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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적의 화장법 화장법이라는 단어가 유명한 사람의 책 제목이라는 것이 생뚱하여 고른 책이다. 어차피 세상사는 것은 우연으로 가득 찬 법이니까 정말 작고 얇은 책이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 책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나중에서야 깨달음이 오는 책이어서 그럴 것이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나의 머릿속에는 그의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열두살때부더 내 안에는 창조적임과 동시에 파괴적인 엄청난 적이 탄생했다. 그 적은 우리안에 내재하는 디오니소스적이고 비도덕적인 무언가가 아닐까? 결국 글쓰기라는 것도 내가 보기엔 바로 그 적과의 결투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나의 무기는 곧 나의 문체가 되는 셈이다. 그저 삶을 포기하느니 나는 이런 창조적인 대결에 나의 삶을 걸길 원하는 것이다. 아니면 잠 못 이루는 밤 동안에 자살의 욕구에 시달렸을 것이다.
- 위의 마지막 작가의 직접적인 말이 오히려 그래도 읽을 만한 가치는 읽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글쓰기라는 것이 창조적인 대결일 수 있고 그저 자기와의 싸움일 수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다시 보게되고 자신의 악마성, 껍데기, 표피를 보게 되어 끔찍한 일일 수 있다. 이 상태를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글쓰기가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아직 어린 나는 대답하기 어렵다.
인생이란 원래 그 자체를 정신 나간 짓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러저런 불쾌한 일들로 가득한 법이지요. 무슨 형이상적인 문제들 보다 오히려 하찮은 난관들이 존재의 부조리를 훨씬 더 불거져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
- 하찮은 일들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 말 그대로 큰일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정말 포기하거나 단념할 수 있지만, 사소한 일들은 이깟 일이 날 불쾌하게 하고 나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생각에 더욱 열이 오르게 한다. 그것도 아니면 이런 사소한 일에 나의 정신이 흥분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