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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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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와일라잇이 국내외 할 것 없이 열풍이다. 트와일라잇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던 나조차 친구의 원성에 이끌려 영화까지 봤을 정도니 평소 관심있었던 이들은 난리가 난 듯 하다. 하지만 영화판 트와일라잇을 보는 내내 '미국판 귀여니 소설 아냐?' 하는 생각뿐이었던 나. 원작의 매력을 못 느껴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원작을 보았는데.. 이거 참.. 원작은 더 심하더군.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이토록 인기있는 주제였던가? 흥미롭고 로맨틱한 주제이긴 하지만 너무 심하게 로맨스소설화되었다! 학교에서 인기없던 평범한 여학생은 전학가자마자 온 학교 남학생의 뜨거운 시선을 받지를 않나, 평소 여자에 관심없던 학교 최고 킹카는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하는데다, 둘은 직접 들으면 심히 닭살일 것 같은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날려주신다. 

 어리버리해서 자기가 인기있다는 걸 모르는 여주인공, 너무 잘났지만 여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남주인공, 그런 남주인공이 얼마나 잘났는지에 대해 소설 전체에 걸쳐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아아~ 이런 완벽한 남자가 날 사랑하다니, 믿을 수 없어!"를 끝도 없이 외치는 설정..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작가가 꿈을 꾸고 나서 쓴 소설이라던데..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작가가 벨라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독자가 인물에 감정이입하는 걸 방해할 정도로 작가가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니까;; 이런 소설이 너무 인기가 많아주시니까 오히려 당혹스럽다. 정녕 나는 마이너 취향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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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 2010-10-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취향이 똑같으시네요. ㅋㅋ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이 책 2008년에 읽고 완전 싫어하게 됐죠 ㅋ 영화 나와도 거들떠도 안 봅니다. ㅋㅋ이렇게 리뷰가 많고, 그 중에 님과 같은 리뷰어가 없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기 그지없군요.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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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모토 바나나. 아~주 오래전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키친>과 <도마뱀>을 읽고 난 후에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았던 작가이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세계를 그리고 있어, 굳이 읽고 괜히 읽었다며 투덜댈 바에야 그저 안 읽는 게 장떙이다 싶어서다. 하지만 일본소설 열풍을 타고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칭송받고 있는 그녀의 책을 외면하고 있자니 왠지 내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어릴 때 읽어서 분명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도서관에서 뽑아든 <불륜과 남미>는 아주 분명하게 가르쳐주었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만큼이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싫다. 맘에 안 든다. 내 취향이 아니다.

 가끔 일본 여류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어째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렇듯 담담하게 풀어내는 걸까? 왜 소설 속 그녀들은 다들 남의 남자와 불륜을 하는 그녀가 되어버리는 걸까. 그것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느끼는 외로움이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나는 이들 여류작가들이 더더욱 싫어질 것 같다. 

 불륜을 하는 사람에게 꼭 '나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은 게 아니다. 때때로, 아주 손꼽을 정도겠지만 진실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당히 서로가 없어도 상관없으면서 그런 관계를 아름다운 척 청초한 척 그리는 일은 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간만에 <웨하스 의자>만큼이나 읽기 싫은 소설이었다. 이제 요시모토 바나나는 접어야지. 아무리 잘나가는 작가라도 나랑 안맞으면 말짱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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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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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작가들을 보고 있으면 다작(多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100% 전권 다 마음에 드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건 별로야, 하는 소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다. 너무 많은 작품을 내놓다 보니 작품 수준을 고르게 내는 것이 힘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시다 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의 감각적인 문체나 산뜻하고도 쿨한 캐릭터가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다. 그건 내가 단편소설집 <I love you>에서 작가의 다른 단편 '마법의 버튼'을 먼저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슬로 굿바이>에 나오는 이야기와 '마법의 버튼'은 너무 비슷해서 우려먹기라는 인상을 주니까.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이별을 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별거인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이 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본 연애소설 특유의 특징 그대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본식 연애소설이 넘쳐나는 요즘, 굳이 이 책을 봐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소설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다지 다를 것 없다.

 이시다 이라의 이름값에다 많은 분들이 평점을 너무 좋게 써주셨던 것까지 플러스해서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간혹 너무 잔잔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저 또 한 편의 일본식 연애소설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밖엔 감상평이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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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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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도 다케루의 전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너무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의 차기작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미스터리적인 면은 조금 약하고 ’오톱시 이미징’에 대한 홍보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면도 있지만,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가 펼치는 만담 같은 수사는 굉장히 즐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가? 두번 생각도 않고 바로 서점에서 냉큼 사버린 것이 조금 후회스럽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전작에 비해 스토리나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활약도 거의 없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도 그닥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초능력이라던가, 최면이라던가, 그런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현상일 뿐, 언젠가 과학이 더 발전한다면 우리가 뭉뚱그려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힘이 증명될 것이라 생각하니까.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그런 능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작가가 너무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초능력을 활용한 자백이라니.. 분명 미스터리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이다.

 같은 초능력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잠들다>와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은, 그 능력을 이야기 속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용은 잠들다>는 처음부터 초능력 소년들이 그러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사건에 말려들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너무나 미약한 자신들의 능력을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분투한다. 굳이 과학적으로 그 힘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거부감없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초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소설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스스로 잘라버렸다. '이건 소설이니까' '이건 작가가 깔아놓은 전제니까' 하며 독자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을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해 보이려고 함으로써 삐그덕거리고 마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도 그런 힘을 밝히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겠지만, 아직 정확히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힘은 없지 않은가. 독자들은 그 부분에서 소설을 넘어 현실로 돌아와버리고 만다.

 간호사에게 초능력을 부여하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그런 전개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생각해 볼 때, 이보다는 좀 더 깔끔하고 현실감있게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소설을 풀어나가는 건 최종적으로 작가의 마음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게다가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활약이 너무 작지 않은가! 내가 몹시 편애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나오다니.. 역시 같은 시리즈라고 해도 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역자는 후기에서 시라토리의 활약이 약하다고 섭섭해하지 말고 제 3편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보라고 하는데.. 거기에도 하야미 부장이 시라토리의 자리를 떠억 하니 차지하고 있어 이렇다 할 큰 활약은 보이지 않던데..;;

 가이도 다케루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저 아쉬울 다름이다. 이번에 또 하나의 신작이 나오는 모양이던데.. 이제는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다시 그의 멋진 글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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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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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많이 하던 작가 중 하나였던 오기와라 히로시. 하지만 매번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와 맞았던 것은 <신으로부터의 한 마디>뿐이었다는 안타까운 예감이 든다. <엄마는 저격수>부터 <타임슬립>, <유랑가족 세이타로>에 이어 <유괴 랩소디>까지 손에 든 책마다 '선정실패'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랑가족 세이타로>는 기존과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름대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유괴 랩소디>는 그런 것마저 없다. 굳이 덴도 신의 <대유괴>를 들먹거릴 필요도 없이, 소심한 유괴범이 대범한 인질과 다니며 결국 정이 들어 버린다는 스토리는 독자들 대부분이 식상하다고 느낄 소재임이 틀림없다. 너무 흔해빠진 설정이라 이젠 지겹기까지 하다. 

 물론 오기와라 히로시는 뻔한 소재를 자기 나름대로 가꾸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식대로 소화해냈다고 인정해주기에는,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어도 너무 없다. 죽으려고 결심한 주인공 앞에 나타난 부잣집 가출도령. 그런데 유괴해버린 아이가 야쿠자의 아들이었고, 아이를 되찾기 위해, 반대세력은 아이를 죽이기 위해 그를 찾으면서 이야기가 꼬인다. 결국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살아나지만.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오기와라 히로시의 글은 그냥 '읽힌다'는 느낌이다. 스피디하지도 않고,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스릴있지도 않고, 다음 내용이 어떨까 궁금하지도 않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동참하고 싶지도 않은.. 그저 '읽히기'만 하는 책. 상당한 두께를 단숨에 읽었지만,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빨리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몇 안 남은 그의 작품은 이 책보다는 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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