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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문예마당 / 1993년 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때 읽는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다르겠지. 93년이면,, 16살에 읽었을까? 지금은 25(남에게 비춰지는 나이는 26이다?)..9년이 지나 다시 읽고 싶었다. 국어 선생님이 너무 어린 나이이니 읽지 마란 소설,, 20대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은 좀더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지영의 글쓰기를 중심으로 읽어 보았다. 예전의 기분과 달라진 것은 잘 모르겠다. 어차피, 기억이라는 것이 정확할리는 없으니까..
**감동 좀 하지말고 살아라. 넌 그게 탈이야.
- 이말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에 관심에 한없이 무너져 버리는 난 감동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그게 그저 예의상 그런 거였다는 걸 알게되면 한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고 날 자책하게 된다. 한때는 그런적이 있었다. 제발 좋은 글 안써도 좋으니 무감동으로 살게 해주세요. 하고 믿지도 않는 하늘님에게 빈 적도 있었다. ..
**누군가가 불행하다는 것을 먼저 눈치채는 일은 실례라고 믿고 있었다.
- 정말 100%로 공감하는 말이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은 흔히 기쁨과 행복스런 일은 호들갑스럽게 축하의 말을 해주고 칭찬을 해주지만. 불행에 대해서는 함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불행한 사람은 정말 내가 불행하구나. 남의 눈에 불행하게 보이는 구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불행을 꺼내놓기가 무안해진다. 적절한 선에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이 내 얘기를 속속들이 안다면 가장 치부까지 알아버린다면 그를, 그가 누구든 미워하게 되버릴 것 같았다.
- 한 인간을 완전히 알기도 어려운 것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껄끄러워하구 까칠한 관계가 되어버릴 것이다. 까칠한 관계이기보다는 서로에게 조금은 미지의 세계를 남겨 놓은 편이 나을 듯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돈을 내고 이야기를 한다는게 슬펐다.
- 말이 한 없이 하고 싶을 때. 정신과 전문의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든적이 있다. 주위에 상담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구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 하나면 있어도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 또한 가슴을 압박하였다. 하지만. 친구에게 할말과 정신과 의사에게 할 말은 따로 있다고 본다. 적어도 난.
**-혜완 절대로, 경혜=어차피. 영선-그래도.
-그들이 잘 쓰는 말이다. 컴퓨터 앞에 그 말을 써 놓고 나는 어떤 말을 잘 쓰나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도'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난 '적어도'라는 말을 더 많이 써온 듯 하다. 이 짧은 단어 속에 그 여자들의 삶이 다 녹아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 내가 쓰는 '적어도'라는 단어에는 나의 삶, 여생이 들어 있는 것일까?
**이미 식어버린 커피에 크림은 섞이지 못한다. 남자와 여자의 이해심도 사랑이 있을때만 가능하다.
- 한번은 그런 적이 있다. 믹스를 털어 놓고 물을 부은 다음 ,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커피는 싸늘히 식어 있었다. 하얀 크림 덩어리들이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난 안간힘을 써 크림을 섞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의 나의 행동은?크림 덩어리를 차례 차례 들어내 버렸다. 어차피 섞이지 못하는 불완전한 맛보다는 깨끗한 맛이 나을 듯 싶어서. 그리고 나의 옛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한 남자의 행동에 남긴 의미. 헤어짐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을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던 한 여자. 사랑이 사라진 거구나. 차마 없어졌다는 말은 하기 싫었다. 예의나 이해심 정도는 스푼으로 싹 걷어버리면 좋았을텐데.,하는 바보같은 기분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