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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19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18권에서 나왔던 레이지는, 한마디로 말해도 굉장히 싸가지 없는 놈이었다. 아리마의 상태가 안 좋았을 때와 똑같이 말로 형용할 정도로 싸가지 없는 아빠. 정말 최악의 엄마에다 최악의 아빠를 둔 아리마는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19권을 보고 레이지가 불쌍해졌다.
그래도 아리마에게는 사랑하는 그녀와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다. 하지만 레이지는 아무것도 없다. 비록 천재적인 재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지만 그가 원하는 사랑은 받지를 못한다. 그것도 사랑을 해서 만난 사이가 아니라, 정말 이런 인간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의 최악의 여자의 술수에 빠져서 말 그대로 인생을 저당잡히고, 행복에게서 영원히 안녕을 고하게 되어 버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피스톨을 든 그는, 상처받았던 어릴 적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더욱더 망가진 모습으로 말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시기의 결핍은 평생 상처로 남는다.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하고, 친척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아리마는 그래도 그를 사랑하고 감싸주는 존재들이 있었기에 그 상처를 극복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레이지는 그런 것이 없었기에 상처가 벌어진 채 치유되지 못하고 수년이 지나도 그 대로이고 오히려 더 상처가 곪고 썩어갔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만, 이 그남자 그여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초반의 경쾌 발랄한 학원 로맨스에서 중반부터 접어든 난데없는 아리마의 과거와 그의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그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초반의 주인공이 그 여자였다면 후반은 절대적으로 아리마가 주인공을 차지한다.
혹자는 초반의 경쾌한 분위기에서 일탈한 이 만화를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냥 따라가고 있다. 이 작가가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물론 만화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작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다가 어느 순간 아리마라는 캐릭에 깊게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헤어나오고 싶어도, 아리마의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대의 아픔이 놔주지 않았을 지도.
여하튼 심리물이 되어버린 그남자, 그여자 다음 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