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 중국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스위즈 지음, 박지민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라가 다르면 문화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면 사고방식이 다르게 마련이지요. 스스로는 미처 모르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에야 비로소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런데!' 하고 알게 되는 지점은 언제 봐도 재미있어요. 중국-한국-일본은 같은 동양 한자문화권에 속해서 서양과 비교하면 비슷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각각 들여다보면 너무 달라서 신기하잖아요.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역시 중국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비판하고 있다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집어들었습니다.


 저자는 중국인인데, 비교 대상이 주로 (자신이 활동한) 서양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중국의 문제점이 한국이랑 비슷한 점이 많더라고요. 한국인이 읽다보면 '어? 이거 우리나라도 똑같이 문제인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흙탕물을 뒤집어씌우고, 그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문화 같은 거요. 우리나라도 호남-광주에 대해 그런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차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권위와 체면을 중시하고, 윗사람에게 거역하거나 그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사람들이 획일화되어 개성이 죽어버린다는 것도 완전 딱 한국이잖아요! 그래서 중국인이 중국을 비판하고 있는데 괜히 옆에 서 있다 뼈 맞은 한국인이 된 기분이에요ㅋㅋㅋ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이 


 1) 중국인은 A가 문제다

 2) A는 중국인의 B 문화 때문이다 

 3) A의 문제도 고치려면 B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2번 항목에서 공감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같으면서도 다른 나라인 지점이 책을 읽을 때 굉장히 비판적 독서가 가능하게 해주더라고요. 중국인은 예로부터 이랬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겨났다! 하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글쎄? 아닌데? 싶은 부분이 꽤 많아요. 중국은 표의문자가 발달했기 때문에 수학이 약했다고 주장하는데, 저자가 표의문자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수학적 의식의 부족'이나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 같은 건 한국도 똑같거든요. 한국은 세종 이래로 표음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인데도요! 창의력이 부족해 세계적인 대기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똑같이 창의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왜 글로벌 기업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보니 전체적으로 인상비평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고 그걸 가지고서 책을 쓴 게 아니라, 자기가 몇몇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중국인을 보니까 대개 이렇더라, 아마 유교문화 때문이 아닐까? 뭐 이런 식으로 쓴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경험으로 무언가에 대해 판단하게 마련이고, 이 정도 깊이의 분석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통찰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이 중국에서 엄청나게 화제였다고 해서 기대가 좀 높았던 게 문제인 것 같아요. SNS에서 흔히 보던 국가/문화 비교글 같은 느낌이 있어요. 나름대로 재밌긴 했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 - 아이디어를 소설로 빚어내기 위한 15가지 법칙
제시카 브로디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만든 이야기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건 창작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도 아주 명확하게 보이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법칙을 규정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규칙을 받아들이는 감각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작법에 대한 책을 읽는 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꼭 창작자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어떤 장르의 소비자잖아요~ 내가 소비자로서 발견한 어떤 법칙들을 어떤 창작자가 다른 이름을 붙이고 접근하는 걸 바라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에를 들면 이런 겁니다. '중간점'이라는 개념 같은 거요. 중간까지 모든 게 다 잘 되고 있다면, 갑자기 상황은 악화됩니다. 반대로 중간까지 모든 게 계속 나빠지기만 한다면, 그 다음 순간에는 좋아지게 마련이죠. 이건 기승전결과는 다른, 이야기의 리듬 같은 거예요. 관객/독자/시청자들의 예상을 깨뜨리는 작은 반전을 주는 거죠. 처음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는 사실 재미없잖아요. 어?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는 거야? 으악! 안돼! 주인공이 행복해져야 되는데! 하면서 쫄리는 맛이 있어줘야 집중력을 유지하고 끝까지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그런 법칙들이 꼼꼼하게 분석된 책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성공한) 이야기는 이 법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이게 이야기를 너무 뻔하게 만드는 걸까봐 걱정하는 창작자도 있다고 하던데, 작가는 이 법칙들을 '재료'에다 비유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밀가루 몇그램, 계란 몇개, 설탕 얼마, 토마토 몇 개 뭐 이 정도의 재료를 가지고도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잖아요? 저는 읽으면서 '레고'를 떠올렸어요. 그냥 작은 몇 가지 모양의 블럭일 뿐이지만 완성품은 수천수십만 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아마도 소설을 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많이 집으실 것 같은데, 반대로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엄청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조각조각 잘라서 이 법칙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분석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과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연극 <마우스피스>를 봤어요. 이 세 작품이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제각각의 장르인데도 이 책에서 제시한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작법이 눈에 들어오니까 작품이 더 잘 보여서 재밌었어요!


 아무래도 법칙에 대해 쓰다보니 여러 가지 소설의 반전이나 결말 부분에 대한 스포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각 장의 앞부분마다 친절하게 해당 장에서 어떤 작품에 대해 스포일러가 있는지 알려주는 구성이 맘에 들어요. 법칙에 대해 얘기하고 나서, 그 법칙이 잘 지켜지는지 보려면 어떤 식이어야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창작자라면 자신의 이야기가 그 체크리스트를 만족하는지 점검할 수 있고, 소비자라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그 체크리스트를 어떤 식으로 만족하는지 보기가 쉬울 것 같아요. 


 세상에 이렇게나 다른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는데, 사실 그 모든 이야기들에는 궤를 같이하는 하나의 큰 틀이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법칙을 빨리 녹여내서, 더 완성도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으면 좋겠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생각해왔던 부분을 명료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다시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여자들의 사회>가 딱 그래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고 접근성이 높은 컨텐츠를 중심으로 여성, 그리고 여러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걸 보고 있자면 '맞아 이 생각 나도 했었는데! 단어나 표현은 다르지만!' 하게 된다니까요. 그렇다고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론이나 용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요. 아마 지금 이 시대의 수많은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을 어떤 사고방식이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것 같은 책입니다.


 흔히 '여성 서사'라고 불리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혹은 여성의 관계성이 주로 부각되는 여러 작품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아마 책을 읽는 독자마다 접한 경험이 다 다를 것 같아요. <빨간 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어떤 장르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만한 작품도 있지만, 반대로 웹툰이나 예능 같은 경우는 아무리 화제성이 높다 해도 접해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사실 제 얘기입니다. 웹툰이나 TV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작품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모르는 작품도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대략 '이런 여자가 나오는구나. 이런 관계성을 다루고 있구나.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다뤄주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보고 나니까 해당 작품에 대해서 찾아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를 다룬 챕터가 정말 인상깊어서, 그동안 아무리 주변에서 보라고~ 보라고~ 영업이 들어와도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았던 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뒤늦게라도 꼭 봐야겠다 결심했어요. 특히 저자가 자신은 자매애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억압받는 자들은 저항하는 것보다 순응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저항은 아주 드물게 이루어진다고, 여자들이 여기에도 저기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어야 서로 반목하다가도 연대하고 저항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흔히 '알리바이 여성'이라고 하죠? 요즘 시대에 차별이라는 건 아니까, 남자들 사이에 대충 구색 갖추려고 한두명 끼워넣는 여성 말이에요. 너무 과대표되고 있고, 그래서 뭘 해볼 수가 없잖아요. 여자들만 실컷 나와서 A 스타일의 리더쉽도 보여주고, B 스타일의 리더쉽도 보여주고, C 스타일의 패기 넘치는 뉴페이스가 되기도 하고... 그런 '판'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또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겠죠. 그런 생각을 하니까 너무 보고 싶어졌어요ㅋㅋㅋ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서사를, 작품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안에는 의도된 혹은 의도하지 않았어도 반영된 사회의 욕망이나 규범이 담겨 있어요. 똑같은 상황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똑같은 각도라도 시대에 따라 더 긍정적으로 읽힐 수도 있고요. 책에 실린 13개의 작품들은 유명세는 각자 다르지만, 지금 2021년 현재 한국 여성에게 분명히 의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 깊이나 정도가 다르겠지만, 이 작품들에 힘입어 더 나은 다음이 올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여요! 그리고 이런 멋진 작품들에 대해 정확하고 간결하게 포인트를 딱딱 짚어주시는 권김현영 작가님의 필력도 너무 멋집니다. 추천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만의 방 마련하는 법 - 21세기 버지니아 울프를 위한 금융 공부
볼리(박보현)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정말 엄청난 작품이죠. 독립적이고 존엄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침해받지 않는 시공간'과 '경제적 자유'가 꼭 필요하다는, 굉장히 세속적이지만 그래서 더 뼛속 깊이 와닿는 진리를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설파하잖아요. 심지어 그 진리를 '자기만의 방'이라는 용어로 아예 고유 명사화 시켜버리면서 말이죠. 아주 복잡하고 구구절절한 설명들을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압축시키는 걸 보면 역시 위대한 작가는 다르구나, 싶어져요. 사설이 길었네요. 어쨌거나, 핵심은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침해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 역시 경제적 자유 아래에서 나오니까요.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버지니아 울프를 차용하고 있는 이 책은, 21세기 여성을 위한 금융 공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사실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기초적인 금융 지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애 주기나 평균 수입을 여성, 그것도 20~30대 여성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저렇게 짓지 않았나 싶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소득에 돌봄노동을 포함해서 계산한다든가, 사회 초년생의 월급 기준을 여성의 평균 임금으로 계산해서 투자 비율을 맞춘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잔뜩 나오긴 하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기초를 탄탄히! 같은 느낌이라 다른 성별이나 다른 연령대가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져다주는 복리의 힘을 믿고, 매일 꾸준히 금융 지식을 쌓아라' 하는 조언은 사실 대부분의 경제 관련 서적에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다 하는 건 아니라서 문제일 뿐이죠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본인도 계속 강조하고 있듯 저자 역시 대단한 자산가가 아니고, 금융 초보자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정도의 이야기만 해요. 그게 어떤 분에게는 너무 쉬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매번 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도 책을 덮고나면 뒤돌아서서 까먹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당장 옆에 노트를 펴놓고 제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정도라 좋더라고요ㅋㅋㅋ


 저한테 제일 도움이 됐던 건 '머니로그'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머니로그라는 건 옛날 옛적에 쓰던 용돈기입장이랑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데, 돈을 쓸 때 단순히 금액만 쓰는 게 아니라 그 소비에 대한 감정을 함께 쓰라는 거예요. 항목도 수입/지출 2분류가 아니라 수입/지출/투자/기부/위시리스트의 5분류로 나눠서 전반적으로 돈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감각을 인정하고 점검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겁니다. 용돈기입장 형식은 아무래도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만 생각이 뻗어나가게 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제가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뭔지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머니로그가 도움이 됐어요. 


 한참 땅에서 붕 떠서 정신없이 소비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슬슬 부모님 노후도 생각하고 제 노후도 생각하고 그런 시기가 와서...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 싶을 때 이 책을 잡았는데,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책을 잘 만난 것 같아요. 너무 복잡한 건 잘 모르겠고, 그래서 지금 내가 뭐부터 하면 된다고? 뭘 하면 된다고? 뭘 시작하라고? 정도의 기초적인 내용을 기대하시는 분에게 딱 좋습니다. 재밌게 술술 잘 읽혀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소설가 중에 손꼽히게 좋아하는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역시나 그의 장기로 가득한 멋진 작품입니다.


 총 5개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늘 그렇듯 이번에도 서로의 세계관이 공유되고 있어서 앞에서 나왔던 인물이 뒤에서 또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정말 좋아요. '상황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됩니다. 그리고 이사카 코타로의 이야기를 성실히 따라간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의미들을 모두 알 수밖에 없죠! 이렇게 곳곳에 이스터 에그가 넘쳐나니 어떻게 찾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특히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관통하며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교육에 대해, 처벌에 대해, 그리고 죄인의 사회적 복귀에 대해 작가가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엿보입니다.


 '잘못을 한 사람을 어디까지, 어떻게 벌을 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말이에요. 작게는 누군가를 이유 없이 왕따시키거나, 크게는 칼을 들고 어린 아이를 해치려 했던 폭력범과 이후에 사회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요? 보통은 누구누구가 알고보니 그런 나쁜 짓을 한 나쁜 사람이래~ 하고 선을 긋고 멀리 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작가는 이런 태도 자체가 그 사람들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나쁜 짓을 하게끔 극단적으로 내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두 사형을 시키지 않는 이상, 벌을 받아도 결국 사회로 나와 우리 곁에서 살아가게 될 테니, 그 사람들을 따돌리거나 배제하는 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엿보여요.


 사실 가해자 혹은 원인 제공자가 멀쩡한 얼굴로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면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내 일이 아니라도 일단 감정적으로는 그래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잘 살면 안된다고 욕하고 저주하면서 압박을 가한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피해 입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잘못이 '죽음으로 사죄해라'로 해결될 수는 없죠.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어느 선에서는 피해자가 용서를 하고, 그로 인해 가해자나 원인 제공자가 반성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어려운 문제죠.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이사카 코타로가 '평판'이라는 형태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고 생각합니다. [비非 옵티머스]에서 담임선생님의 입을 빌어 아주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신랄하게 선생님을 비판하는 학생의 태도나, 같은 반 여학생의 태도를 묘사하는 주인공 그룹 등을 통해서 작품 전체에서 꾸준히 말하고 있어요. 이 사람은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타인의 지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이야...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타인 속에서 자신의 평판을 쌓아가게 마련이고, 그것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영향을 줍니다. 좋건 나쁘건 말이죠. 다만 눈치채기에는 아주 천천히,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진행될 뿐이에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답게 재밌고 스피디하게 술술 읽히면서도, 이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들을 고민하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화풀이하려 칼을 들고 덤빈 남성' 같은 경우, 아무래도 저 미친놈은 뭐야 당장 감옥에 보내!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곤 하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나중에 사회에 돌아왔을 때, 정말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새 삶을 살고 싶어한다면, 그래서 그 후에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동료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더 급선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직 저의 마음 속에는 '그렇게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람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데...' 하고 끊임없이 반박하는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요ㅋㅋㅋ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이번에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재밌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