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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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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생각만으로 그쳐서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 라던가 에이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이런 건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론 후회를 남긴다. 한 발짝 내딛으면 낭떠러지일 것 같지만, 실은 그저 한 계단이었을지도 모르고, 낭떠러지이기는 했으되 충분히 살 수 있는 높이였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또 낭떠러지가 아니라 오히려 붕붕 하늘을 날 수도 있다.

배낭여행을 갔다가 네팔의 학교를 둘러보고 충격을 받은 존 우드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를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네팔의 도서관에서 본 책이라는 것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성인잡지 같은 것 몇 권뿐이었을지라도, 또 그것마저 너무 소중해서 열쇠로 잠궈 놓은 걸 보고 말문이 막혔다 할지라도, 통장 잔고가 ‘0’이 되어버릴 미래,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친구, 연인, 가족들, 손에 쥐고 있는 수많은 기회와 계획들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결론을 내리고야 만다. 전 세계가 선망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대신, 전 세계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의 꿈과 기회를 선택한다. 무언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니까.

난 전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가난한 나라에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물론 두 말 할 것 없지만, 무엇보다 왜 학교와 도서관을 짓느냐는 것이다. 기금을 모으기 위해 가졌던 한 모임에서 학교를 짓고 나면 그 학생들이 후에 가져올 결과부터 묻는 성급한 질문에 그는 그냥 기회를 주는 거라고 대답한다. 그냥 기회를 주는 것. 교육을 받을 기회. 책을 읽을 기회. 우리는 당연한 듯 누렸던 기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당장 눈앞에 가져올 결과가 아니라 기회를 갖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미래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에 기쁘게 동참했고, 그들이 기부한 돈이 도서관이 되고, 학교가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존 우드가 설립한 ‘룸투리드’는 처음 네팔을 시작으로 캄보디아를 거쳐 이제 전 세계에 3,000개의 도서관과 학교를 짓고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물론 매년 그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가 선택한 무언가는 그 자신만 날 수 있는 날개가 아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달아준 날개였고, 기적과 같은 희망이었다. 그의 선택과 가치관, 그 모든 것에 완전한 동의와 기꺼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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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느림으로 가는 정거장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엮음 / 그물코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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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머니는 오늘도 작은 보따리를 들고 나오십니다. 이 꼭두새벽에 굳이 오늘까지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내일부터는 나오라 해도 못 나오실 테니 타박 대신 서로 미소를 건넵니다. 연애할 당시 이 열차를 참 많이 이용했다는 부부는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듯 조금은 상기된 얼굴입니다. 이젠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은 중년의 아저씨는 마치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글픈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합니다.

2007년의 마지막 날. 군산의 꼬마열차는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눈길을 뚫고 그렇게 마지막 여행을 했습니다. 직접 키운 자식 같은 채소며 이것저것을 들고 옆 동네로 새벽시장을 나서시던 할머니와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하던 나이 어린 청년들을 태우고 달리던 꼬마열차는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더불어 도란도란 피어오르던 이야기로 가득했던 간이역도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TV에 담긴 꼬마열차의 마지막 여행은 한쪽 구석에 앉아 진한 상념에 잠긴 아저씨의 심정이라도 전해진 것처럼 쓸쓸한 기운을 남기고 맙니다.

간이역이라는 고운 단어가 주는 느낌은 추억과 아련함, 혹은 고향의 푸근함과도 같겠지만 이 책 ‘간이역’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도시의 삭막함에 지친 이들에게 독서가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줄 수 있는 추억의 연장이 아닌 바로 그 추억과 아련함을 앗아가는 속도에 대한 반기입니다. ‘느림으로 가는 정거장’이라는 부제 속에 담긴 그 의미는 책을 펼친 순간 앗! 하는 당혹감에서 한 두 페이지는 넘기는 동안 차차 떠오르는 속도에 대한 고민을 넘어 종국에는 내 삶의 고요한 응시로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가슴에 차오르는 건 알지 못했던 것들 혹은 외면해 왔던 진실에 대한 불편함과 사뭇 진지한 생각들, 미안함, 때론 스산함입니다.

“간이역은 분주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때로는 바람만 불고, 햇살 이글거리는 여름에는 매미소리만 가득 찹니다. 눈 내리는 겨울, 사람들은 오바깃을 세우고, 온통 마후라로 머리통 휘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완행열차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이 책의 초판은 2005년 1월. 내 손에 쥐어진 책도 2005년 1월 초판본. 이 책에 적힌 고민과 생각들은 현재 결과를 낳았습니다. 고속철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서울과 부산이 얼마나 가까워졌는가에 대해 TV가 한동안 떠들어댔던 걸 기억한다면 이 책을 이제야 읽는 건 참으로 무의미해 보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걸었던 왜소하고 가냘프기만 했던 비구니를. 10분, 20분이 빨라진다는 속도를 위해 땅을 가르고, 산을 베어내고, 생명을 앗아가겠다는 세상의 거대한 힘 앞에 홀로 맞섰던 가녀린 여인이 있었음을.

발행 4년을 넘기도록 다음 판을 찍어내지 못한 책은 사람들에게 어떤 스침조차 주기 어렵겠지만 아직도 절판되지 않은 생명력을 발휘하며 끝내는 내게 읽히고야 만 이 책이 간이역과 같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재빠르게 거대한 물량을 찍어내고 사라지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느릿느릿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건네지고 읽힌 책 한권이 주는 반향은 호감보다 비난이 앞섰던 세간의 시선에 홀로 맞선 한 여인이 주었던 향기와 비슷합니다. 화려한 겉이 아닌 속에 담긴 진정함은 오랜 시간 은은한 향기를 남기는 법이니까요.

“간이역은 오랫동안 이 땅의 이름 없는 장삼이사들을 이리저리 실어 나르던 달구지같은 완행열차 정류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한다는 망할 속도중독증의 미친 세월을 만나, 이 땅의 아름답고 한가로운 간이역은 다 떨어진 고무신짝처럼 버려지고, 허물어지고, 잊혀져 내동댕이쳐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꼬마열차가 운행하지 않게 된 날, 할머니는 새벽 무렵 부지런을 떨며 봇짐을 들고 나서던 걸음 대신 푸욱 달게 새벽잠을 잤을까요. 매일 출근을 하던 젊은 청년은 무엇을 타고 일터로 나갔을까요. 닭도 내리고, 흑염소도 내리고, 강아지도 내리던 간이역은 이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간이역으로 상징되는 넉넉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심성의 사람들, 무서운 속도의 광증에 온몸을 내던져 ‘이게 아니오’라고 신음하고 있는 분들을 떠올리면서 풀꽃세상은 간이역이 회복해야 할 느림과 반개발의 가치를 절박하게 웅변하고 있다고 여겨, 제10회 풀꽃상을 ‘간이역’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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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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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먼저 읽어서겠지만 여러 가지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한비야님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려 하고 실제 일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또박또박 써내려갔다면, 김혜자님은 보다 감정에 충실하시고 안타까운 사연을 위주로...한비야님의 표현을 쓰자면 독한 장면을 위주로 서술하셔서 읽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하신다.


뭐 이런 저런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점이라면 두 분 다 정말 진심이라는 것과 분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티비에서 볼록 나온 배와 깡마른 몸으로 얼굴에 붙은 파리조차 내쫓을 힘도 없이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보고도 마음이 무너지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몸소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음성이 진심이 아닐 리가 없고 그 호소를 듣는 사람의 마음 역시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 인간은 왜 세상을 창조한 하나뿐인 신을 믿는다고 큰소리치면서, 땅을 가르고 깃발을 만들어 다른 편을 죽이려고 할까요. 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쏘면서 하나님에게 자기들이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걸까요? 하나님이든 알라신이든 분명히 신은 사랑이 아닌가요.]


김혜자님은 끊임없이 묻는다. 왜...왜...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구나 똑같이 묻고 있을 것이다. 왜...왜...왜...

측은지심이라 했던가...불쌍한 것을 보면 마음이 동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성선설이 있는 반면 성악설이 존재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잠자리를 날개를 뜯고 있는 어린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분명 남을 해하려는 것이나 잔인한 마음을 품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 또 한번 묻게 된다.

그냥 이 책을 덮어버리고 말 것인가...아니면 이들의 호소에 조금이나 움직였던 마음을 실천으로 옮길 것인가...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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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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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이 구절을 읽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으...너무하는 거 아냐? 첫 장부터 울게 하고..

나는 처음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내셨을 때부터 최근까지 ‘한비야’라는 사람에 대해서 시큰둥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데도...책은 읽어보지도 않고...그게 뭐...세상에 그런 식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한비야님께서 긴급구호 일을 한다는 건 우연히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알았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셔서 긴급구호 일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때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한비야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몇 달 전 ‘TV, 책을 말하다’를 보고 나서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 그녀만이 지을 수 있는 시원스럽고도 해맑은 미소는 브라운관 밖의 나조차도 미소 짓게 만들었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들은 비록 투박한 말투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런 한비야님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왜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물음에 ‘무엇보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능력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사람,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하겠다는 사람...

참으로 멋진 사람이다...그리고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책 속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 하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이...

적혀있는 글자 한 자, 한 자가 말하고 있다. 모두가 진심이라는 것을...

긴급구호가로서 첫 근무지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아프리카,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북한까지 경험으로써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들은 그녀가 아파했던 만큼이나 우리도 아프게 하고 책을 덮을 때까지 울게 한다.

또한 그만큼 우리의 가슴까지도 뛰게 한다. 저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녀는 오늘도 행군하고 있다. 마음의 명령을 따라서...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초가 타고 있는 한 옮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 주변부터 밝고 따뜻하게 하고 싶다.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눈빛 푸른 젊은이여, 만약에 당신이 내 옆에 서 있다면 내 촛불을 기꺼이 받아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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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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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보씨는 최근에 잡동사니를 쌓아둔 지하실 창고는 청소하다 나무로 만든 보드 뒤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스티커를 발견한다. 스티커에는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평생 그런 스티커를 수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타이완, 타이완. 그것은 그저 스티커 위에 적힌 낱말 한 개가 아니다. 그것은 섬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이다.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며, 한국에서 남쪽으로 바다를 가로질러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구보씨는 주변에 있는, 지나치게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는 선반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선반 위에 있는 물건들은 지구상에 있는 온갖 국가들에서 실려왔으며, 구보 씨가 그것을 다 쓰고 나면 다른 어딘가로 실려갈 것이다. 그 모든 상품들은 원인과 결과의 발자취인 역사와 미래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품들은 나름의 일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구보 씨는 그의 삶과 함께 했던 많은 물건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커피 알갱이들, 신문지들, 음료수 캔들이 수없이 행로를 바꿔 구보 씨의 인생과 교차되는 지점으로 향했을 때 그것들은 과연 세상을 가로질러 잔물결 치는 어떤 흔적들을 뒤에 남겼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물건들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들이 어디서 생산되고 만들어져 우리의 손에 들어오게 되고 또 다 쓰게 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구보씨와 함께 그 비밀스러운 삶을 들여다본다.

일상용품의 삶이 왜 비밀스러운가? 왜냐하면 그것들은 어느 공장에서 몇몇의 노동자들에 의해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구보씨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한 잔의 커피를 뽑으려면, 그 해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 자란 원두의 60분의 1정도인 약 100개의 원두가 든다. 구보씨의 커피를 위해 자라난 커피나무가 있는 콜로비아의 안티오키아 지역에서는 울창한 원시림 대부분이 사라졌다. 농장 주인들이 수확량이 많은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키가 큰 과실수와 활엽수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 큰 나무에서 서식하던 새들은 멸종됐고 토양은 부식됐다.

구보씨의 커피를 운반한 화물선은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로 운행되었으며 한국산 강철을 사용했다. 한국의 제철소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부 헤머슬리 산맥의 원주민 구역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사용했다. 그리고 경기도 남부의 한 공장에 도착한 원두들은 노동자들이 거대한 통에 넣고 약 섭씨 200도의 온도에서 13분 동안 볶았다.

원두를 볶는 기계는 열을 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쿠웨이트의 한 유전에서 채굴된 원에서 뽑아낸 기름을 이용했다. 다 볶은 원두들은 폴리에틸렌, 나일론, 알루미늄박, 폴리에스테르를 성분으로 하는 네 겹의 용기에 포장되었다. 그리고 기름 1리터에 약 20킬로미터를 가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서울 근교의 한 창고로 운반되었다. 그 후 약간 작은 트럭이 포장된 커피 용기를 구보 씨 집 부근의 쇼핑 센터에 가져다 놓았다. 구보 씨는 그 커피 원두를 커다란 갈색 가방에 넣어 쇼핑 센터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그 가방은 표백하지 않은 종이를 이용해 중국의 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들은 매일 1인당 1킬로그램 정도의 쓰레기를 버린다. 그것은 그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재화 전체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매일 약 54킬로그램 정도의 자원을 소비한다. 이것은 그들의 평균 체중에 약간 못 미치는 무게이다.]


구보씨는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본 후 티셔츠를 입고 신발을 신고 평소에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먹었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커피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매우 많은 자원을 소비해 만들어지는 비밀스런 삶을 거친 것들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한 수학적, 과학적 계산이나 어려운 단어로 환경오염이나 무분멸한 소비가 가져다 주는 지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겁을 주는 대신, 이렇듯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일상용품들을 내세워 우리가 왜 자원을 절약해야 하고 소비를 하는데 있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을 골라 쓰라고 제시한다. 감자 튀김은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냉동시킨 제품을 골라먹고,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책을 읽고, 재활용이 쉬운 병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것 등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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