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 결혼도 출산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
백지선 지음 / 또다른우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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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적부터 '혈연'에 얽매이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유전자를 공유하는 핏줄이라는 건 좀 신기하기도 하고, 가족력 같은 것을 생각해볼 때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죠. 하지만 결국 가족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건, 가족으로서 함께 보낸 '시간'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나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창작물에서 가장 싫어하는 설정 중 하나는 알고보니 친남매가 아니어서 사랑에 빠져도 괜찮아~ 같은 부류였습니다. 세상 모든 입양가정에 빅똥을 투척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알고보니 사실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괜찮아~ 이런 거잖아요? 넘 모욕적이에요.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설정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인들이 모여 일종의 가족이 되는 유사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람이다 보니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같은 제목에 꽂힌 건 당연한 일이겠죠? 결혼이나 연애는 하고 싶지 않지만, 입양이나 혼외출산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관심이 있거든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전부 감당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산 시대라느니 출산 절벽이라느니 외치는 것도 웃기잖아요? 저를 비롯해 제 주변의 많은 2~30대 여성들이 파트너 없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곤 하지만, 사실 약간 판타지에 가까웠어요. 그러면 좋겠다~ 하는 바람 정도? 이미 실천에 옮겨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누군가의 글을 읽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자극이자 모델이 됩니다. 이 책을 에세이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회로 봐야 할까 잠시 고민했을 정도로 입양-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문제도 잘 짚고 있어서 읽는 내내 공감했어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자신만의 비빌 언덕'을 찾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아동학대는 평범한 사람이 감정 조절에 실패했을 때 철저한 약자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인간 본성의 바닥을 보여준다." 그리고 범죄 동기와 범죄 기회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결국 이겁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폭력성이 극에 달할 때, 마침 가까이 있는 약자, 나에게 절대 맞받아칠 수 없고 내가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약자에게 그 모든 폭력을 쏟아붓는 거죠. 


 아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 키우는 겁니다. 어떤 아이라도 마찬가지에요. 아니, 입양아는 더 그런 것 같아요. 한부모가족이나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들,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친부모에게서는 마치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양) 입양 시스템 전체를 비난하는 언론과 미디어, 위탁가정이 턱없이 부족해 아이를 친부모에게 격리한 뒤에 돌봐줄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아 결국 다시 아이를 (다시 학대할 것이 분명한) 친부모에게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현실... 입양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의 상황이 더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결국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그리고 시스템이 바뀌어야만 해결되는 문제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정상 가족'의 형태를 벗어난 가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일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나중에 반드시 입양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여건상 누군가를 평생 책임지는 일은 못 하겠다고 나가떨어지더라도, 위탁가정이 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이런 입양 시스템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친화적인 사회와 일터, 더 나아가 아동친화적인 사회와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해요. 내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아이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가정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모든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씩이라도 낳아 출산율을 높이는 게 우리 사회를 좀 더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요.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정말 좋은 어머니일 것 같다는 생각과, 우리 사회가 좀 더 입양이나 비혼 부모에게 너그럽고 열려 있는 사회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모든 부모가 이만큼만 고민하고, 준비하고, 각오한 후에 '부모되기'에 뛰어든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불행들이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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