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 P197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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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 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 순간에. - P308

일행들이 화장실에 가서 둘만남았을 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그걸 영영 알지 못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인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셨다. - P322

어떻게든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서 나아가는 일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 P331

그 열두 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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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품 수록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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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가 녹는 동안에도 지구 어딘가는 고통에 신음한다. 
전쟁은 끊이지 않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속에서 남겨져야 한다. 
 
'살아남의 자의 슬픔' 
브레히트의 유명한  제목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한강의 '  송이가 녹는 동안'
권여선 '이모'
김애란 '입동'
황정은 '웃는 남자'
관심있는 작가들의 작품 4편을 읽었다.
오랜만에 한국 단편소설을 읽었는데한강의 소설 '  송이가 녹는 동안' 아주 좋아   읽었다.
  송이가 녹는 동안조차 지구는 고통이 없는 때가 없다는 지독한 사실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지독한 사실에 예전에 엄청 괴로워했는데
 소설은 정면으로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언제나  고통으로 비켜서있을 수밖에 없는 작가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고통을 이야기하지만 고통으로 비켜서있다는 희안한 고통.)

 
 소설을 읽으면 하는 생각은
 이렇게 소설은 쓸쓸하고 슬플까 이다
세상은 남의 슬픔에 관심이 없고
나의 성공과 행복과 손해보지 않는 데만 관심이 있으니
소설이라도 그래야 하는 걸까
세상에는 이런 마음들도 있다고 알려주듯.
 
생각해보면 서사는 전통적으로 그렇다.
그리스비극은 종종  고통을 생의 표지판처럼 떠올리라 하였지 않았나.
 
 
4편의 소설은 모두 죽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죽은 자들이 때로 지금의 삶을 두드리는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 동료이자 친구가아이가애인이피붙이는 아닌  친척인 이모가 죽고  뒤의 이야기.
 
언제 죽음은 우리를 찾아올까
분명 죽음과 삶은 가장 극명한 경계인데도 불구하고
죽음이 삶을 붙들 
그것은 삶이 그만큼 경쾌하지 못할 
'애도'하지 못한 마음을 붙들  되는  아닐까.
아직 애도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세상은 고통과 잔혹이 가득하고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  같기도  현실이나
죄없는 아이가 죽었음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가 맞물려있는 삶이나
죽음이라는 불가해를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이나
쓸쓸한 생이나 그런 것들
 
 불가해함에 대해 소설은 토로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여전히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 고통으로부터 비켜선 채로이지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현실이 실은 아주 불가해하다는 
그런 세상을 우리가 겨우 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오랜만에 하며
나는 사람들이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오랜만에 생각했다.
 
 
10  한국소설과는 확실히 달라져있다.
10  읽던 소설은 (박민규나 김애란이 떠오른다)
팍팍한 현실에 대해 얘기했지만
살아남은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았었는데,
살아남은 자책감에 시달릴 정도로
지금  현실이 지독해져가고 있다는 경보가 아닐까?




2016. 2. 29.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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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 장강명 작가 책을 두 권이나 다 봤다.

거의 앉은 자리에서 독파 수준이다.


지난 주에 친구집에서 본 책은

<한국이 싫어서>


제목 백만 프로 공감

엎드려서 두, 세 시간 보니 다 본 듯 해서

이렇게 읽게 하는 힘은 뭐지 궁금해서


일요일 새벽 12시부터 5시까지 본 책은

<호모 도미난스>


그래서 오늘 엄청 힘든 하루였다ㅠ


예전에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웃기지만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나 <크루서블>(작가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이럴 수가. 유명한 아자씨인데...)

이런 책들을 밤에 앉은 자리에서 다 봤다.

그리고는 짝짝짝 박수를 쳤던 기억이 여러 번.

재밌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고 읽다 보면 빠져들어서

그랬다.


<호모도미난스>는 이우혁의 <퇴마록>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꽤나 열심히 읽었는데

자율학습 시간에 읽다가 사회 선생님한테 이런 쪽지를 받았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다면 모를까 이런 책을 자율학습 시간에 왜 읽는 거니?'


그때는 무슨 이런 고리타분한 말씀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어보니

도스토예스프키도 재미있다.

<죄와 벌>은 어느 살인자의 참회 이야기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자식은 누구일까요

정도로 요약된다.

내용 자체는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여기 도덕적인 문제가 개입해 들어가며 주제가 확장되는 형식이다.

<퇴마록>은?

정말 열심히 읽었음에도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충분히 다양한 역사적 고리들이나 맥락들이 있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왜 <호모도미난스>를 읽고 나서 떠오른 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니라 <퇴마록>이었을까?


소설은 몇 번의 반전이 있다.

사건 해결의 핵심을 이루는 반전이다.


전체 내용은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르는 마법(대신 전염병성 바이러스)를 얻은 자들의 이야기다.

과연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가 이 소설의 중심


지배 욕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배 욕망을 자제시키는 데 능력을 쓰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은 선한 자

그가 어떻게 호모도미난스가 돼서 맞서 싸우는가 정도로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맞서 싸우다 부딪히는 몇 번의 딜레마에서

반전이 중요하게 기능한다.

주인공 시현이 힘을  얻게 된다든가

쿤이 알고 보면 이쪽 편이었다는

반전이 그 주다. (이건 대박 스포일러이무니다ㅠ)

 

어딘가

영화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영화적인 설정은 무엇이고 문학적인 설정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들어

까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페스트 역시 급박한 전개를 하면서도 이런 반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서다.

아직 다시 안 읽어서 뭐라 말은...)

어쨌든

실제 인생은 이런 반전이  없다

흐르는 대로 흘러간다.

내가 쌓은 탑이 나에게 무너지고

내가 쌓은 탑을 누군가 우러러 본다.

그러니까 실제 인생과는 다른 스펙타클

이런 측면에 '영화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 같다.

영화는 두 시간에 내용을 해결하기 위해 '반전'을 잘 사용한다.


그럼에도 소설은

흡입력 있고

어떻게  궁금하다.


그러나 소설을 덮어도 실은 상관없다.

 인생과는 무관하다.

(밤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덮어도 상관 없구나.)

소설 속에서 누군가 말하는 대로 하건 말건...

나는 내일 회사에 가야하고

아마 회사에서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고무줄처럼 늘어진 일상 속에서

끊어지지 않기 위해 버팅기는 힘 정도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덮으면 다시 읽기 힘들다

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덮고 일주일이 지나면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설정은 휘발되고 인물은 누가 누군지 헛갈리므로

영화관에서 우리를 가둬놓고 어떤 설정인물들을 주입하는 것과 달리

소설은 덮으면 끝이다.

페북을 보고 네이버를 보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소설은 덮인 채로 그 자리에서 멈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의 소설은

현실과의 관계성은 떨어지고

대단히 미적인 경우도 있고(<눈에 대한 백과사전>이 그런 게 아닐까)

내 현실은 그런 것들 속에서 수영하다가는

물에 빠져 죽기 십상이다.  


어쨌든

이 책은

결국 끝까지  읽었다.


다 읽고

김진명퇴마록의 이우혁 같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주인공의 캐릭터 면에서 어딘가 닮았다고 생각한 듯 하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던 한국 문학은 이제 장강명을 받아들인다.


 이유가 뭘까


물론 그런 한국문학의 보수성을 몹시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약간  아쉬워지는 느낌도 있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가버린 건가

그런 탐미적인 문장들이 독자를 사로잡던 시대는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같다.

요새는 차라리 에세이집을 보는 듯 하다. 잠깐 폈다가 덮어도 내용전개를 떠올릴 필요 없는.)


한편으로는 소설의 본래의 기능

이야기에 집중하는

그래서 다음에 어쨌는데

라는  기능에 집중하는  수도

라고 생각했다.

 


<한국이 싫어서>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다.   밀접하게

지금  현실

말이다.

지하철에 낑기는 일상 속에서 존엄은 무너지고 모두가 그렇게 살며 

도저히 아무리 해도 이 일상은 내 힘으로 어떻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래서 다들 떠나고 싶어 하는

이 현실

말이다.

 

(이러니까 호모도미난스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나 싶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치열한 경쟁 현실이 호모도미난스 같은 인종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은 누구나 공감할 법하다.)

소설 읽다가는 너 물에 빠져 죽어

라는 이 한국 사회 현실을 떠나는

나의 이상을 대신 실현해주는 한 주인공이 <한국이 싫어서>에 나온다.

카타르시스 파바박

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호모도미난스>도 그런 측면이 있구나.

내가 하라면 하는 사람들. 그게 뭐든 이유도 조건도 없이.


이 내 맘대로 되는 것 없는 세상에

장강명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럼 나는 왜 옛날에 '마의산'이며 '크루서블'을 밤새서 읽었을까.

그때는 좀 더 여유로운 나날이었나.)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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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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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도 소설이 가능하다는

아마 포스트모던하다는 표현을 수도 있을 같다

짧은 단락들

서로 아주 유기적이거나 이성적인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눈이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묶여있으며

감정적으로는 그외에도 어떤 결합이 보인다

설명하자면 많은 말이 필요하고 신비가 스러져버리지만(만지면 눈이 물이 되어버리듯이)

이대로 두면 아름다운

결정 같은

 

어떤 디테일들이 그리웠다.

소중히 여긴다는 그런 감정들이 들던 디테일

 

소설이 감정의 전염이라면

소설은 정말 연애소설인셈이다.

 

여름에 읽었는데 여름용 독서로도 좋다.

의도한 건 아닌데
무의식의 발현이었는지도
읽다보면
하얗고 차가운 눈이 저절로 떠오른다.



2015년 7월 3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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