처음 카메라가 들어온건 중동 건설 노동자로 나갔던 아버지가 보내온 자동 필름 카메라였다
막상 카메라가 집에 있어도 필름값과 현상비를 생각하면 공짜로 막 찍어대는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찍을수는 없었다

그때의 사람들이 뭘 하든 일단 ‘찍고‘ 보는 요즘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기괴하다 하거나 놀라지 않을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다못해 식상하기 까지한 인증샷이나 셀카의 사진들. 어쨌든 사진은 사진이 맞는데 그 옛날의 그 사진과는 다른것 같은... 이러니까 노땅인 것이겠지

어떤 사진이 담고 있는 피사체나 구도 등 모든 사진에는 찍은 사람의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보는 이가 그 의도를 전달받는지는 알 수 없다 때론 의도를 숨기고 싶은 사진도 있을테고

한장한장 마이어의 사진집을 넘기며 사진 속의 사람들은 지금 뭘 할까 하는 생각이나 사진을 찍은 마이어의 의도나 생각들은 또 뭘까 싶기도 하다

인스타를 비롯한 sns 상에서 우리는 사진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인위적으로 철저하게 셋팅된 모습일지언정 우리는 오히려 그런 ‘셋팅‘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서 어떤 위안을 얻으려하는건 아닐까

사진 찍는건 좋아하지만 찍히는건 죽어라 싫어하는 나는 그래서 얼굴 위주의 셀카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사람은 어떤 심리일까 싶다 똑같은 자기 얼굴을 왜 자꾸 찍어대는지

그럴듯한 폰카 사진이 찍히면서 내가 사진에 취미가 있나 싶어 제대로된 디카를 사봤는데 뜻밖으로 좋은 취미였고 프레임을 통해 보는 또다른 세상이 신기하기만 했다 결국 데세랄까지 가서 찍어보기도 했지만 들고나가본지가... 내 수준에선 굳이 카메라로 찍지 않아도 찍고 싶은건 충분히 폰카도 넘치니까

오늘도 뭔가를 찍는다
일단 찍고 본다
남는게 사진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또 남긴다는 것도 웃긴것이 여간해선 아니 거의 100% 인화되는건 없고 오로지 디지털 신호로 저장되어 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삭제된다는 것이다

찍기도 쉽고 삭제도 쉬우니 그야말로 진공묘유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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