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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평의 기적 - 완전운동 108배로 마음까지 다스린다, SBS 스페셜
나은희 지음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0.2평에 불과한 작은 방석 하나와 마주하는 순간, 최대한 몸을 굽히고 땅바닥에 몸을 낮추면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과 함께 마음속 군더더기들이 사라지는 즐거움, 몸을 움직이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에서 소개한 108배 절 운동을 꼭 생활화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책을 거의 읽어갈 때쯤 그 날 밤 50배를 했다. 으음.. 책에 나온 것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108배의 반 정도 했음에도 일단 온 몸이 흠뻑 젖었고, 다리도 후들거리는 것이 제법 운동이 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조금 강도를 높여 70배를 하리라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전날과 같이 50배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11시쯤 해야지 했던 것이 올림픽을 보다 12시에 방에 들어와서는 그냥 잤다. 그 다음 날도. 그리고 매일 아침이면 마음을 먹는다. 오늘은 꼭 50배라도 할 테야. 언젠가는 108배도 해야지.
운동이라는 게 그렇다. 딱 하루를 해도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실망스럽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 보면 에잇 그냥 생긴 데로 살자. 그대로 끝! 되버리고 마는 것. 어느 다이어트가 효과가 좋다더라 했다가 더 살이 찌고 마는 것도, 요가가 좋다더라, 걷는 것이 제일이라더라 알면서도 움직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리모컨 하나 들고 누워서 TV보고, 엎어지면 코 닿을 때 가는 것도 자가용 몰고 가면서 요만큼도 걷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0.2평의 기적’이라는 건 작은 방석을 앞에 두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절을 하게 됐을 때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 나도 모르게 일어나게 되는 기적을 말하는 것이지만, 글로만 보고 말로만 들었을 때야 그거 별로 어려울 것도 없고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단 0.2평,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도 말이다.
절 운동을 했을 때의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었다. 때로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라는 달리기, 걷기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하고, 머리는 차가워지고 혈액순환이 잘 돼 손발이 따뜻해질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도 준다. 그것뿐인가. 뇌를 자극해 집중력도 높아져 고3 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하다 종종 108배를 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학생은 산만했던 아이에서 우등생으로 변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귀가 번쩍하는 건 무릎을 굽히고 완전히 몸을 눕혔다 다시 일어나는 동안 저절로 되는 복식호흡으로 그 어느 부위보다 뱃살이 먼저 빠지는 데까지 이르면 이거 이거 당장 해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다보면 108배가 아니라 3천배, 만배 이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3천배라. 생각만으로도 이미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 이런 걸 하는 사람들을 범인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까?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3천 배가 끝난다. 몸은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지쳤다.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마치 어려운 숙제를 밤새워 자기 힘으로 끝낸 아이들처럼 즐거운 모습이다. 밤새 3천 배를 했지만 다시 새날이 밝았을 뿐, 세상에 달라진 것은 없다. 변한 게 있다면 내 마음이 밝아졌다는 것 뿐.」
108배도 3천배도, 불교 신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 거니와, 수도를 하는 승려만이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설날 아침에 가족, 친지, 가까운 이들과 절로 마음을 나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절을 하는 민족이다. 그걸 조금 방식을 바꿔 올바른 자세로 절을 하면 하면 운동이 되고, 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운동과 달리 마음까지 맑고 건강해지는 운동이 절 운동이라는 것이다. 한 번쯤 해 볼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