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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 반反성장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요시다 타로 지음, 송제훈 옮김 / 서해문집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의료, 교육 등 인간개발지표를 충족시키는, 분명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이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뭔가 염증을 느끼고 있다. 특별한 정치인이 아닌 사람도, 똑똑한 대학생이 아니어도, 환경운동가도 뭣도 아닌, 그저 바람이 불면 낮게 움츠리고 하루하루 고되게 일상을 사는 그런 우리들이 느끼기에도 뭔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염증은 불안으로까지 번져간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지구의 시계가 얼마나 남았다더라 하는 뉴스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제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관타나모 수용소와 미국의 경제봉쇄, 오래된 독재국가이자 사회주의 국가, 그리고 체 게바라. 우리에게 알려진 쿠바의 모습은 거의 이런 단어들로 조합된다. 사실상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쿠바가 뜻밖에도 새로이 다가온 것은 아마도 그 유명한 영화 ‘식코’일 것이다.(아직도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기를 바란다.) 미국 의료체계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을 폭로한 영화 ‘식코’에서의 쿠바는 미국과는 달리 매우 인간적인 나라로 등장한다.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당황스럽다. 저 나라는 무서운 독재자가 다스리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나?
이 책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는 두 가지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한다. 정답은 모두 ‘아니오.’다. 우리는 오직 성장만이 진리라고 외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며, 쿠바는 오랫동안 독재체제를 유지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더 안전한 나라이며 행복하기까지 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세계 유일의 지속가능한 국가. 그것이 쿠바이다.
「2006년 10월에 공표된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리빙 플래닛 리포트>에 의하면 인간활동은 이미 지구의 한계를 25%나 상회하고 있다. 환경의 허용 안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이러한 나라의 주민은 대체로 의료, 교육, 빈곤 등에서 최저의 복지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후손에게 청구서를 지불하게 하는 일 없이도 유엔개발계획이 평균수명, 문자해독률과 교육수준, 1인당 GDP를 토대로 산출한 인간개발 지수 0.8이상을 충족시킨다! 이러한 두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지금으로서는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는 것이다.」p.29-30
물론 쿠바가 완벽한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있고, 교육 수준은 높으나 능력을 활용할 마땅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고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중앙집권적인 하향식 체계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쿠바는 가난할지언정 비참하지 않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없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해 죽는 사람도 없다. 대규모 농장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생태 농업으로 공동체가 유지되고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다. 허리케인이 매년 불어 닥쳐 집이 무너지고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로 인한 사망자는 거의 없으며, 놀랄 만큼 빠르게 재건한다.
과거 소련의 원조에 크게 의지했던 쿠바는 소련이 무너지며 원조가 끊기고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고립에 처해지자 경제공황에 맞먹는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석유가 수입되지 않게 되자 석유가 없이도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가며 현재까지 안정된 국가를 유지하고 있어 대안 사회의 모델이 되며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서구식의 번영이 유지될 수는 없다. 경제성장이 되지 않으면 풍요롭지 않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세계는 이제 어떻게 하면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으며 이미 지구는 인류를 지탱하기에는 한계점을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그런 환경에 일찍 맞닥뜨린 쿠바는 지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교육, 의료, 복지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충격적인 위기에서도 사람들은 비참해지지 않았으며 빈곤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초저공비행 국가, 몰락선진국 쿠바에게서 배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