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 2005-01-27 PM 4:19:20 | Read : 16 | Comment : 1 | Comment Write▽ |
나는 나쁘다.
아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제 70편까지 보고, 저도 느꼈답니다. 왜냐, 여준을 극진히 챙겨주면서도 쥰세이가 죽었다고 알았을 때, 울고 밥도 못 먹고 하는 걸 보고 말이지요. 그리고 태수가 상희에게 너 나쁘다, 라고 말했을때 공감했답니다. 아늘님이 나쁘다고 한 것은 상희라고 말이지요. 사람을 자기밖에 모르게 만들어 놓고는, 나 몰라라 하고, 그냥 친구의 자리에서만 머물러 있겠다는 것처럼 이기적인 일은 없지요.
후기를 보고, 내가 생각한 대로여서 참 기뻤답니다. 후훗.
사람마다 취향이 있겠지만 전 말이죠. 여준이 좋답니다. 우훗. 그렇게 강아지처럼, 아니지. 맹목적으로 눈 앞에 하나 밖에 못 보는 사랑을 하는 녀석이 이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이룰 줄도 모르고, 오로지 아는 것은 상희 하나 뿐인 녀석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누가 이쁘겠어요.
물론, 쥰세이도 멋지더군요. 하지만 여준은 상희가 없어지만 살지 못하지만, 쥰세이는 그렇지 않잖아요. 감정의 깊이를 따지자면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여준이니까, 그래서 쥰세이가 상희를 향한 감정을 드러낼 때부터 주욱 여준을 응원해 왔죠. 어제도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못 보고 집에 가는데, 혹시나 상희가 여준을 선택하지 않고 쥰세이를 택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까지 했답니다. 푸훗.
아늘님은 굉장히 심리 묘사가 뛰어나신 것 같아요. 한때는 저도 소설을 써보겠다고 끄적거렸었는데, 바로 제가 추구했던 것이 아늘님의 글 같은 거였답니다. 아주 미묘하게, 미묘하게 변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나도 모르게 흐흐흐 음흉한 웃음을 짓게 되지요. 사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조금씩 차오르는 것들을 표현해내고 싶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라 그냥 지금은 읽는 걸로 만족하고 있었죠. 그러나 아늘님의 소설을 보고, 감탄했답니다. 정말 표현력이 뛰어나세요 *.*
상희, 여준, 쥰세이, 태수, 가희 모두다 인물이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다 살아있더라구요. 그런 거 있잖아요. 어느 한 인물에 묻혀버리는 거, 상황이 변하니까 갑자기 성격이 변해버리는 거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일관되게 유지되면서, 한순간 폭발하는 것도 그래, 그럴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거 말이죠.
그리고 전 가희도 밉지는 않았답니다. 물론 그녀의 맹목적인 감정에 상희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착하더라구요. 사실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사랑을 위해서 자기 친동생을 죽인다던지 위험으로 몰아넣는다던지 하는 것은 없잖아요. 그래도 동생이고 친혈육인데 말이죠. 나쁜 사람이었으면 차라리 미워할 텐데, 그렇지 못하는 가희가 너무 불쌍했는데, 쥰세이가 상희를 결국 얻지 못했으니, 조금은 가희에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아아. 참 좋네요. 좋아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느꼈던 것을 표현하면서 다시 한번 나는 나쁘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니, 좋군요. 읽는 내내 정말 행복했어요.^^ 정말입니다~
더 이상 쓰면 아늘님이 읽느라 괴로우실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조금만 쉬시다가 다시 소설 가지고 돌아오세요~! 제가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늘
솔직히 말씀드려 상희의 내면을 세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그녀가 이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많이 생각하였는데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음.... 나름대로 드러내고자 했지만... 아무래도 아쉽습니다..ㅠ.ㅠ
여준이 좋으시다구요?
여준이 같은 타입은 어떻게 보면 타 소설에서 조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과묵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다가 막판에 불같이 타오르는...
그런... 순정적이고 격렬한 사랑을 할 줄 아는 멋진 녀석.
만화나 영화에나 존재할 것 같은 ... (물론 외모가 ...; 쿨럭)
저도 여준이 같은 타입이 좋습니다.^^(외모를 제외하고도요 ㅋㄷ)
아, 글고.... 심리묘사라뇨...
조심스럽고... 민망합니다..><(그러면서 좋아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소설도 은영님과 같아요.
차근차근 벗겨가는 ... 그런 느낌의 소설.
그런 느낌을 제 소설에서 느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긴 소설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긴 감상도 너무 감사드려요.
아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