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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있습니다 - 대책 없이 부족하지만 어처구니없이 치열한 책방 미스터버티고 생존 분투기
신현훈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3월
평점 :
요즘 에세이를 읽다 보니 느끼는 건데, 작가들이 하나같이 '나는 사실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내 글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읽고 공감해주시면 감사합니다'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유명한 작가가 아니어도 책을 낼 수 있고, 다들 책 한 권쯤은 내고 싶어하는 시대라 그런 걸까요? <버티고 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쨌거나 책을 집어든 독자로서는 앞에서 그런 식으로 방어기제를 발동하는 걸 보고 있으면 살짝 괴롭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당신의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니니, 걱정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라고 얘기하고 싶어요ㅋㅋㅋ
본문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어요! 왜냐면 저도 다독가는 아니지만 종이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독서모임이나 동네 책방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도서정가제와 대형 인터넷 서점의 시대에 동네의 책방 혹은 헌책방들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런저런 뒷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엄청 현실적인 얘기들이 잔뜩 나오더라고요.
제 생각에 동네 책방 주인장이 되는 길은 작가가 되는 길보다 더 험난한 것 같아요. 굉장히, 매우, 아주, 극히 드물지만 어쨌거나 작가는 대형 스타가 되어 큰 돈을 벌 가능성이 0.0001%라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동네 책방이 갑자기 인기가 미친듯이 폭발해서 갑자기 큰 돈을 벌 가능성은... 음...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요. 로또를 연속으로 막 20번 맞고 그런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ㅋㅋㅋ 그런 직업을 선택하면서 낭만이 없기는 힘들잖아요? 현실에 아무리 치여도 책과, 독자와, 책방에 대한 애정은 숨겨지지가 않아요. 읽다보면 저도 저절로 평온하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나날이 그리워지는 힘이 있어요.
'누가 더 잘 버는가보다 누가 더 많이 버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라는 문구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소스라쳤습니다. 아니 글쎄 제가 순간적으로 '똑같은 거 아닌가?' 하고 있지 뭐예요! 머리 한 쪽은 이해를 했는데 다른 한 쪽은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럼 많이 버는 거 말고 제대로, 좋은 돈을 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싶었는데,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남을 도우면서 버는 돈? 하지만 액수도 어느 정도는 되어야지 아니면 잘 번다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제가 사회에 너무 찌들어서 오염된 언어를 쓰는 것 같아 입이 쓰네요. 휴, 돈은 잘 벌면서 많이 벌면 좋을 텐데!
저도 어쩔 수 없는 종이책 인간이라서, 항상 읽고 좋았던 책들은 꼭 반드시 사서 소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집이 책으로 꽉꽉 들어차는 바람에 산처럼 쌓아놓고 그 속에서 자곤 합니다. 그 책들이 차지하는 공간을 비용으로 환산해본 적은 없었는데, 10억짜리 30평 아파트에 3평 크기 서재를 꾸미면, 책에만 1억을 쓰는 거라는 말에 새삼 '와 공간이 정말 비싸구나' 싶었어요. 부동산이 너무 비싸니까, 집은 좁고 책은 무겁고 부피도 크니까, 다들 전자책으로 갈아타더라고요. 하지만 종이책이 주는 그 질감, 그 냄새, 그 무게감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합니까ㅠ 저도 언젠가는 사고 싶은 책을 다 사서, 원하는 책은 전부 소장해 서재에 두는 호사를 누리고 싶네요ㅋㅋㅋ
주인장 본인도 동네 책방을 대형 쇼핑몰로 옮긴 걸 후회스럽게 생각하던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전의 버티고 책방이 아직 있었다면, 꼭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거든요. 들러서 별 얘기 안 하더라도 ("책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정도는 했을 것 같아요) 그냥 거기서 책 사서 읽으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럼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독립적인 느낌이 사라졌다니 괜히 제가 더 아쉬워요. 동네에 있는 그런 자그마한 가게들만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로망이 있는데 말이에요ㅠ
그래도 동네 책방을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신 그 의지와 애정에 박수를!!! 언젠가 슬쩍 한 번 들러서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을 집어들고 찬찬히 읽다 오고 싶네요. 그 날까지 화이팅입니다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