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대지의 아이들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 검은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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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의 아이들>은 미국에서 1980년에 출간되어 60여개국에서 4500만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시리즈입니다. 총 6편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완결에만 거의 3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하는데, 저는 이번에 검은숲의 출간으로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진 인물들을 오래오래 만날 수 있는 장편소설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제 기호에도 딱 맞게 6부작이나 되다니..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이 아직 한참이나 더 남아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선사시대를 이렇게 정교하게 그려낸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역시 해외의 장르소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구나 하는 생각에 부러워졌어요.


 일단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과 같이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을 같이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에 놀랐습니다. 두 인류가 공존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네안데르탈인 부족 사이에 거둬진 크로마뇽인 여자 아이"라니! 너무 세련되면서도 의미심장한 구도에요. 주인공 에일라는 결국 멸종해간 인류와 대비되는 살아남은 인류이면서, 동시에 전통적이고 반복되는 것에 대항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것의 상징이며, 또한 남자에게 복종하는 여자라는 구도에서 탈피하는 진정한 의미의 신여성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 매혹되어 딸의 이름을 에일라로 지었다는 독자의 반응은 정말이지 수긍할 만 합니다. 저도 제 딸이 에일라처럼 "넌 여자니까 안돼"라는 소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걸요!


 극중에서 에일라는 인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주 못생긴" 아이입니다. 게다가 "여자다운 구석도 없"고 "너무 강한 토템을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의 짝이 될 확률도 아주 낮은 여자 아이죠. 남자에게 무조건 순종하고, 무조건 복종하고, 남자를 잘 보필하는 것만이 여자가 해야 할 일인데 그 너머의 일, 남자만의 일인 사냥을 욕심내기까지 해요. 게다가 만약 자신의 능력을 들킨다면 당장 부족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게 될 테니, 아무도 모르게 조심조심 자신의 기술을 연마합니다. ...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우리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에일라들의 고군분투를 보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지금으로부터 몇만 년이나 전의 이야기를 읽고 있지만 사실상 오늘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요. 씁쓸한 일이죠.


 이자-에일라-크렙-우바로 이어지는 어떤 가족의 형태에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자와 크렙은 한 어머니 밑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짝이 될 수 없는 운명이고, 에일라는 길에서 주워온 아이, 우바는 다른 사내의 아이입니다. 결국 씨족 사회의 평범한 가족과는 거리가 먼 이 네 사람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 누구보다도 가족의 의미를 보여줘요. 1권을 통틀어 가장 사랑스러웠던 부분은 늘 다정하게 대해주던 크렙이 혼을 내자 에일라가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슬플 때 울지 않는 습성의 네안데르탈인 크렙은 당황하며 "아이가 어디 눈병이 난 것 같다"고 안절부절하다 이자를 불러 치료해주라고 한 장면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종족의 특성 때문에 웃기면서도, 울고 있는 에일라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귀엽고, 또 당황하며 에일라가 병에 걸린 건 아닌가 걱정하는 크렙은 따뜻해요. 아 정말 이 가족들이 앞으로도 내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근데 1권 마지막에 너무 큰 사건이 터져버리고 끝났어요...... 에일라.. 왜 그랬어ㅠㅠㅠ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원래 선사시대나 공룡시대에 대한 관심이 좀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거나 그쪽 분야에 해박하지는 못하거든요. 딱 다른 사람들이 아는 그 수준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 제가 읽어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걸 보니 작가가 정말 쉽고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게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1권을 딱 덮자마자 "아니, 그래서 도대체 이 뒤가 어떻게 되는 거야?!" 하고 절로 탄성이 나왔을 정도라니까요! 얼른 2권을 읽고 에일라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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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itly5 2016-04-1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 소개된 것은 아니고 여러 번 출간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동서문화사 판의 에이브 시리즈로 읽었었고요, 그 뒤로도 몇 차례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었어요. ;;;

봄봄 2016-04-17 01:2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전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시리즈인 줄 알았어요.. 지적 감사합니다

tacitly5 2016-04-1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명만 눌러보셔도 우선 절판된 정신세계사 판과 현대문화센터 판이 검색되네요.

봄봄 2016-04-17 01:43   좋아요 0 | URL
제가 검색하기 전에 책을 먼저 읽고 리뷰를 바로 써서 몰랐습니다. 불쾌하신 것 같으니 최대한 빠르게 수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