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랜만에 존경하는 바람구두님이 이벤트를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또 모른 체 할 수 없어서, 잽싸게 참여합니다.
사실 맘에 안드는 광고가 어디 한두 편이겠습니까만, 요즘 나오는 광고들 중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광고 중 하나는 사채 빌려쓰라는 광고더군요.
비록 제가 사채를 빌려쓴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사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조금만 사회 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텐데,
요즘은 인기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쓰면서 텔레비전에서 버젓이 사채 광고를 하더군요.
한채영이라는 젊은 여자 연예인이 러시앤캐쉬라는 사채 회사의 광고를 하는 것도 기가 차긴 하지만,
아직 철이 없는 탓에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민식이라는 친구가 리드코프라는 사채 회사 광고를 하는 것은 도저히 못봐주겠더군요.
세상 물정 알 만큼 나이를 먹은 친구인 데다가,
예전에 [서울의 달]이라는 TV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로 그는 줄곧 사회의 하층 계급, 또는 소외된
집단을 대변하는 인물로 인기를 얻어왔기 때문이죠. 몇 년 전에는 [올드보이]라는 영화로
국제적인 유명 배우가 되기도 했죠.
또한 최근에는 스크린쿼터 철페 저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올드보이]로 받은 문화훈장까지
반납할 만큼 문화적 다양성, 문화적 가치의 수호를 누구보다 소리높여 외쳐왔습니다.
스크린쿼터 철폐 저지 운동과 연계된 한미 FTA 반대에도 관심을 보여왔구요.
그런 그가 사채 광고에 버젓이 출연해서, 대출하기 쉬우니까 어서 사채 빌려쓰라고
광고를 할 수 있는 건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가 연기한 인물들이 단지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해도,
또 그의 스크린쿼터 철폐 저지 운동이 사실은 국내 영화업계의 이권 수호와 맞물려 있다해도
최민식이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이미지와 현실을 너무 순진하게 혼동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최민식을 대단한 애국자, 예술가(하긴 최민식은 치킨 광고에서는 예술가로 나오더군요)로
부각시키는(또는 그런 측면들만 부각시키는) 언론들이 더 나쁜 건가요?
최민식의 사채 광고 출연은 공적으로 토론해볼 만한 문제라고 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