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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dts]
멜 깁슨 감독, 제임스 카비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생전 처음으로 온가족이 같이 가서 본 영화였다.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4월 5일 식목일 11시 타임으로 봤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너무 기대를 하고 가서인지, 아니면 너무나 화면이 생생해서 그랬는지...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이 보여준 화질 안 좋은 패션오브크라이스트는 굉장히 가슴을 때릴 정도로 엄청났는데, 뻘건 피가 난자하는 화면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만 들었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 이 영화는 예수님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아무래도 찍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아무래도 잘 묘사가 안되었으면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봤는데, 확실히 이 영화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고난에 관해 정말 가장 실제적으로 묘사해 놨다.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처들, 그리고 그 조롱들. 그냥 몇대 맞으신 것이 아니라, 미친 놈들이 미친 듯이 난자를 해놓은 상태에서 가시 관까지 씌웠을 때와 예수님의 손에 못이 박히던 장면은 정말 소름이 쫙 끼쳤었다.
이 영화는 그 점에서는 참 잘 만들어졌다.. 다른 무엇도 아닌 예수님의 고난이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에 떠오르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눈물이 땅으로 떨어지도록 찍은 것도, 성경에는 없으나 참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었다. 맞아. 저랬을 거야, 가장 사랑하는 독자를 그토록 무참히 죽게 내버려 두셨을 때의 하나님의 마음은 정말 찢어졌을 거야, 고개를 끄덕거렸었다.
하지만. 눈이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바로 마리아라는 여자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장면들. 예수님이 계신 곳이라면 언제나 있는 마리아, 뭐 그건 성경에도 끝까지 따라갔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인정하긴 하지만, 예수님이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은 뭐랄까, 마리아가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것 같다. 천주교인인 멜 깁슨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성/모/마/리/아/라고 묘사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참. 특히나 맨 마지막 부분에서 '나의 영혼이여'어쩌구 할때는, 오메 저것이 뭐라고 한댜!! 라고 소리쳐버릴 정도였다.
성경을 모르거나 천주교인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째서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 마리아의 영혼이란 말인가.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았기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암튼 심하게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천주교 신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베로니카의 베일, 소설 속에서 많이 들었지만 그 장면이 나왔을때는 그럼 그렇지, 역시 천주교인은 어쩔 수 없어.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는 '죄없는 자는 돌로치라'했을 때의 간음한 여자가 아니라, 일곱 귀신 들린 여자로서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도, 영화 속에서 그렇게 나왔을때고 역시 마찬가지지만, 적은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냥 앞에서처럼 그냥 넘어갔었다. 예수님 돌아가시고, 성경에 보면 장막이 둘로 갈라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안 나와서 그 점도 참 아쉬웠다. 그 장막 둘로 갈라지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장면인데도 말이다.
나는 잔뜩 울 각오(?)를 하고 갔었는데, 오히려 얼마 안 울고 '저 싸가지 없는 놈들!'이라고 욕만 하고, 옆에 있던 친구만 실컷 울었었다. 아침 나절이라 그런지, 안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변에도 우는 사람은 없었었다.
뭐 여러가지 거슬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