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 반투명한 인간의 힘 빼기 에세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영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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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우울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현실을 사느라 바쁘기도 하고, 딱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 같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저 사회가, 학교가, 가족이 시키는대로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는 그런 시절이었죠. 그러다 이제 슬슬 여러 가지 의미로 독립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고, 답 없는 질문에 몰두하다보니 저도 어느 사이에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더라고요. 거길 벗어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를 집어들게 된 계기는 하나의 문장 때문이었어요. '우울을 쓰다보니 우울이 나았다'. 너무나 공감이 되더라고요. 우울한 자신이 싫어서 피하기만 하면 남들 앞에서는 밝고 쾌활하게 지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반작용으로 혼자 있을 때는 더욱 더 힘들어집니다. 내가 왜 우울한지, 이 우울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내 자신이 우울하다는 자체에 연연하지 말 것. 그게 시작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정신승리'밖에 안 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가장 높은 곳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외모 출중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거야 당연히 부러운 일이죠.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조건을 통해 얻고 싶은 건 '행복'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 조건이 당장 행복을 보장해주느냐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그런 사람은 애초에 이 책을 집어들 리가 없을 것 같아요ㅎㅎ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미래의 어떤 가치로 환산되는 삶을 사는 건 좀 숨막힐 것 같지 않으세요? 오해하지 마세요. 실제로 그렇게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사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저는 그런 삶에서 '행복'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모두의 중심이 되는 삶은 멋지고 저 역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지만, 평생 그렇게 일거수 일투족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망설여지는 겁니다. 지레 겁부터 먹고 일단 걱정하는 쫄보의 마인드라서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행복이라는 건 결국 인생과의 타협점을 찾는 일이잖아요. 무한정 나의 모든 욕망이 이루어지는 일은 이 세상 그 누구한테도 없다고요.


 내가 어떨 때 편안함을 느끼고, 어떨 때 만족스러운지 아는 것. 나를 아는 것. 그게 외부의 요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제 1 조건인 것 같아요. 작가의 경우에는 조용하고, 사색적이고,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인데 괜히 이런저런 술자리에 참여했다가 후회했던 경험이 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입는 것이나 먹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것에서 만족을 크게 얻는 사람인데 주변에서 '이 정도는 먹어야지, 입어야지' 같은 말에 휩쓸려 소비했던 것들이 엄청 후회스러워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과정은 정말 꼭 필요합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든 무조건 신의 뜻, 신의 탓을 했대요. 내가 늦잠을 자도 그건 잠의 신이 나를 붙들어둬서 그런거야~ 같은 태도였다는 거죠. 우울의 늪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런 태도가 조금은 필요합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망친 것 같고, 나는 정말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나만 운이 없는 것 같아 자기혐오가 물밀듯이 밀려올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와 인생 플러스 마이너스인데 다음에 뭐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나! 하면서 눙치고 넘어가는 태도를 장착하면 좋아요. 물론 한 번에 잘 되진 않지만, 태도도 습관이라서 자꾸 연습 하다보면 몸에 익더라고요.


 작가는 나에게 잘된 일이 생기면 과거에 덕을 쌓은 게 복으로 돌아온 거고, 일이 잘못되면 덕을 쌓을 기회가 온 거라고, 그렇게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갔다고 해요.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죠. 덕 같은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삶은 결국 이런 순간들의 합이니까요.


 철학자 칼 포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라'. 선과 악에도 통하는 말이지만, 삶 전반에도 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구체적으로 '나를 행복하지 않게 하는 것'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는 게 훨씬 더 빨리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아요. 미래나 과거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상황이 이미 고정되어 바꿀 수 없다면, 우리 태도를 바꿔야지 별 수 있나요.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진중한 사람이 쓴 자기혐오 극복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는 에세이가 평소에 느끼던 것을 타인이 정돈된 언어로 얘기해주는 데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싫어서 고민이신 분들, 좀 더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한 내가 한심해 보이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앞서 걸었던 길을, 활자로 우선 걸어보세요. 그 길이 마음에 들면 비슷하게 가면 됩니다. 그 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책을 던져 버리고 그냥 다른 길로 가면 되겠죠!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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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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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면허직에 있는 사람이 "우리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모든 직업에는 직접 종사해봐야만 알 수 있는 어려움이나 습성이 있기 마련이고, 잘 모르는 외부인의 눈으로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건 언제나 재밌고 새로운 경험입니다. <슬기로운 검사생활>은 제목에서처럼 검사의 일상과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중간중간 직업-생활인으로서의 태도가 드러나는 게 흥미로웠어요. 아~ 일하기 싫다~ 하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랄까요? 보통 이런 얘기는 잘 안 해주잖아요ㅋㅋㅋ



 

 처음으로 부장검사에게 직구속 의견을 받았을 때 속으로 계산기 두드리면서 얼마나 일이 많아질까, 얼마나 귀찮아질까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려고 반박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세상사 참 다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책에서는 결국 더 귀찮고 일이 많아지는 걸 감수하면서도 직구속을 청구해서 결국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합니다. 하지만 모든 검사들이, 모든 사안에서 이렇게 귀찮음을 무릅쓰고 번거로운 일을 해줄까? 하는 의심이 생겨요. 누군가는 성실히 하겠지만, 누군가는 자기 일이 더 늘어난다는 이유로 회피하기도 하겠죠? 이런 거 생각하면 피해자 입장에선 검사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인 것 같아요^^;


 이 책이 재밌는 점은, 이런 식으로 '근로노동자인 검사 입장에서는 귀찮거나 피하고 싶은' 일들을 숨기지 않고 다 말해줍니다. 앞서 말했던 직구속 수사라든가, 검사의 유죄 판결 재심 청구, 형 미집행자에 대한 수사, 공소기각 판결이 날 확률이 매우 높은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 이미 문서작성이 다 끝난 상태에서 새로운 정황증거가 나왔을 때 다시 조사 후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 등등.. 솔직해서 좋긴 한데, 사람 목숨과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자기 위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좀 무섭기도 해요. 


 모든 집단에는 청렴한 사람과 부패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집단은 청렴한 사람 덕분에 부패한 사람 몫까지 어떻게든 굴러가는 것일 테고요.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 법원 혹은 병원 같이 '인생을 극단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직업군들은 제발 좀 청렴한 사람의 비중이 높았으면, 자연발생적으로 높을 수 없다면 (당연히 없겠죠?) 사회문화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높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누구도 제발 억울한 일을 겪지 않으면 좋겠어요.





 요즘 계속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사건도 몇 있더라고요. 현대 사회에서 약자들은 정보를 얻지 못해서 더욱 취약해지는 걸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데 그게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 바람에 무면허 운전으로 몇번이나 걸린 운전자도 있었고, 친했던 지인이 500만원을 훔쳤다고 무고를 했는데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해서 유죄 판결을 받아버린 분도 있었어요. 특히 후자의 배복자(가명) 씨의 사연이 너무 씁쓸했습니다.


 이 분은 애초에 500만원을 훔칠 수가 없었던 게, 배복자 씨는 그 날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현장에 있을 수도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미 한 차례 경찰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피 같은 돈을 날렸기 때문에, 조사하러 나오라는 경찰 전화를 '또 보이스 피싱이라고 생각해서' 믿지 않는 바람에 출석 기회를 놓칩니다. 나중에 진짜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보이스 피싱을 당한 것도 처벌받을까봐' 말을 못 해요. 일방적으로 재판에 지고 나서는 '돈이 더 들까봐' 항소를 못 하고요. 읽다보면 너무 안타까워서 으아아 비명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이렇게 악조건이 겹치고, 겹치고, 겹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배복자 씨 주변에 법에 관련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아니 배복자 씨가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기만 했더라도,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목으로 억울하게 유죄 선고를 받지는 않았을 텐데요. 정말로 취약한 계층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조차 모른다는 게,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데 그 하나로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중에 유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그 유죄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시간을 들여야 하잖아요ㅠ 법률구조공단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아야 찾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어휴..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를 능가합니다. 막상 매체에 나오면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너무 작위적인 거 아냐?' 하고 욕먹을 일도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진다는 게 너무 놀라워요. 남편에게 공기청정기 렌탈 계약을 들키지 않으려고 코디네이터를 고객 몰래 계약서 작성하는 사기꾼으로 고소한 사건은 정말;;; 그래놓고 검사실에서 계속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게... 이런 작정한 거짓말쟁이들을 상대하는 게 어지간히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책에서 '쉬워 보이는 사건인데 막상 들어가면 잘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어요. 둘 중에 한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면 얼마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까요..




 검사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그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같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약간 자기미화도 좀 있긴 한데ㅋㅋㅋ 그건 뭐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ㅋ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얕잡아보는 '~린이' 하는 표현을 싫어하는데, 초반에 검린이 같은 표현을 써서 그건 좀 마이너스였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밌었어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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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가 돈 버는 법 - 프리랜서 5년 차가 알려주는 ‘내 일 찾기’ 프로젝트
고아라 지음 / SISO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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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경제적 안정'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크게 아프고 나니, 알뜰살뜰 모아둔 돈이 너무 금방 바닥이 나 버리더라고요. 사실 전 부자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아플 때, 병원비가 없어서 참아야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려면 생각보다 돈을 좀 많이 모아둬야 하더라고요;; 아무리 보험을 열심히 들어놔도 그걸로 다 커버할 수는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재테크 책을 이것저것 기웃대고 있어요. <밀레니얼 세대가 돈 버는 법> 같은 경우는 직장에서 벗어난다는 문구가 너무 달콤했습니다ㅋㅋㅋㅋ 지금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딱히 워라밸이 보장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일은 점점 더 산더미처럼 많아지는 걸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싶어요. 이직을 하든 퇴사를 하든, 조만간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 시기거든요. 직장에서 벗어나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니! 이건 꼭 봐야 해!


 발췌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인터뷰도 그렇고, 저자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케이스이다 보니, 퇴사에 대해서 열려있달까?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고 격려 정도는 하는 편입니다. 대책도 없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주변에서 번아웃으로 우울증 온 케이스도 몇 번 보다 보니까, 이 부분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를 가장 고민하고 있는 건 본인일 테니까요. 애초에 회사에 만족하고 다니는 사람이면 왜 이 책을 읽겠습니까. 타켓 분석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퇴사가 만용인지 결단인지는, 독자 본인이 직접 뛰쳐나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정말 어려운 점이죠. 그리고 막상 뛰쳐나가서도 잘 풀릴 때도 있지만, 당연히 잘 안 풀릴 때도 있잖아요. 버티는 게 맞는가, 바꾸는 게 맞는가? 이 고민은 직장인이나 프리랜서나 매 한가지인 것 같아요. 책에서도 초보 프리랜서가 빠지는 늪 같은 게 있다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조언해주더라고요.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연말에 한 해를 돌이켜보는 상상을 해보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일 때 들었던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이력서를 업데이트해라' 하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하루하루 일에 치이다보면 내가 지난주에 뭘 했는지, 다음달에 뭘 할 건지 착착 정리되서 튀어나오지 않잖아요. 자신이 한 일의 핵심을 알고 거기에 힘을 쏟는 것, 이게 회사 밖이든 안이든 꼭 필요한 스킬 같아요. 이 구절을 읽는데 괜히 오늘 하루 쓸데없는 곁가지 일들로 쓸데없이 보내지 않았나 반성했어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퇴사를 할까 말까 고민중인 (내심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래저래 재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그만둬도 길은 있어' 하고 슬쩍 등을 밀어주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실용서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까운 느낌도 살짝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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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법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2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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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법 이야기>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저는 실용서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일을 했는데 월급날이 되어도 돈을 주지 않으면? 인터넷 상에서 싸움이 났는데, 상대가 나를 고소한다면? 뭐 이런 거요. 청소년을 위한 인문 도서니까 청소년 맞춤 주제로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소개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사례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법이란 게 뭔지, 법이 지키는 게 뭔지, 왜 법은 이렇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개념을 잡게 해주는 이론서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대화&강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살짝 몰입도가 떨어졌어요. 실제 대화라면 이렇게 스무스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ㅎㅎ 그렇지만 읽다 보니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게 어떤 부분인지 보여서 괜찮았습니다. 매캔지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는 것을 가정해서,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그 인공지능 비서가 앞에서 강의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해준다는 구성도 괜찮았고요. 전체적으로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참고서 생각이 살짝 나더라고요. 이론서에 가깝다보니, 내용이 살짝 이상적이라는 것도 참고서 같은 느낌을 주는 데 한 몫 했고요. 실제로는 학폭위가 열려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학교에서 덮으려고 쉬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학폭위에서는 학교 폭력의 예방을 위해 힘쓰고 학교에서는 가해자-피해자 학생 분리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약간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뭐, 원칙은 사실 이쪽이고 지켜지지 않는 건 다른 문제니까요. 


 아무래도 뉴스에서 학교 폭력이나 성범죄 이슈가 많다 보니까 범죄 관련한 쪽에 눈이 쏠리긴 했는데, 보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무래도 근로 관련한 부분이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알바 정도는 누구나 다 하잖아요? 특히 돈에 얽히기 시작하면 조금만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도 바로 마음이 상하거든요. 성인이 되서도 그런데 청소년 시기에는 오죽할까요! 청소년을 아르바이트 생으로 쓰는 경우, 자기 멋대로 구는 어른이 종종 있기 때문에 관련한 원칙과 규정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시간은 '일에 관련된 모든 시간'을 뜻한다는 거! 은근히 앞뒤로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꼼꼼히 챙기는 게 좋아요. 근로계약서를 쓰면 당연히 더 좋고요!



 어른이 된 뒤에 청소년 대상 인문교양 도서를 다시 읽으려니까 뭔가 ABC 핵심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입니다. 모든 일에는 기초가 가장 중요한데, 정작 기초를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다들 으레 이 정도는 알고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법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가장 보편적인 이슈와 엮인 부분에서 잡아줘서 좋았습니다. 꼭 법 쪽에 관심있는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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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 제1권 바다와 교류의 시대 - 믿고 보는 신일용의 인문교양 만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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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역사를 좋아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건 정말로 길어야 100년이잖아요? 사실 그 반의 반도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각자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안간힘을 쓴 결과들이 한눈에 보이는 게 역사잖아요.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때가 많은데, 수백 수천만의 인생이니 오죽하겠어요. 역사를 안다고 해서 더 현명해지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역사를 모르면 과거의 누군가와 똑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합니다. 우리가 자꾸만 과거의 어두운 측면을 끄집어내고 떠들어야 하는 것도 같은 실수를 막기 위함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고 공부했던 역사는 한국, 아무리 넓혀봐야 중국과 유럽 정도였다는 걸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를 읽으며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아니, 제가 정말 동남아 지역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왜 진작에 관심 가지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완전히 낯선 이야기를 만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자극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 줄 정말 몰랐어요.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을 몇 번 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돈 쓰는 관광객으로서 그 나라에 잠깐 들르는 것만으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인도네시아만 해도 수백 종류의 민족과 수백 개의 언어를 가진 다인종 다언어 국가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하나의 국가 아래 통합시킬 수 있을까?'라니 말 다 했죠. 우리는 단일 언어를 가진 국가잖아요.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는 영미권이나 중국권 문화도 단일 언어 문화고요. 그래서 다언어 국가는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사투리랑은 많이 다르겠죠? 그렇다면 다언어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바이링구얼이라는 뜻일까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다니! 공용어를 '무조건 가장 쉬운 언어'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저는 '아목'이라는 말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이게 '스시'나 '김치'처럼 그 지역, 그 나라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문화여서 영어사전에도 기재가 된 단어래요~. 분노나 증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두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폭발하게 되는 그런 기질을 가리키는 말이래요. 한국인은 '한恨'을 품는다면, 동남아인들은 '아목'을 드러냅니다. 환경에 따라 이런 기질적인 차이를 품게 되는 것도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다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 역시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국경선이 왔다갔다 했다는 건 몰랐어요. 사실 아프리카의 자로 잰 듯 반듯한 국경선이 너무 유명해서 동남아가 좀 묻힌 감이 있네요. 유럽이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떤 국경선을 가지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지금과는 국경선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동남아 자체가 워낙에 다른 민족들이 섞여서 싸우고 화해하고 손잡았다 배신했다 밥 먹듯이 하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문화가 있다고 해요. 그런 묘사를 읽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는지가 좀 궁금했습니다. 국가보다 자신의 종교나 언어/민족에 더 큰 소속감과 정체성을 누리고 있을까요?


 한 나라를 진득하게 보는 게 아니라, 동남아 전체 지역을 쫘르르 훑는 형식이라 사실 정신이 좀 없습니다. 읽으면서 나라별 역사를 꼼꼼하게 짚어주는 시리즈가 있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또 생각해보면 워낙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은 역사가 많은지라 한 나라만 딱 다루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방대한 역사를 압축하느라 좀 빠르게 넘어가긴 하지만, 만화 형식이라 전체적으로 재밌게 술술 잘 읽혀요. 역사/세계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시리즈에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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