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 나라는 참 뭐 같다.
아니 이 나라의 잘못된 성의식이 뭐 같다. 강간을 당한 것도 억울하고, 그 어리디 어린 나이에 그렇게 짓밟힌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겨울 터인데, 거기에다가 행실이 불량하다는 딱지를 붙여 놓는다. 니네들이 꼬리쳤으니까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망발을 지껄인다. 그것도 서슴없이, 협박까지 해가면서.
밀양이라는 지역을 네티즌이 많이 욕할 때 난 솔직히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일부 나쁜 놈들 때문에 괜한 사람들까지 욕 먹는 거니까.. 그런데 보면 볼수록 느낀다. 저 밀양이라는 곳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참으로 신기한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의 딸, 자매, 부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심히 궁금할 정도로, 대면하고 의연한, 그리고 피해자들을 욕하고.. 그들의 행실이 잘못됐으니 윤간을 당한 것이다라고 합리화하고..
참으로 재밌는 일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볼 때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오해는 대부분 풀리며 싸움은 일어날 것도 없다.
애초에 그 밀양에 사는 강간범들이 피해자의, 그것도 불과 14,16세의 어린 아이들의 입장을 조금만 고려했다면, 애초에 이 강간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가해자의 부모, 가족이라는 인간들이 그 피해자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가슴에 양심과 진정한 정의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피해자들을 되려 협박하고 두고 보자는 식으로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는 참 구태의연하지만, 그 강간범 자식들을 만든 그 부모들의 교육이 제대로 된 것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을 되려 협박하는 인간들이 한 교육이니, 그것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지.
새삼 생각한다. 이 대한민국은, 참으로 여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것을.
당한 것은 피해자였고, 누구의 눈으로 봐도 40명이 넘는 인간들과 번갈아 가며 즐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있다. 피해자의 행실이 불량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죄가 없다고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다. 어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긴 이 나라는 원래 그랬다. 이번 뿐 아니라 이제까지 많은 강간 사건이 벌어져도, 실제로 당한 피해자를 욕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은 그 신고를 받는 경찰들부터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만, 속에서 분이 솟구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세상이 어째 이 모양으로 변해버렸을까, 자기의 자식들이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어찌 강간범을 감쌀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읽은 기사에처럼 자기 자식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훔친 것을 세번이나 경찰서에 돌려준 어느 할머니처럼, 그런 진정한 도덕심을 가진 인간은 이 세상에는 없다는 걸까.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훔치면 감옥에 가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나, 강간을 한 인간은 떳떳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다녀야 하는 이 현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어찌 뭐 같다 하지 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