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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 - 간절히 원하는 그 모습으로 살아라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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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아니라 오늘 시작하라. 순서는 아무래도 좋다. 내일은 너무 늦다. 현명한 사람은 내일이라는 공수표를 믿지 않는다. 영원히 일장춘몽에 빠져 살고 싶지 않다면, 내일이라는 ‘신기루’에서 그만 빠져나와야 한다.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돈이 조금만 더 모이면,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기만 하면, 아이들 결혼만 시키고 나면…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문제들, 과연 그 문제들이 끝나는 날이 오긴 올까? … ‘이 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그 때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영원히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당신 지금 뭐하고 있는가. 당장 무언가를 해라. 인생은 짧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통찰하라. 두 번째 작심하라. 세 번째 돌파하라. 마지막 네 번째 질주하라. 나를 돌아보고 얻은 결론을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낸다면 당신에게 성공은 보장되어 있다는 말이 되겠다.

성공에 목말라 있거나, 내 삶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 특히 누군가 내 엉덩이를 툭 치며 앞으로 내 달릴 용기를 불어넣어 줄 이가 필요했던 사람에게는 이 책에 적힌 하나의 문장,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으리라 생각한다. 책에 적힌 저자의 말투가 직설적이며 단호한 이유는 저자 자신이 책에서 제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스스로 저자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바로 옆에서 말을 거는 듯 기운을 북돋기에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가슴 뛰는 삶’에서 제시하고 있는 삶은 말 그대로 성공적인 삶이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첫 번째 장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대표할 하나의 단어를 찾아내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1, 2년 안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닌 평생을 두고 이루어야 할 비전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장에 이르면 그것을 발견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운명의 루비콘 강을 건너라고 재촉한다. 혼자서 머뭇거리지 말고 남에게 보이고 세상에 선포하여 돌이킬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장에는 비전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비야의 말이 떠올랐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한비야는 독자에게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는가라고 묻는다. 가진 자의 밑에서 편안하게 살다 안락사 할 것인가, 새 장 밖에서 장렬하게 전사할 것인가. ‘가슴 뛰는 삶’에서 제시하는 삶은 가진 자 밑에서 편안하게 살다 안락사하는 삶도 새 장 밖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삶도 아니다. 네가 평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이 새장 밖이든 안이든 치열하게 그것을 향해 뛰라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는가. 그리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지부진한 나에게 누군가 용기를 북돋워주며 스타트를 끊어주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길 선택했다면, 혹은 이미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면 요즘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그저 그런 실용서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은 그렇지 않은가.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고, 괜히 읽느라 시간만 낭비한 책이 될 수도 있는 건 나 자신의 선택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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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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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일이 일단 발생하면 그 사건이 언제, 왜 발생했는지는 잊어버린다 해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존재해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당혹스럽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를 아련하게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아마도 당혹스러움은 커질 것이다. 더 할 수 없이 쓸쓸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는 내내 제인에어를 떠올리려 노력했지만, 워낙 오래전에 읽어서인지 제인에어는 이처럼 황량하지 않았다는 느낌만이 기억 날 뿐 로체스터가 과연 어떻게 묘사됐었나를 상기시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제인에어를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집어든 제인에어를 읽는 동안 그 로맨틱한 분위기에 완전히 젖어들 수 없었던 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제인에어’와 황량하기만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차이는 로체스터가 두 여인을 보는 시각의 차이이며, 그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비로소 공감했기 때문이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로체스터의 첫 번째 부인, 미치광이 버사 메이슨, 아니 앙투아네트의 이야기이며, 편협한 시각에 갇혀버린 가여운 여인에 대한 변명임과 동시에 온갖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기도 하다.      

작가 진 리스는 ‘제인에어’를 읽고 분노한다. 일방적인 영국의 시선일 뿐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제인에어의 전편을 쓰기 시작한다. ‘제인에어’에는 미치광이 버사로 묘사되는 앙투아네트에 대해 몇 가지 단초가 나온다. 크리올 여인이며, 가문 대대로 미치광이에다 로체스터는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아버지와 형에 의해 억지로 결혼했다는 것이다. 진 리스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크리올이란 식민지의 백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백인이었고, 많은 부와 노예를 소유했으나 노예해방이 된 후에 들어온 새로운 본토 백인들에게 아마 흑인과 피가 섞였을 것이라며 무시당했고, 해방된 노예들의 반란에 부딪히기도 했다. 앙투아네트는 바로 그 크리올이었다. 로체스터의 아버지는 재산을 장남인 형에게 물려주고 동생이었던 로체스터에게는 앙투아네트와의 결혼을 통해 부를 충족시켜준다. 로체스터는 결국 재산을 보고 결혼한 이 일을 후회하고, 앙투아네트를 멋대로 단정하고 이름마저 버사로 바꾸어버린다.

「버사는 내 이름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것은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거지요?」

당시 노예주들은 노예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의 법은 여자의 재산은 결혼을 하면 남자의 재산이 되어 버린다. 비록 이혼을 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부를 거머쥐자 로체스터의 눈에 앙투아네트는 아름다운 숙녀에서 더러운 크리올이 돼 버렸고, 자기 식으로 규정하고 지배하려 했다. 진 리스는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도, 식민지 문화 등 유럽의 것들을 대표하는 로체스터와 그 반대편에 선 앙투아네트와 유모 크리스토핀으로 가치관을 대립시킨다. 그리고 앙투아네트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 모든 고통을 자기 식으로 거부한다. 자신을 가두고 정신을 잃은 것이다.

어릴 때 ‘제인에어’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읽은 ‘제인에어’는 누구나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서보다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의 대척점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쓸쓸한 식민지 풍경과 아름다운 유럽의 저택. 척박한 땅과 분노에 찬 사람들 대신에 선량하고 우아한 귀족들. 예쁘지 않았지만 품행이 단정하고 기품 있는 제인에어와 아름다웠지만 크리올이었고 야생적이었던 앙투아네트. 그것은 로체스터의 시각의 차이였고, 각각 다른 눈으로 세상을 봤던 작가의 차이였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제인에어를 폄하하는 건 아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가 존재하듯 다시 읽은 ‘제인에어’가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이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새록새록 눈살을 찌푸리게는 했지만 말이다. ‘제인에어’는 출간된 지 백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는 고전임은 두말 할 것 없지만 어쨌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통해 어떤 시각을 갖는 것, 무엇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어느 한 쪽이 좋다, 좋지 않다가 아니라 둘 다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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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평의 기적 - 완전운동 108배로 마음까지 다스린다, SBS 스페셜
나은희 지음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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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평에 불과한 작은 방석 하나와 마주하는 순간, 최대한 몸을 굽히고 땅바닥에 몸을 낮추면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과 함께 마음속 군더더기들이 사라지는 즐거움, 몸을 움직이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에서 소개한 108배 절 운동을 꼭 생활화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책을 거의 읽어갈 때쯤 그 날 밤 50배를 했다. 으음.. 책에 나온 것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108배의 반 정도 했음에도 일단 온 몸이 흠뻑 젖었고, 다리도 후들거리는 것이 제법 운동이 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조금 강도를 높여 70배를 하리라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전날과 같이 50배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11시쯤 해야지 했던 것이 올림픽을 보다 12시에 방에 들어와서는 그냥 잤다. 그 다음 날도. 그리고 매일 아침이면 마음을 먹는다. 오늘은 꼭 50배라도 할 테야. 언젠가는 108배도 해야지.

운동이라는 게 그렇다. 딱 하루를 해도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실망스럽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 보면 에잇 그냥 생긴 데로 살자. 그대로 끝! 되버리고 마는 것. 어느 다이어트가 효과가 좋다더라 했다가 더 살이 찌고 마는 것도, 요가가 좋다더라, 걷는 것이 제일이라더라 알면서도 움직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 리모컨 하나 들고 누워서 TV보고, 엎어지면 코 닿을 때 가는 것도 자가용 몰고 가면서 요만큼도 걷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0.2평의 기적’이라는 건 작은 방석을 앞에 두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절을 하게 됐을 때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 나도 모르게 일어나게 되는 기적을 말하는 것이지만, 글로만 보고 말로만 들었을 때야 그거 별로 어려울 것도 없고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단 0.2평,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도 말이다.

절 운동을 했을 때의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었다. 때로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라는 달리기, 걷기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하고, 머리는 차가워지고 혈액순환이 잘 돼 손발이 따뜻해질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도 준다. 그것뿐인가. 뇌를 자극해 집중력도 높아져 고3 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하다 종종 108배를 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학생은 산만했던 아이에서 우등생으로 변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귀가 번쩍하는 건 무릎을 굽히고 완전히 몸을 눕혔다 다시 일어나는 동안 저절로 되는 복식호흡으로 그 어느 부위보다 뱃살이 먼저 빠지는 데까지 이르면 이거 이거 당장 해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다보면 108배가 아니라 3천배, 만배 이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3천배라. 생각만으로도 이미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 이런 걸 하는 사람들을 범인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까?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3천 배가 끝난다. 몸은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지쳤다.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마치 어려운 숙제를 밤새워 자기 힘으로 끝낸 아이들처럼 즐거운 모습이다. 밤새 3천 배를 했지만 다시 새날이 밝았을 뿐, 세상에 달라진 것은 없다. 변한 게 있다면 내 마음이 밝아졌다는 것 뿐.」

108배도 3천배도, 불교 신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 거니와, 수도를 하는 승려만이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설날 아침에 가족, 친지, 가까운 이들과 절로 마음을 나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절을 하는 민족이다. 그걸 조금 방식을 바꿔 올바른 자세로 절을 하면 하면 운동이 되고, 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운동과 달리 마음까지 맑고 건강해지는 운동이 절 운동이라는 것이다. 한 번쯤 해 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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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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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 하면 입만 아프지만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책이란 것은 죄다 토익, 토플 영어책 아니면 실용서다. 돈 벌게 해 주는 책. 회사에서 살아나는 법. 주식 잘 하는 법. 한 마디로 우리 모두 부자 돼서 잘 먹고 잘 살아 봅시다! 이런 현상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조차도 이젠 진부해지려고 하지만, 독자의 이런 선택은 한 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발에 땀나도록 뛰어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내 주머니 털어 사는 책, 이왕이면 다시 내 주머니를 채워 줄 책을 사겠다는 건 독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건 무엇인가?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과 멋진 남자가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이고 어느 것이 비합리적일까? 전 재산을 날리고서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합리적인 일에 매달릴까? 땅 값도 싸고 공기도 좋은 시골 대신 왜 그렇게 사람들은 답답하고 땅값도 비싼데다 자칫 위험하기까지 한 도시로 모여드는가? 세상은 종종 이상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그건 다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이다.

사실 난 실용서고 이론서고 모른다. 어디까지가 실용이고, 뭐가 이론인지 그런 거 알만한 깜냥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이고, 특히나 경제학이라면 더더욱 모른다. 그럼에도 ‘경제학 콘서트 2’를 실용서를 가장한 이론서라 감히 지칭하느냐 하면 이 책은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합리적인 인간이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조차도 실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각종 예를 들어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중을 위한 쉬운 이론서일 뿐 삶을 살면서 활용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자의 의도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경제학, 배웠으면 써먹어라!”라는 카피를 달고 전작 ‘경제학 콘서트’의 실전응용편이라는 이 책은, 실전응용이라기 보다는 원제 ‘The Logic of Life’ 그대로 우리의 생활이 알게 모르게 꽤나 논리적이라는 걸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돈을 버는 건 분화가 가져오는 효율성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져온 결과이다. 도시에는 항상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이유, 골드 미스가 인기가 없고, 멋진 여성이 평범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도 모두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한 표가 대통령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으며, 지난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당선된 것도 미안하지만 유권자의 합리적인 무지에 근거한 결과였다.

과연 그렇구나! 하고 고개는 끄덕이겠지만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이 책은 절대 실용서가 아니다. “써먹어라!!” 라고 말하지만, 어디에? 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내가 현재 삭막한 도시에 살고 있는 이유는 알았지만, 이 책이 얘기한 데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면 나는 더 큰 도시에 가야 한다. 하지만 그곳은 멋진 싱글 여성이 득실거리고 있는 곳이기에 나 같은 평범한 노처녀는 결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그 멋지고 멋진 싱글 여성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평범한 남성과 결혼할 것이기에. 그리하여 더 큰 도시에서 성공이라도 하겠다고 미국의 뉴욕이라도 갔다가는 나는 유색인종으로서 인종차별까지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 역시 부당하지만 합리적이다.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누구와 결혼했습니까? 당신은 몇 명의 자녀가 있습니까? 당신의 수입은 얼마 입니까? 당신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그런 거 심각하게 생각 안 하고 그럭저럭 살고는 있는데 가끔 어떤 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구요? 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대단히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 경제학 이론서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난해한 내용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몇 번을 반복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장, 앞 뒤 문맥상 맞지 않는 문장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번역을 논할 입장은 아니지만, 번역에 있어서도 좀 더 합리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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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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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라는 이름은 꽤 오래전 신문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기사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극장자막에 대한 몇 가지 비밀(글자 수 제한 등등)에 대해 흥미 있게 읽었었다. 그다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 가려진 뒷얘기들이 그때는 참 신기하기만 했었다.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는 우리나라 외화번역에 있어서 이제는 거의 상징적인 이름이 된 이미도의 산문집이다. 제목만으로는 얼핏 영어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그리고 역시 언어를 가지고 노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언어유희다.

아늑한 술집이름으로 ‘몸둘BAR’를 지어보았다며 ‘몸 둘 바 모르겠다’에서 착안했으나 ‘함께 있는 연인은 몸이 둘이니까, 연인이 함께 와서 몸을 두어 아늑하게 쉬는 BAR’라는 그럴듯한 뜻을 내세우기도 하는 재간에서 과연 언어를 조탁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자의 즐거움과 감각이 느껴진다.

책장을 넘기면 프롤로그에 이어 영화에 대해서, 번역에 대해서, 또 영어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풀어놓는다. 영화 [벅’스라이프]에서 “It's tough to be a bug”를 각운에 맞게 “곤충의 고충, 너흰 모른다!”라고 번역한 재능이나 [슈렉]의 “Far, Far Away Kingdom”을 “겁나먼 왕국”으로 번역한 재치에서는 빙긋 웃음이 지어지고, 영화 속 명대사와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구절을 읊어주는 데 이르러서는 줄을 긋고 싶어지기도 하다. 물론 모든 명대사와 지침을 영어로 수록해주는 건 당연한 배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보면서 영어라는 게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순간뿐이라는 게 문제지만...

언어가 업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전문글쟁이가 아니니 깊은 맛보다는 자잘한 재치를 품고 있는 책이다. 영어를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영어를 조금은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찌됐든 간에 그가 부럽다.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일을 무척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영화를 늘 접하는 일이다 보니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사색과 의미를 찾고 있는 것도 같고. 또 그런 생각들을 모아모아 책도 내고. 자신의 재능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참 행운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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