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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말 하면 입만 아프지만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책이란 것은 죄다 토익, 토플 영어책 아니면 실용서다. 돈 벌게 해 주는 책. 회사에서 살아나는 법. 주식 잘 하는 법. 한 마디로 우리 모두 부자 돼서 잘 먹고 잘 살아 봅시다! 이런 현상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조차도 이젠 진부해지려고 하지만, 독자의 이런 선택은 한 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발에 땀나도록 뛰어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내 주머니 털어 사는 책, 이왕이면 다시 내 주머니를 채워 줄 책을 사겠다는 건 독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건 무엇인가?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과 멋진 남자가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이고 어느 것이 비합리적일까? 전 재산을 날리고서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합리적인 일에 매달릴까? 땅 값도 싸고 공기도 좋은 시골 대신 왜 그렇게 사람들은 답답하고 땅값도 비싼데다 자칫 위험하기까지 한 도시로 모여드는가? 세상은 종종 이상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그건 다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이다.
사실 난 실용서고 이론서고 모른다. 어디까지가 실용이고, 뭐가 이론인지 그런 거 알만한 깜냥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이고, 특히나 경제학이라면 더더욱 모른다. 그럼에도 ‘경제학 콘서트 2’를 실용서를 가장한 이론서라 감히 지칭하느냐 하면 이 책은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합리적인 인간이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조차도 실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각종 예를 들어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중을 위한 쉬운 이론서일 뿐 삶을 살면서 활용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자의 의도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경제학, 배웠으면 써먹어라!”라는 카피를 달고 전작 ‘경제학 콘서트’의 실전응용편이라는 이 책은, 실전응용이라기 보다는 원제 ‘The Logic of Life’ 그대로 우리의 생활이 알게 모르게 꽤나 논리적이라는 걸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돈을 버는 건 분화가 가져오는 효율성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져온 결과이다. 도시에는 항상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이유, 골드 미스가 인기가 없고, 멋진 여성이 평범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도 모두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한 표가 대통령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으며, 지난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당선된 것도 미안하지만 유권자의 합리적인 무지에 근거한 결과였다.
과연 그렇구나! 하고 고개는 끄덕이겠지만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이 책은 절대 실용서가 아니다. “써먹어라!!” 라고 말하지만, 어디에? 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내가 현재 삭막한 도시에 살고 있는 이유는 알았지만, 이 책이 얘기한 데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면 나는 더 큰 도시에 가야 한다. 하지만 그곳은 멋진 싱글 여성이 득실거리고 있는 곳이기에 나 같은 평범한 노처녀는 결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그 멋지고 멋진 싱글 여성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평범한 남성과 결혼할 것이기에. 그리하여 더 큰 도시에서 성공이라도 하겠다고 미국의 뉴욕이라도 갔다가는 나는 유색인종으로서 인종차별까지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 역시 부당하지만 합리적이다.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누구와 결혼했습니까? 당신은 몇 명의 자녀가 있습니까? 당신의 수입은 얼마 입니까? 당신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그런 거 심각하게 생각 안 하고 그럭저럭 살고는 있는데 가끔 어떤 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구요? 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대단히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 경제학 이론서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난해한 내용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몇 번을 반복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장, 앞 뒤 문맥상 맞지 않는 문장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번역을 논할 입장은 아니지만, 번역에 있어서도 좀 더 합리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