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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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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의 일상을 쫓아가 보자.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휴지를 쓴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면 티백이나 필터가 필요하다. 시리얼도 포장지에 담겨 있다. 낮에는 공부나 일을 하면서 엽서, 전단지, 지하철 표, 일기장, 서류, 공책, 복사지, 스티커를 쓴다. 저녁에는 극장에 가서 표를 사고 종이 봉지에 담긴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본다. 물건을 사면 상표, 가격표, 영수증이 생긴다. 집 안을 둘러보라. 키친타월, 각종 고지서와 광고지, 한쪽에 쌓여 있는 신문이 보이지 않는가! 세상에는 새로운 오락거리와 신기술이 넘쳐 나지만 종이의 무궁무진한 쓸모를 따라올 적응의 귀재는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p. 13


그동안 종이를 아낀다는 것은 일종의 돈을 절약한다는 의미였다. 이면지를 쓰고, 프린트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틀린 글자가 없나 살펴보고,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둘둘 말아 사용하지 않고, 손을 씻은 후에는 손수건을 사용하고,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다른 무엇보다 비용을 절감하자는 측면이 컸다는 것이다. 물론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뜻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종이 사용을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동안 나무에 또 지구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기 시작했다. 종이를 사용하는 건 단순히 자원을 낭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잘못 인쇄된 프린트 한 장을 구겨 쓰레기통에 버릴 때, 화장지로 손의 물기를 닦아 내고, 뜯어보지도 않은 고지서가 그대로 쓰레기봉투에 묶여 나갈 때, 지구의 허파가 되고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생명을 주었던 숲은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숲이 사라진 땅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땅이 돼버리고 만다.


현재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원목의 42퍼센트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된다. 이들 원목은 어디서 나고 자란 나무를 벌목한 것일까?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목은 원시림에서 벌목 되었고, 지금도 계속 원시림을 벌목하고 있다. 그중에는 대체 불가능한 산림도 있다. ...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자생 동식물의 삶의 터전도 사라진다. 단일 수종에다 외래종을 심은 나무농장에서는 원시림에서 볼 수 있는 생물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가 수많은 생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한 결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p. 29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종이의 라이프 사이클을 추적한다. 원시림에서 나무가 베어지는 현장부터 벌목된 나무가 제지 공장으로 실려가 물과 섞여 펄프가 되고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종이가 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사람들이 쓰기 편하게 각종 크기로 재단되고 팔려나간다. 화장지가 되던, A4종이가 되던, 영수증이 되던 저마다 소용이 다한 종이는 분리수거가 되어 재생용지로 다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세계 최대 폐지 수입국인 중국으로 전 세계에서 폐지를 보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이용하게 된다.


이제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을 떠 화장실에 갈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종일 한 사람이 사용하는 종이는 셀 수도 없다. 종이는 나무로 만든다. 전 세계가 단 하루 동안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1,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많은 나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물론 답은 원시림이다.


우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곳을 보호하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인도네시아 등 남반구의 많은 나라의 숲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베어졌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곳에 조성되어 있는 숲은 사실 숲이 아니라 원시림을 베어낸 후 다른 나무에 비해 더 많은 펄프를 얻기 쉬운 단일종의 나무를 심은 나무농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그리고 북반구와 남반구의 열대림과 온대림을 휩쓴 제지산업은 이제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쪽의 아한대 지역에도 손을 뻗고 있다.


러시아와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는 숲은 각각 전 세계 숲의 26퍼센트와 25퍼센트에 이르지만, 선택적 벌목으로 원시림을 보호하는 정책을 폈던 러시아는 과거와 달리 푸틴이 집권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벌목을 권장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목숨을 건 원주민들의 저항이 있고서야 겨우 4%정도의 숲을 원주민들의 땅으로 인정했을 뿐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들의 저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원시림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수많은 동식물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카시아나무 농장만 가지고 있으면 보여 줄 것이 없겠죠... 지금과 같은 속도로 벌목 되고 나무농장이 세워지면 얼마 못 가 리아우에서 원시림은 사라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지대에 있는 토탄지대는 바다에 잠기고 고지대의 비옥한 흙은 사막이 될 겁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요. 우기에는 홍수가 나고 건기에는 가뭄으로 타는 지역이 해마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해 반복되는 재해지요. p. 144 


물론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출판사인 레인코스트 북스사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재생지로 찍기로 결정했고, 한 번의 인쇄로 나무 39,000그루를 살렸다. 고지서를 종이가 아닌 이메일로 바꾸고, 은행 ATM기에서 명세서를 받을 지 받지 않을지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종이 사용을 줄임과 동시에 기업은 비용을 절감했다. 하지만 이미 현실은 우려의 수준을 넘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무차별적인 제지 산업은 원시림의 종말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전통방식으로 생산되는 종이는 나무 펄프를 사용하지 않다는 것을 예로 든다. 짚, 사탕수수에서 버리는 부분과 꾸지나무 껍질을 사용해서 만들며 그들은 모두 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제지 공장은 기계화로 일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한다.


장인은 사라지고 현재 5.000개 이상의 중소규모 종이공장에서 2.000명 가량이 종사하는 중국의 종이 산업은 현대식 제지공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한 공장에서 500명 정도의 직원이 수천 배 많은 종이를 생산해 낸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 낸 종이는 쓰레기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원시림의 파괴로 인해 아주 오래 전부터 원시림을 이용해 삶을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난 것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제지 산업은 매해 고용 직원이 급감하고 있다.


1982년 640만 헥타르였던 원시림이 1996년에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벌목이 진행되면 2015년에는 원시림이 50만 헥타르도 남지 않을 것이다. 30년 후에는 리아우 주 면적의 78퍼센트를 차지하던 원시림이 6퍼센트로 급감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펄프공장 두 개가 이 지역에 위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p. 151


문제는 다양성과 정의의 상실이다. 단일종의 나무농장이 아닌 원시림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나무가 빽빽이 있는 자체가 자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나무와 새로운 나무 죽은 나무가 더불어 존재해야 만이 숲을 이루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다. 이끼가 끼고 죽은 나무를 기반으로 사는 벌레가 있어야 벌레를 먹고 사는 짐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풀이 있어야 초식 동물이 생존할 수 있으며 육식 동물이 살아갈 수 있다. 오직 펄프를 얻기 위해 단일종만을 심는 나무농장은 그 어느 것도 살 수 없으며 죽은 땅과 같다.


사람 역시도 마찬가지다. 원시림에서 사람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산다. 약초를 캐기도 하고,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채취하기도 하고, 농사를 짓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자연에서 얻는 것으로 다양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원시림이 벌목되면 사람은 나무를 벌목하거나, 제지 공장에 취직해 기계적으로 종이를 만드는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그마저도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는 자연과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며 사람을 위해서 희생되는 게 마땅한 자연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멈추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섬뜩한 느낌이었다. 마치 모든 소리가 표백되고 정적만 남은 것 같았다. 어느 방향을 봐도 똑같은 나무들이 줄맞춰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커다른 녹색 잎사귀는 햇빛을 들이마시고, 숨겨진 뿌리는 지하수를 빨아들이고 거기에다 모든 소리를 흡수해 버렸다. 새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지겨운 모기의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원숭이 요란한 울음소리도, 쉭쉭거리는 뱀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곳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 일행과 아카시아나무들뿐이었다. p. 127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12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부록으로 덧붙여진 정은영님의 글에서는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지구의 숲을 지키는 즐거운 종이생활

- 집에서, 일터에서 쓰는 복사용지를 재생종이로 바꾸기

- 휴지는 재생종이 휴지로 바꾸기

- 공책, 메모지, 다이어리 등 재생종이 문구를 사용하기

- 이면지나 자투리 종이로 나만의 공책이나 메모지를 만들어 쓰기

- 명함, 청첩장, 알림장, 보고서 등 인쇄물을 재생종이로 만들기

- 비닐봉지나 종이가방 대신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 챙기기

- 티슈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 일회용 종이컵 대신 사무실에서는 머그컵을, 외출할 때는 텀블러는 가방에 챙기기

- 출판사에 재생종이로 출판할 것을 요구하기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은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우선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습관부터 들여야 할 듯하다. 그리고 선물 받았지만 빨기 귀찮아서 집에 두고 다녔던 손수건도 다시 꺼내야겠다. 이면지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파지도 다시 보고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사용하려는 노력도 해야겠다. 그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숲이 없다면 삶도 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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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꿈을 심다 -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세상을 품고 돌아온 네 청춘의 이야기
김준우.최승백.오승민.천성우 지음 / 혜지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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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코이카'라는 이름이 현재의 내 꿈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쯤 우연히 TV에서 대한민국에서 머나 먼 땅으로 파견된 사람들이 봉사활동인지 뭔지 모를 일을 하는 걸 보고 나서부터 그냥 내 마음 속에 나도 저 사람들처럼 저 땅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달 전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것이 '코이카', 즉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이라는 것을 알았고 각 분야별로 해외봉사단을 모집한 후 일정 기간 훈련 후에 2년 동안 각 나라로 파견된다는 걸 알았다. 코이카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그 동안의 모집 공고를 살펴봤고 한 두 가지에 지원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로 지원서 첫 페이지까지 작성을 했다가... 그만 둔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다. 

지원서 작성을 포기한 첫 번째 이유는 영어 실력 부족. 둘째는 현지적응에 대한 불안감. 셋째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대한민국 이미지만 망가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에서 일단은 잠시 코이카의 꿈은 접어두기로 했다.

 

2. 이 책 '낯선 땅에 꿈을 심다'는 '코이카'라는 이름으로 파견되어 실제로 2년 동안 각 나라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코이카는 일반봉사단과 국제협력요원으로 나누어서 봉사단을 파견하는데 일반봉사단은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나, 국제협력요원은 군입대 대신 해외에 파견되어 그 나라를 돕는 활동을 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책의 저자 4명은 모두 국제협력요원으로 르완다, 튀니지, 스리랑카에서 자동차 정비, 컴퓨터 교육 등의 활동을 수행했다. 

전문작가가 아니기에 약간 미흡한 글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으나 코이카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직접 활동을 수행하고 돌아온 분들에게 기대했던 생생한 봉사활동에 대한 내용이 적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파견 지역이 대부분 르완다로 치중되어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좀 더 다양한 국가의 이야기가 담기지 못한 것, 그리고 저자가 모두 남자분들이어서인지 컴퓨터 등 이공계로만 집중된 것도 아쉽다. 물론 코이카를 준비하는 방법과 현지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가득 담은 책이기에 나처럼 코이카의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침서로서 매우 유용한 책이기에는 틀림이 없다.

 

3. 코이카는 일반봉사단원의 경우 1년에 7차례 정도 꽤 자주 봉사단원을 선발한다.(국제협력요원은 1년에 2번 선발한다.) 활동 기간은 2년. 현지 사정과 봉사단원의 상황에 따라 1년 정도 연장할 수도 있다. 파견되는 나라는 몽골, 네팔,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튀니지,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에콰도르, 칠레 등 남아메리카, 그리고 중동 등의 국가들이며, 활동 내용은 교육분야(초중등교육, 컴퓨터 교육, 특수 교육, 미술, 음악 등 분야별 교육), 이공계 분야(자동차, 컴퓨터, 공학 등), 보건의료분야(의사, 간호사, 임상, 방사선 등) 그 외 사회복지, 행정, 농촌개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과 활동이 가능하다. 활동하는 동안 그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지원금이 지급되며, 활동이 마무리되고 귀국 후에는 국내정착지원금도 지급된다.

 

4. 얼마 전 '코이카의 꿈'이라는 프로그램이 MBC에서 방영되었다. 연예인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약 2주 정도 각 나라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였다. 눈물과 기쁨과 환희가 어우러진 방송은 누구라도 나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한다. 하지만 '코이카' 단원이 되는 건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다. 1주 혹은 한달이 아닌 2년 동안 그 나라에서, 그 곳 사람들과 부대끼며 삶을 사는 것이다. 봉사활동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노력봉사가 아닌 각 지원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게 된다. 기반 산업과 경험, 인적 물자가 부족한 그들에게 내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곳에서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아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나는 꿈을 접었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깊은 지식을 담기로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코이카라는 이름을 갖고 싶다. 개그맨 이경규가 꿈은 간직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룰 수 있든 없든 어쨌든 이 꿈을 잘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노력할 것이다.

 

혹시 '코이카'라는 이름이 궁금해지신 분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세요.

http://www.koi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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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 반反성장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요시다 타로 지음, 송제훈 옮김 / 서해문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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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의료, 교육 등 인간개발지표를 충족시키는, 분명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이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뭔가 염증을 느끼고 있다. 특별한 정치인이 아닌 사람도, 똑똑한 대학생이 아니어도, 환경운동가도 뭣도 아닌, 그저 바람이 불면 낮게 움츠리고 하루하루 고되게 일상을 사는 그런 우리들이 느끼기에도 뭔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염증은 불안으로까지 번져간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지구의 시계가 얼마나 남았다더라 하는 뉴스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제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관타나모 수용소와 미국의 경제봉쇄, 오래된 독재국가이자 사회주의 국가, 그리고 체 게바라. 우리에게 알려진 쿠바의 모습은 거의 이런 단어들로 조합된다. 사실상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쿠바가 뜻밖에도 새로이 다가온 것은 아마도 그 유명한 영화 ‘식코’일 것이다.(아직도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기를 바란다.) 미국 의료체계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을 폭로한 영화 ‘식코’에서의 쿠바는 미국과는 달리 매우 인간적인 나라로 등장한다.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당황스럽다. 저 나라는 무서운 독재자가 다스리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나?


이 책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는 두 가지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한다. 정답은 모두 ‘아니오.’다. 우리는 오직 성장만이 진리라고 외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며, 쿠바는 오랫동안 독재체제를 유지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더 안전한 나라이며 행복하기까지 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세계 유일의 지속가능한 국가. 그것이 쿠바이다.


「2006년 10월에 공표된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리빙 플래닛 리포트>에 의하면 인간활동은 이미 지구의 한계를 25%나 상회하고 있다. 환경의 허용 안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이러한 나라의 주민은 대체로 의료, 교육, 빈곤 등에서 최저의 복지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후손에게 청구서를 지불하게 하는 일 없이도 유엔개발계획이 평균수명, 문자해독률과 교육수준, 1인당 GDP를 토대로 산출한 인간개발 지수 0.8이상을 충족시킨다! 이러한 두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지금으로서는 지구상에 단 한 나라밖에 없는 것이다.」p.29-30


물론 쿠바가 완벽한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있고, 교육 수준은 높으나 능력을 활용할 마땅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고 있으며,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중앙집권적인 하향식 체계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쿠바는 가난할지언정 비참하지 않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없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해 죽는 사람도 없다. 대규모 농장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생태 농업으로 공동체가 유지되고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다. 허리케인이 매년 불어 닥쳐 집이 무너지고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로 인한 사망자는 거의 없으며, 놀랄 만큼 빠르게 재건한다.


과거 소련의 원조에 크게 의지했던 쿠바는 소련이 무너지며 원조가 끊기고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고립에 처해지자 경제공황에 맞먹는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석유가 수입되지 않게 되자 석유가 없이도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가며 현재까지 안정된 국가를 유지하고 있어 대안 사회의 모델이 되며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서구식의 번영이 유지될 수는 없다. 경제성장이 되지 않으면 풍요롭지 않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세계는 이제 어떻게 하면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으며 이미 지구는 인류를 지탱하기에는 한계점을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그런 환경에 일찍 맞닥뜨린 쿠바는 지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교육, 의료, 복지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충격적인 위기에서도 사람들은 비참해지지 않았으며 빈곤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초저공비행 국가, 몰락선진국 쿠바에게서 배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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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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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든 건 애초에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서 낳아준 부모님의 공(?)이고, 특별한 굴곡 없이 평범했지만 결코 짧지만은 않은 나의 삶 속에 녹아든 경험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평생 내 손을 거쳐 간 모든 책들도 한몫 단단히 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고. 
 

늘 움츠려있고,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고개를 숙이는 갈대처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내가 어느 날 “나 이거 하고 싶어요..” 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고,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난 지금, 하고 싶다던 그 일의 언저리나마 배회하면서 여기까지 흘러온 건 어느 한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든 것도, 한 권의 책이 마음을 돌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 어딘가에 쌓이고 쌓인 결과일진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늦은 나이에 직장 그만두고 다시 학교에 다니느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난 항상 한비야를 이야기한다. 다 그 사람 때문이라고. 그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그만큼 한비야는 강렬했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비야는 왜 그토록 강렬했으며, 한 권의 책은 내 가슴을 뛰게 했는가. 그건 순수함이었고, 열정이었으며, 진심이었다. 그래서 난 한비야의 손에서 내 손으로 촛불 하나를 건네받고 싶었고, 그 시작점에 선 즈음인 지금도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질 때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첫 장을 펼친다.

그건 사랑이었네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 비하면 강렬함은 덜 하다. 오지를 헤매고 구호 현장을 뛰어다닌 그녀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두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알리고 싶었던 간절함이 생생하게 재현되었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이었고, 영화 필름처럼 재생된 치열한 현장이었다.

그에 비해 그건 사랑이었네는 그토록 모진 현장에서 방금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에, 막 끓여낸 따끈한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차분히 노트북을 열고는 창밖을 무심히 보면서 회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강렬함을 대신하는 따뜻함, 가슴을 뛰게 했던 눈물을 대신해서 책의 한쪽 귀퉁이를 접게 하는 기억해 두고 싶은 글귀들이 자리한다. 물론 한비야 특유의 열정은 그대로이다.

「지금도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 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 현실적인 꿈만 꾸자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바보, 멍청이, 미련 곰탱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굶주리는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청춘과 인생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다고 한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건 한마디로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이 꿈을 가슴에 가득 안고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룰 수는 없을지언정 차마 포기할 수는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아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꿈이기 때문이다.」  p.151-152

책은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자신에 대한 자랑부터 취미, 첫사랑, 구호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 좋아하는 책, 종교 이야기까지... 마지막, 구호 현장을 떠난 지금 무엇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가까지 쏟아낸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부러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비야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의 하나는 부러워만 하다 책을 덮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비야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늘어놓고는 은근슬쩍 괜한 사람 옆구리를 찌르곤 한다. 당신도 한 번 해봐! 그러면 나는 또 입맛을 다시는 거고. 어디 한 번 해 볼까?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돈키호테에 나온다는 이 구절이 나를 또 다시 설레게 한다. 이 글귀를 툭 던지고는 한비야는 또 다시 쿡쿡 옆구리를 찔러 댄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젊음의 실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무모하리마니 크고 높은 꿈 그리고 거기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이 바로 젊음의 본질이자 특권이다. 이 젊음의 특권을 그냥 놓아버리겠다는 말인가, 여러분.」  p. 152

이러니 내가 ‘다 저 사람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책임 질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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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밖에 나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곽상필.김문호.박영숙.성남훈.안세홍.염중호.이재갑.최민식.한금선 사진 / 휴머니스트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찰스 다윈은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설명했어도, 인간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 각자는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과거를 뒤돌아보며 알 수 있어도,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인간은 그 자체로 물음표 달린 존재다.」 p. 164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쉽다. 그냥 안 보면 되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위로하고 있을 때, 내 눈이 빗겨간 그곳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이 책 「눈. 밖에. 나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아마도 낯설었을 9명의 사진작가에게 기꺼이 모습을 드러내고 카메라 앞에서 선 그들은 우리가 애써 내 눈 밖으로 밀어내는 동안 그대로 눈 밖에 나버렸다.

우리는 ‘우리’라는 단어 안에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그것은 친근함이고, 동질감이다. 너나 나나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 그 안에 있을 때 안전하고 편안하다. ‘우리’는 ‘너’와 ‘나’보다는 ‘너와나’라는 친근한 울타리이고 그 안에서 안심하게 되지만, 그 울타리 안에 들지 못했을 때 ‘우리’는 냉혹한 벽이 되어 버린다. 영원할 것 같지만 의외로 울타리 안에서 내쳐지는 건 순간이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일 때, 또 그 사람과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을 때... 안전했던 내가 눈 밖으로 밀려나는 건 순식간이다.

그것은 조금 다를 뿐이지만 우리는 틀리다고 한다. 차이일 뿐이지만 차별을 경험해야만 하고, 엄연한 차별임에도 소외라는 그럴 듯한 단어로 가끔 동정의 시선을 던진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펴낸 사진집 속의 사람들은 아무런 수식도 꾸밈도 없이 고스란히 자신을 드러낸다. 당신이 보지 않으려 하는 내가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고. 슬픔도 억울함도 없다. 오히려 그런 단어들은 오래 된 진부함일 뿐이다. 사진 속에 담긴 ‘그들’을 볼 ‘우리’가 어딘가 불편해 하고 있는 동안 그냥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휠체어가 뒤집어 지는 장면 대신 거울을 보고 있는 시각장애인과 고개를 속이고 얼굴을 감추는 대신 까만 피부 그대로와 김OO 세 글자 이름, 서울시로 시작하는 주소가 적힌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는 사진은 우리가 외면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도대체 정상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소위 정상적인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사회적 다수와 소수의 구분으로 정상인을 정의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비정상인이 뭐냐고 물어도 그 대답은 궁색해질 것이다. 기껏해야 남과 다르게 생기거나, 남과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거나, 남달리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동어반복적인 정의에 머물 것이다. … 정상인으로 사회를 유지하려는 경향과 이상인을 지향하는 것은 차별의 문제를 불러온다. 차이는 자연스런 조건이지만, 차별은 인간이 야기하는 문제다.」 p. 166

장애, 노인, 혼혈,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 가난. 인권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붙박이가 된 단어들은 잠시 시야에 빗겨 서 있을 뿐 눈 밖에서 늘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하나의 스티그마가 된 주제 아래 헤쳐모인 그들은 이미 인권 밖에서 이방인이고 불편한 존재들이며 차별을 감기처럼 달고 다니며 스스로 숨어버린 사람들이다. 그 덕에 우리는 약간만 시선을 달리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사진을 보는 동안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덮고 나면 내가 울타리 안에 있음에 안심하면서 또 그렇게 잊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린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금기였던 동성애는 어느새 영화의 흥행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혼혈 보다는 다문화라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있다. 드라마 속에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장애인이 나오기도 하고, 오래 전에 방영된 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가족이, 그리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눈 밖에 있던 것들을 눈 안으로 들이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신이 만든 인간은 완벽하다는 환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인간일 뿐이다. 불안정하고 부족하며 나약하다. 누구나 늙고 병이 든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삶을 산다. 어느 한 사람도 같지 않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 뿐이다.

「지상에 태어난 인간은 모두 자유인이다. 내가 말하는 자유는 여행하고, 삶의 자리를 선택하고, 생업을 선택하고,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모든 인간은 신의 아들 딸로 자유롭게 이 땅에 태어났다. … 그 자유를 가로막는 일체의 모든 제도와 규율과 금제는 인간의 이기적 탐욕에서 비롯된 죄악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존재라는 이유만으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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